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저멕키스 감독의 '베오울프'(Beowulf, 2007년)는 영화의 미래를 보는 것 같다. 이 작품은 사람이 아닌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디지털 배우들만 나온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가짜 배우들이라는 사실을 눈치채기 힘들만큼 디테일이 뛰어나다. 저멕키스 감독은 전작인 '폴라 익스프레스'에서 활용한 퍼포먼스 캡처 기술을 이번 작품에도 도입해 안소니 홉킨스, 안젤리나 졸리, 존 말코비치 등 유명 스타들을 디지털로 똑같이 복제했다.
심지어 실제 배우의 모습을 목소리만 살리고 외모는 감독이 마음대로 뜯어고쳐 버렸다. 바로 주인공인 레이 윈스톤이 그런 경우다. 배가 불룩 튀어나오고 둥글둥글한 얼굴형의 아저씨인 윈스톤은 영화 속에서 2미터 가까운 거구의 근육질 몸매와 강인한 턱이 인상적인 기름한 얼굴로 바뀌었다.
디지털 배우들은 용을 타고 하늘을 날거나 수중에서 괴물들과 싸우는 등 사람이 하기 힘든 연기를 펼치며 북구의 전설인 베오울프 왕의 장쾌한 모험담을 재현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워낙 정교한 그래픽에 정신이 팔려 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과연 저멕키스 감독의 다음 작품은 어떤 내용과 형태가 될 지 궁금하다.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감독판 DVD는 극장에서 삭제된 일부 영상이 추가됐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영상은 화질이 세밀하다. 수염하나와 피부반점까지 세세하게 보이는 영상은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
돌비디지털 5.1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웅장하다. 채널 분리가 좋고 저음이 묵직해 어드벤처 영화를 보는 재미를 한껏 살려준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장면들>
디지털로 만든 영화는 마치 컴퓨터 게임처럼 이질감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물 묘사는 실사와 구분이 안갈 정도로 감쪽같다.
감독판의 묘미는 잔혹 영상에 있다. 사지를 뜯어내고 피를 마시는 등 일부 장면이 잔혹하다.
베오울프는 배우 레이 윈스톤을 모델로 했다. 그러나 목소리만 그대로이고 얼굴과 체형은 컴퓨터를 이용해 근육질로 재창조했다.
컴퓨터그래픽은 소니픽처스 이미지웍스에서 작업했다. 말을 비롯해 배우들은 온 몸에 90개가 넘는 적외선 수신장치(마크)를 붙이고 볼룸이라는 방에서 연기를 했다.
볼룸이라는 방은 사람의 눈에 안보이는 무수한 적외선을 뿜어내는 방으로, 각 면마다 40개의 카메라와 225개의 적외선 센서가 달려있다.
디지털 배우의 장점은 사람이 하기 힘든 연기를 할 수 있으며, 카메라 움직임 또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폴라 익스프레스'보다 한단계 진일보한 것은 바로 'EOG'라는 장치를 도입한 점이다. 이 장치를 얼굴에 붙이면 눈 근육의 움직임을 파악해 눈동자의 움직임과 떨림까지 디지털로 재현할 수 있다.
영화 속 공간은 모형을 만들어 배우들에게 동선을 설명했다. 손에 들고 있는 도구들은 배우들의 몸에 붙어있는 마크를 가리지 않기 위해 철사로 모형을 만들어 사용하도록 했다.
실사와 헷갈릴정도로 똑같은 안젤리나 졸리. 미놀타 3D스캐너를 이용해 배우들의 얼굴, 피부, 손, 발, 혀 등을 스캔해 눈썹의 움직임까지 그대로 살렸다.
디지털 영화의 또다른 장점은 그림처럼 모든 물체가 생생히 보인다는 점.
알란 실버스트리가 담당한 음악도 훌륭했다. 특히 왕비 역을 연기한 로빈 라이트 펜이 직접 부른 'Gently As She Goes' 'A Hero Comes Home' 등의 노래가 좋다. 안젤리나 졸리도 아들인 괴물이 죽을 때 나오는 자장가 'Grendel Lullaby'를 불렀다.
