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안소니 홉킨스 12

올 더 킹즈맨

스티븐 자일리언 감독의 '올 더 킹즈맨'(All The Kings'men)은 권력에 눈 먼 정치가들의 탐욕과 권모술수를 훌륭하게 그려낸 정치 드라마다. 루이지애나 주지사 스탁(숀 펜)은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편다. 가진 자들은 이를 못마땅히 여겨 그를 탄핵한다. 위기에 몰린 그는 탄핵파의 거두인 판사 어윈(안소니 홉킨스)의 약점을 캐내 죽음으로 내몬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풍경이다. 우리 현대사의 굴곡이 조각 퍼즐처럼 이 영화 속 곳곳에 스며있다. 권력에 눈 먼 자들이 그려 내는 정치판은 미국이나 우리나 다를 바 없다. 정치란게 그런 것이다. 이 작품의 매력은 추악한 정치판을 놀랍도록 함축적으로 그려낸 원작의 힘이다. 로버트 펜 워렌이 1946년에 발표해 퓰리처상을 받은 원작은 실화를 토대로 했기에 너무..

머나먼 다리 (블루레이)

사람은 실패에서 배운다. 역사도 마찬가지다. 대배우 리차드 아텐보로가 감독한 '머나먼 다리'(A Bridge Too Far, 1977년)는 제 2 차 세계대전중 연합군의 실패를 다룬 전쟁 영화다. 제작진은 1944년 9월 감행한 마켓가든이라는 처참하게 패배한 작전을 복기하듯 영화로 다루며 전쟁의 참상을 되짚었다. 마켓가든 작전은 연합군이 독일군을 일거에 격퇴하기 위해 네델란드에 대규모 공수부대를 투입해 벌인 작전이었으나 오히려 대규모 사상자를 내며 지고 말았다. 이 작품은 무엇보다 역사의 사실적 재현에 비교적 충실하다. '비교적'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100%는 아니기 때문. 가상의 인물이 등장하기도 하고 미군의 활약을 영화적으로 과장한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맥락과 무기, 복장 등에 대..

울프맨 (블루레이)

빼놓을 수 없는 납량특집물로 한국의 구미호가 있다면 유럽에는 늑대인간이 있다. 그만큼 여름이면 찾아오는 낯익은 존재들이다. 어려서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무서웠지만 이제는 하도 봐서 그런지,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무섭다기보다 슈퍼히어로를 보는 것 처럼 친숙하다. 조 존스톤 감독의 '울프맨'(The Wolfman, 2010년)은 바로 늑대인간의 최신판이다. 늑대인간에게 물려 늑대인간이 돼버린 사나이의 슬픈 운명을 다룬 내용은 익히 알려진 만큼 이 작품은 분장과 특수 효과로 승부를 건다. 즉, 늑대인간을 얼마나 그럴 듯 하게 묘사했는지가 관건이다. 그 부분 만큼은 꽤 높은 점수를 줄 만큼 잘 만들었다. 주인공을 맡은 베네치오 델 토로가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과정은 뛰어난 컴퓨터 그래픽 덕분에 아..

한니발 (블루레이)

리들리 스콧 감독의 '한니발'(Hannibal, 2001년)은 외로움이 절절히 묻어나는 영화다. 10년 동안 FBI의 추적을 피해 도망다니는 살인마 한니발 렉터(안소니 홉킨스) 박사나 그의 뒤를 쫓는 여수사관 클라리스 스탈링(줄리안 무어), 복수심에 불타서 한니발을 추적하는 백만장자 버거(게리 올드만), 현상금을 노리고 홀로 한니발을 수사하는 형사 파치(지안카를로 지아니니) 등 등장인물들은 모두 홀로 외로운 싸움을 벌인다. 아무에게도 마음을 터놓을 수 없기에 비록 군중 속에 있어도 그들은 외롭다. 그 절절한 외로움을 보여주는 명장면이 바로 텅 빈 피렌체 광장 한 복판에 서 있는 형사 파치의 모습이다. 마치 넓은 도화지에 찍어 놓은 점처럼 그의 모습은 절대 고독 그 자체다. 미치도록 외로운 싸움을 지탱해주..

양들의 침묵 (블루레이)

죄 의식 없는 사람만큼 무서운 존재는 없다. 전혀 꺼리낌없이 범죄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 여기에 지능까지 뛰어나다면 희대의 연쇄살인범 조건을 갖추게 된다. 조나단 드미 감독의 '양들의 침묵'(Silence of The Lambs, 1991년)은 무시무시한 연쇄살인범을 다룬 스릴러다. 여자들만 납치해 죽이는 연쇄살인범을 잡기위해 FBI 신참 수사관 스털링(조디 포스터)이 또다른 지능이 뛰어난 연쇄살인범 한니발 렉터(안소니 홉킨스) 박사의 도움을 받는 이야기다. 원작은 한니발 렉터 시리즈를 쓴 토마스 해리스의 소설. 조나단 드미 감독은 두툼한 원작 소설을 깔끔하게 압축해 두고 두고 회자될 만큼 뛰어난 스릴러로 만들었다. 드미 감독의 탄탄한 연출 못지 않게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다. 특히 뚫어질 듯 노려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