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안내상 4

해적: 바다로 간 산적(블루레이)

이석훈 감독의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년)은 웃기기로 작정하고 만든 활극이다. 내용은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세운 뒤 중국 명으로부터 옥새를 받아오던 중 고래가 이를 삼켜 벌어지는 소동을 다뤘다. 감독은 실제 조선의 국새가 태종때까지 10년 동안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에 이야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단초는 사실이지만 나머지 내용은 완전 허구다. 고래를 만나 난파한 배에서 사라진 옥새를 하필 고래가 삼키는 바람에 이를 잡기 위해 해적과 산적이 총출동한다. 김남길 손예진 이경영 유해진 김원해 오달수 신정근 김태우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해 한바탕 웃음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영화는 아예 처음부터 왁자지껄한 슬랩스틱 코미디식의 웃음을 겨냥하고 있다. 산적들의 어수룩한 강도질이나 상어와의 싸움 등은 만화적..

창수

임창정은 매력있는 배우다. 그는 주연을 맡은 '색즉시공' '시실리 2km' '공모자들' '스카우트' 등에서 똑 떨어지는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그의 양아치 연기는 국내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발군이다. 그만큼 그는 이름값을 한다. 이덕희 감독의 데뷔작 '창수'(2013년)를 선택한 것도 바로 배우 임창정 때문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남의 징역살이를 대신 살아주고 돈을 받아 먹고 사는 3류 양아치로 나온다. 꿈도 희망도 없이, 가늘고 오래 살기 위해 "비굴하게 사는 것"이 삶의 모토인 그에게 어느날 여인이 하나 찾아든다. 정말 하늘에서 내려 온 선녀처럼 말도 안되게 느닷없이 찾아든 여인과 며칠 밤을 보내며 덧정이 든다. 그렇게 영화는 마치 '우렁각시'의 전설같은 신파로 시작한다. 하지만 느닷없이 나..

영화 2013.11.29

시 (블루레이)

이창동 감독의 '시'(2010년)는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미국 CNN이 2011년 최고 영화 10편 가운데 하나로 뽑았고, 2010년 칸영화제 각본상, LA 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며 일본 유럽 등에서 평단의 극찬이 쏟아졌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2010년 개봉 당시 22만명 관객동원에 그쳤다. 아마도 이 감독 영화 특유의 불편함 때문일 것이다. 영화의 설명이 불충분하거나 난해한 문제가 아니라 상황이 주는 불편함이다. 손자가 벌인 행각 때문에 곤혹스런 상황에 처한 60대 장년 여성이 어려움을 풀어가는 과정이 그다지 일상적이지 않다. 시 쓰기에 빠진 60대 여성(윤정희)이라는 설정과 부모없는 손자를 따로 키우면서 세대 차이가 한참 나는 손자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 지 모르는 난처함이 관객에..

굿바이 보이

아이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지난 추억들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즐겁거나 괴로웠던 경험들을 하나씩 둘씩 떠나보내며 소년은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된다. 그 과정을 사람들은 성장통이라고 부른다. 노홍진 감독의 영화 '굿바이 보이'(2011년)는 그런 성장통을 다뤘다. 성장통을 다룬 모든 영화가 그러하듯, 이 작품 역시 개인의 기억에 시대의 흔적이 진하게 배어 있다. 시위 도중 달아나던 여대생이 막다른 골목에서 백골단이 휘두른 무자비한 곤봉에 피범벅이 돼서 끌려가던 모습과 민정당원으로 선거에 목을 매는 아버지의 모습 등 거창한 정치적 상황부터 아버지가 기타를 튕기며 부르는 이문세의 '소녀', 지금은 조간으로 바뀐 당시 어느 석간 신문의 보급소 풍경 등 소소한 일상까지 소년의 추억은 1980년대를 살았던 사람..

영화 2011.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