용의 움직임은 베오울프를 연기한 레이 윈스톤이 했다. 저멕키스 감독에 따르면 "그래서 눈이 닮았다"고 한다.
저멕키스 감독이 극중 베오울프와 닮지 않은 외무에도 불구하고 레이 윈스톤을 선택한 이유는 영웅에 잘 어울리는 목소리 때문이었다고 한다.
영화는 실제 신화와 약간 다르다. 원래 베오울프는 덴마크를 떠나 스웨덴에서 왕이 되지만 영화는 베오울프가 그냥 덴마크에 남는 것으로 묘사했다.
이번에는 로버트 드 니로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가 손을 잡았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가 제작하고 로버트 드 니로가 감독한 '굿 셰퍼드'(The Good Shepherd, 2006년)는 1960년대를 배경으로 활동한 CIA 요원의 삶을 다루고 있다.
1961년 CIA가 카스트로의 쿠바 혁명정부를 뒤엎기 위해 피그스만을 침공했다가 실패한 사건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주인공 에드워드(맷 데이먼)의 삶을 통해 가족까지 등을 돌려야 하는 냉혹한 스파이들의 세계를 다뤘다. 액션과 여자에 초점을 맞춘 '007' 시리즈보다 스파이들의 숨막히는 긴장관계를 다룬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에 가까운 작품.
당연히 액션과 볼거리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밖에 없다. 로버트 드 니로의 연출 호흡은 어찌나 유장하던지, 스릴러나 액션물을 기대했다면 수면제가 될 수도 있다.
워낙 제작진과 감독의 이름값이 화려해서 그런지 쟁쟁한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로버트 드 니로 자신은 물론이고 맷 데이먼, 조 페시, 안젤리나 졸리, 알렉 볼드윈, 윌리엄 허트 등이 출연해 연기 대결을 벌인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화질이 무난한 편이다. 색감이 약간 가라앉았으나 사물 윤곽선은 깨끗하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는다. 대신 피아노 타건음 등을 들어보면 고음이 튀지 않아 안정적으로 들린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장면들>
1961년 발생한 미국 CIA의 쿠바 피그스만 침공 사건을 토대로 다뤘다. 영화에 삽입된 실제 기록필름.
맷 데이먼이 연기한 주인공 에드워드는 1954년부터 71년까지 CIA 요원으로 일한 제임스 앤젤톤을 토대로 만든 캐릭터.
영화에서 엘리트들의 이너써클로 묘사한 해골단은 미국 예일대에 실제로 존재하는 Skull & Bones 라는 비밀써클을 다룬 것. 1832년 윌리엄 러셀이 독일 여행중 경험한 비밀종교단체를 흉내내 만들었다. S&B는 조직원인 선배가 성적이 우수한 후배를 추천하면 심사를 거쳐 매년 15명의 멤버만 뽑는다.
새로 뽑힌 S&B 멤버들은 벌거벗은채 돌관에 누워 자신의 성경험담을 고백하는 입회식을 치른다. 멤버들은 졸업후 선배들이 끌어주는 회사, 공직 등에 진출하는 등 강력한 인맥으로 연결된다. 윌리엄 태프트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조지 부시 현 대통령, 헨리 루스 타임지 설립자 등이 S&B 출신이다.
드 니로는 이 영화 제작을 위해 8년 동안 준비했다. CIA 전 요원인 밀턴 비어든과 함께 유럽, 아시아를 여행하며 CIA 공작에 대해 설명을 듣고 이를 토대로 영화의 이야기를 구성했다.
에드워드의 집은 1940년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뉴욕시 먼시 파크에서 촬영.
케네디 대통령 시절인 1961년 4월 벌어진 피그스만 침공 사건은 CIA에서 훈련과 지원을 받은 망명 쿠바인 1,400여명이 쿠바 남쪽의 피그스만을 침공한 사건이다. 그러나 작전은 실패로 끝나 100여명이 사살당하고 1,200여명이 포로로 잡혔다.
이 사건으로 케네디는 CIA를 불신해 덜레스 국장, 케이블 부국장 등을 모두 해임했다. 이후 CIA는 케네디에게 등을 돌리게 됐고, 망명 쿠바인들도 케네디가 지원을 해주지 않아 작전이 실패했다고 생각해 케네디를 미워하게 된다. 또 쿠바는 소련의 지원을 받아 핵 미사일을 배치하기 위해 이를 수송해 오면서 3차 대전위기로 치닫는 쿠바 봉쇄 사태를 야기한다.
영화는 CIA의 작전보다는 스파이 가장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
냉혹한 스파이들의 세계 만큼이나 풍경은 무심하고 비정하다.
CIA의 모진 고문 장면. 결국 고문을 받던 사람은 자살을 택한다.
영화에 대한 미국의 평단은 호의적이었다. "로버트 드 니로의 역작"이라고까지 치켜세웠으나, 지나친 호들갑이라는 생각이다.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Mr & Mrs Smith, 2005년)는 어른들을 위한 결혼에 대한 우화다.
영화속 주인공인 스미스 부부(브래드 피트&안젤리나 졸리)는 연애시절 달콤한 사랑을 꿈꾸며 만나 서로를 알아가는 신혼을 거쳐 어느덧 5~6년이 지나면서 서로에게 무감각해지는 권태기를 맞게 된다. 둘 다 직업이 킬러라는 점 때문에 서로를 터놓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는 점도 한 몫했다.
결과적으로 여기서 돌파구가 되는 것은 직접적인 충돌이다. 영화는 부부의 갈등을 총과 주먹을 사용하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해결한다. 쌓이고 쌓인 서로에 대한 감정을 온 집안을 날려버릴 만큼 강렬한 총격전과 죽일 듯이 주먹을 주고받는 화끈한 부부싸움으로 분출한다.
현실에서 결코 이뤄지기 힘든 일을 다뤘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이 작품은 결혼에 대한 판타지다. 보는 사람도 이를 잘 알기에 죽을 둥 살둥 벌이는 스미스 부부의 사랑싸움을 유쾌하게 볼 수 있다.
결국 스미스 부부는 자신들의 갈등을 외부에서 찾아든 공동의 적에게 총탄 세례로 쏟아부으며 사랑을 회복한다. 지극히 영화적이며 뻔한 결말을 후련한 액션으로 커버했다. 부부간에 결코 감추거나 속이지 말라는 교훈과 함께 막을 내린 이 작품은 '본 아이덴티티'로 명성을 얻은 덕 라이만 감독이 연출했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화질이 훌륭하다. 특별한 잡티하나 없이 깨끗하며 색감도 좋다. 특히 DTS를 지원하는 음향은 후련한 소리를 쏟아낸다. 사방에서 총탄 튀는 소리로 서라운드 효과도 유감없이 발휘한다. 부록으로 감독과 제작자들의 음성해설 2가지가 실려있으며 제작과정과 삭제장면이 들어있는데 그다지 보고 들을 메뉴는 없다.
<파워 DVD 캡처 샷>
각각 직업이 살인청부업자여서 서로에게 말을 하지 못하는 스미스 부부로 출연한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원래 졸리 역할은 니컬 키드먼, 캐서린 제타 존스에게 제의했으나 모두 고사해 졸리가 맡았다. 두 사람은 이 작품을 찍으며 숱한 염문을 뿌려 화제가 됐다.
스미스 부부의 직업이 직업인 만큼 요란한 액션이 심심찮게 나온다.
두 사람이 각각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서로를 죽이라는 명령이 떨어지며 두 사람의 싸움은 시작된다. 그렇지만 두 사람의 싸움은 조직의 명령을 빙자한 둘의 해묵은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이다.
볼 만한 것은 화해한 스미스 부부를 제거하기 위해 양 조직원들이 벌이는 자동차 추격장면. 자동차를 중심으로 360도 회전촬영이 가능한 믹 리그란 장치를 써서 촬영한 이 장면은 아주 박진감 넘친다.
내부의 결속을 위해 전쟁이 필요하다는 속설처럼 두 사람을 뭉칠수 있게 만든 것은 외부의 적이었다.
슬로 모션까지 동원해 가며 촬영한 마지막 총격전은 '첩혈쌍웅' '영웅본색' 같은 홍콩 영화를 연상케 한다. 아닌게 아니라, 대본을 쓴 사이먼 킨버그는 홍콩 느와르 마니아여서 일부러 이 장면에 홍콩 액션을 많이 가미했다.
도미니크 세나 감독의 '식스티 세컨즈'(Gone In 60 Seconds, 2000년)는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한 영화답게 요란한 볼거리로 승부한다.
어떤 차던지 간에 60초안에 훔치는 전설적인 자동차 도둑이 악당에게 위협받는 동생을 살리기 위해 명차 50대를 하룻밤새 훔치는 내용이다. 당연히 사람보다는 자동차가 주인공인 셈인데, 덕분에 화보에서나 봤던 명차들을 줄줄이 구경할 수 있다.
원래는 1974년에 만들었던 B급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 그런데 감독이 액션보다 인물들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약 3분의 2가량은 사실 이야기가 늘어진다.
본격적인 볼거리는 1시간40분쯤 경과한 시점에 등장하는 니컬라스 케이지의 도주장면부터다. 이후 등장하는 자동차 추격 장면과 점프 장면은 그런대로 볼 만 하다.
이번에 새로 나온 스페셜에디션(SE)판 DVD는 극장에서 볼 수 없었던 11분을 새로 추가한 판본. 그러나 도대체 어떤 장면이 추가됐는 지 알 수가 없다. 액션장면이었다면 또렷이 기억날텐데, 그렇지 않은 것으로 봐서 틀림없이 인물들의 관계를 설명하는 지리한 부분이 늘어난 모양이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영상은 화질이 좋은 편. 색감도 괜찮고 사물의 윤곽선도 또렷하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자동차마다 다른 엔진음을 잘 살렸다. 서라운드 효과도 좋고 채널별 분리도도 훌륭하다.
<파워 DVD 캡처 샷>
포르쉐, 페라리, 벤츠, 재규어 등 세계의 명차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전설적인 자동차 도둑으로 등장하는 니컬라스 케이지.
안젤리나 졸리도 자동차 도둑으로 등장.
도심에서 벌어지는 자동차 추격전은 꽤나 속도감있다.
니컬라스 케이지가 몰고 달아나는 67년형 셀비 무스탕 GT500.
점프한 경찰차가 포크레인의 삽에 내리꽂히는 장면은 삽 부분에 타이어를 쌓아놓고 촬영.
하이라이트는 늘어선 차량들을 넘어 점프하는 장면. 점프해서 착지하는 장면은 스턴트, 자동차 위에서 내려다본 장면은 디지털 합성, 니컬라스 케이지의 운전 모습은 블루 스크린으로 찍어서 합성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알렉산더>(Alexander, 2004년)는 1억5천만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인 만큼 기대가 컸으나 실망 또한 큰 작품이 돼버렸다. 정복자 알렉산더 대왕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스펙터클한 전쟁씬이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가우가멜라와 인도 전투를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볼거리를 제공하지 못했다.
<닉슨> <도어즈> 등에서 보여줬듯이 올리버 스톤 감독이 이번에도 볼거리 보다는 인물의 내면 세계에 카메라를 들이댔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3시간의 상영 시간은 강의를 듣는 것처럼 지루하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평범한 편. 전체적으로 색감이 가라앉아 있으며 중경과 원경은 샤프니스가 떨어진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대작답게 요란한 서라운드 효과를 자랑한다. 가우가멜라 전투의 말발굽 소리, 인도 전투의 코끼리 군대의 돌격 소리는 무서울 정도로 박진감있다.
<파워 DVD 캡처샷>
플래시백을 사용한 도입부. 영화는 알렉산더의 측근이었던 프톨레마이오스(앤소니 홉킨스)의 회상으로 시작된다.
논란이 된 두 인물. 그리스인인데도 불구하고 금발로 등장하는 알렉산더 역의 콜린 파렐과 1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알렉산더의 어머니 역할을 한 안젤리나 졸리.
헬기까지 동원해 모로코 사막에서 촬영한 가우가멜라 전투는 박진감 넘친다. 이 장면은 실제 촬영분에 프랑스의 BUF사에서 만든 컴퓨터 그래픽을 덧씌운것.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한 고대 바빌론시. 지금은 사라진 고대 7대불가사의였던 바빌론의 공중정원까지 재현했다.
알렉산더 연구가인 영국 옥스포드대학의 로빈 레인 폭스 교수에 따르면 알렉산더는 양성애자였다.
인도 코끼리군단과 마케도니아 군대가 맞부딪친 인도 전투도 박진감 넘친다. 인도 전투장면은 인도가 아닌 태국의 식물원에서 촬영.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샤크'(Shark Tale, 2004년)는 늘어지는 이야기에 비해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영상만큼은 감탄을 자아낼 만큼 훌륭하다. 특히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 영상으로 펼쳐지는 DVD의 화질은 입이 딱 벌어질만큼 훌륭하다. '인크레더블'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작품답게 색감도 풍부하고 흠잡을 곳 하나없이 매끄러운 영상을 자랑한다.
아쉬운 것은 진부한 구성. 바다속이라는 배경 자체가 이보다 앞서 개봉한 '니모를 찾아서'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고 '대부' '타이타닉' '죠스' '씨비스킷' 등 온갖 영화를 풍자한 장면들도 패러디의 날카로움보다는 그저 상영 시간을 채우기 위한 소품처럼 보인다. 그나마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들의 특징을 살린 물고기 캐릭터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돌비디지털 5.1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있다.
<파워 DVD 캡처 샷>
바다속 도시는 뉴욕의 타임 스퀘어를 그대로 옮겨 놓았다.
주인공 오스카와 애인 앤지의 목소리는 윌 스미스와 르네 젤위거가 연기.
의외의 캐릭터는 복어 사익스의 목소리를 연기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
이 작품은 실제와 유사하게 살려낸 앰비언트 조명이 환상적이다.
요부 물고기는 안젤리나 졸리가 목소리를 녹음.
'씨비스킷'을 연상케하는 해마들의 경주장.
'대부'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만드는 상어 두목 아들의 장례식. 상어 두목의 목소리는 로버트 드니로가 연기.
스카이캡틴의 모험을 다룬 '월드 오브 투모로우'(Sky Captain and The World of Tomorrow, 2004년)는 독특한 영상이 눈길을 사로잡는 영화다.
이 작품은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천공의 성 라퓨타'처럼 19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 미래에서나 볼만한 기상천외한 기기들이 등장한다. 거리에는 빌딩만한 로봇들이 걸어다니고 상공에는 날개를 퍼덕이는 비행기들이 날아다닌다. 그런가하면 주인공 스카이캡틴의 프로펠러 전투기는 하늘 뿐만 아니라 잠수함처럼 바닷속도 돌아다닌다. 연료가 떨어지면 하늘에 떠있는 항공모함에 착륙하면 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같은 영상이 모두 가짜라는 것. 사람들을 빼놓고 건물, 기기 등 대부분이 컴퓨터 그래픽의 산물이다.
주드 로, 기네스 팰트로 등 배우들은 아무것도 없는 블루 스크린에서 허공을 바라보며 연기를 했고 이렇게 촬영한 영상에 컴퓨터로 배경과 각종 기기들을 그려 넣었다. 그러나 덧입힌 영상은 전혀 어색하지 않고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희한한 볼거리가 많이 등장하는 만큼 황당한 내용을 떠나 그림만 봐도 즐거운 영화다. 감독을 한 케리 콘란과 미술을 맡은 케빈 콘란 형제의 아이디어를 높이 살 만한 작품.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최신작답게 깔끔한 화질을 선보인다. 특히 부드러운 윤곽선과 컬러 영화면서 황갈색, 청색 등 단색 분위기를 내는 색조는 오래된 사진을 보는 듯한 정감을 불러 일으킨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 또한 발군이다. 채널별 음량이 풍부하며 소리가 골고루 안배돼 있어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파워 DVD 캡처 샷>
뉴욕을 침공한 거대 로봇들. 뒤에 보이는 뉴욕 풍경은 1930년대 건축가이자 미술가였던 휴 페리스의 목탄화에서 영감을 얻어 CG로 만든 것.
새처럼 무쇠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가는 괴비행체들. 마치 만화책의 한 페이지 같다.
스카이캡틴의 전투기는 비상시에 물 속을 항해하는 잠수함으로 변신한다.
하늘에 떠 있는 항공모함은 30년대 산업디자이너였던 노만 빌게티의 아이디어인 공중 활주로에서 착안했다.
스카이캡틴의 친구로 등장하는 안젤리나 졸리. 검은색 제복과 안대가 잘 어울렸다.
스카이캡틴을 연기한 주드 로와 신문기자 폴리를 연기한 기네스 펠트로. 주드 로는 이 작품이 마음에 들어 제작자로도 나섰다.
이 작품은 2년 반 동안 제작됐으나 실제 배우들이 촬영한 것은 28일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컴퓨터 그래픽 작업에 소요됐다.
악당인 토텐코프의 얼굴은 작고한 대배우 로렌스 올리비에이다. 이 영화는 이밖에도 오래된 고전 영화들을 풍자한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하늘에 떠 있는 항공모함은 30년대 산업디자이너였던 노만 빌게티의 아이디어인 공중 활주로에서 착안했다.
'슈렉'을 만든 제작자 제프리 카젠버그와 비키 젠슨 감독은 '샤크'(Shark Tale)를 통해 바다속 용궁을 풍자의 세계로 바꿔 놓았다. 형형색색의 산호로 네온사인처럼 빛나는 '코랄콜라' '겁' '피쉬킹' 등 유명 상표를 빗댄 간판과 생선회집 등이 들어찬 바다속 거리는 영락없는 뉴욕 타임스퀘어와 라스베이거스, 일본의 긴자거리를 빼다 밖았다.
거리 뿐만 아니라 등장 캐릭터까지 실존 인물들을 흉내냈다. 떠벌이 물고기인 주인공 오스카는 윌 스미스, 바다속 마피아 격인 상어 대부 돈 리노는 로버트 데니로, 돈벌이에만 급급한 얌체 복어 사익스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닮았다. 화려한 지느러미를 뽐내는 롤라는 안젤리나 졸리, 오스카를 사랑하는 앤지는 르네 젤위거, 채식주의자 상어 레니는 잭 블랙이다. 여기에 해당 인물들이 목소리 연기까지 맡아서 마치 실제 배우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그러나 이 작품은 현실을 흉내낸 웃음거리가 전부는 아니다. 상어를 죽였다는 거짓말로 영웅이 된 오스카와 그를 연일 대서특필하는 언론의 모습은 돈벌이로 연결되는 현대 미디어의 병폐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다만 그림이 너무 화려하다보니 미처 메시지를 챙길 겨를이 없다. 드림웍스는 글렌데일 CG스튜디오에서 개발한 스쿼시 & 스트레치 기법을 이용해 출렁이는 물결에 따라 흔들리는 해초 등을 자연스럽게 묘사했다. 또 이번 작품에 쓰인 글로벌 일루미네이션 솔루션 기법은 물결에 따라 변하는 그림자와 물의 반짝임 등을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실감나게 표현했다.
그렇지만 마천루와 네온사인이 가득찬 물고기들의 해저 도시는 너무 현란해 물 속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또 마사 스튜어트, 제시카 심슨 등 풍자 대상이 된 유명인들이 우리에게 익숙한 사람들이 아니어서 풍자의 묘를 느끼기 쉽지 않다는 점은 옥의 티다.
바다속 세계를 다룬 비슷한 작품인 '니모를 찾아서'가 쉬운 줄거리와 예쁜 캐릭터로 어린 관객들을 겨냥했다면 이번 작품은 실제 배우를 닮은 캐릭터와 어른들의 유머, 현실 풍자 등 여러가지 면에서 성인취향에 가깝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항상 흔들리는 인물에 초점을 맞춘다. '플래툰'의 크리스(찰리 쉰), '닉슨'의 닉슨 대통령, '도어즈'의 짐 모리슨, '올리버 스톤의 킬러'의 미키(우디 해럴슨) 등 그가 다룬 인물들은 모두 선과 악의 경계선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끊임없이 흔들리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어느 한 곳에 발을 딛지 못하고 선과 악을 오가며 혼란스런 모습을 보여준다. 어찌보면 이런 모습들이 누구나 갖고 있는 인간의 진솔한 모습일 수 있다.
그래서 올리버 스톤 감독은 어느 한 쪽의 시각에 치우쳐 답을 내리려하지 않고 인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만큼 그가 다루는 인물의 내면은 풍성하다. 대신 관객들이 느끼는 혼란은 당연한 반대 급부다. 그렇다보니 그의 작품에는 항상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에 내놓은 신작 '알렉산더'(Alexander)도 마찬가지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알렉산더를 위대한 군주와 개인적인 욕심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인물로 묘사했다.
부왕 필립 2세(발 킬머)의 암살로 20세에 마케도니아의 왕이 된 알렉산더(콜린 파렐)는 아버지의 명성을 뛰어넘기 위해 페르시아와 무리한 전쟁을 벌인다. 그는 가우가멜라 전투에서 무적으로 꼽히는 다리우스왕의 전차 군대를 격파하고 장장 8년 동안 동방 원정을 계속한다. 누구도 이룩한 적 없는 대제국을 건설했으나 알렉산더의 욕심은 그치지 않아 부하들의 원성에도 불구하고 인도 깊숙히 들어갔다가 독살이 의심되는 열병에 걸려 33세의 나이로 숨을 거둔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해설자인 톨레미(안소니 홉킨스)의 입을 빌려 알렉산더의 생애를 3시간 동안 연대기처럼 나열한다. 드넓은 사막에서 수 만명이 엉키는 가우가멜라 전투와 코끼리떼를 향해 말을 타고 돌진하는 알렉산더의 위용을 드러낸 인도 전투 등 현란한 볼거리는 눈을 어지럽게 만든다. 특히 6개월 동안 7개국을 돌며 촬영한 장엄한 풍광과 산중에 세워진 발크 요새, 거대한 바빌론 성문 등은 숨막힐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차라리 여기서 그쳤다면 이 영화는 '트로이' '글래디에이터'처럼 잘 만든 오락거리의 자리는 굳혔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올리버 스톤 감독은 변함없이 자신만의 인물 평가라는 돋보기를 들이대 관객을 혼란속으로 몰아넣는다.
특히 스톤 감독은 그리스인인 알렉산더의 머리를 금발로 물들이고 백인으로 알려진 왕비 록산느를 흑인으로 묘사한 점, 친구 헤파이션(자레드 레토)과의 동성애, 끊임없이 시달리는 부친에 대한 콤플렉스 등을 집어넣어 스스로 논란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갔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논리정연하게 묘사되지 않아 지루하고 복잡한 영화가 돼버렸다. 아마도 스톤 감독은 지금까지 작품에서 보여준 자신만의 인물 묘사로 색깔을 드러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화려하고 장엄한 볼거리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린 모양이다. 결국 감독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알렉산더는 관객마저 어지럽게 흔들고 말았다.
그나마 영화로 혼란스러운 머리를 틈틈히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은 반젤리스의 서정적인 음악 덕분이다. '1492 콜럼버스' 이후 오랜만에 영화 음악으로 돌아온 그리스의 작곡가 반젤리스는 특유의 감성으로 관객의 마음을 보듬는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영상보다 음악이 더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