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알폰소 쿠아론 4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4K 블루레이)

해리포터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인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Harry Potter And The Prisoner Of Azkaban, 2004년)는 지금까지 나온 시리즈 가운데 가장 어둡다. 마법사들의 감옥인 아즈카반에서 살인마가 탈출하며 빚어지는 사건을 다룬 이 작품은 공포물에 가까울 만큼 어둡고 음침하며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조장한다. 메가폰은 '이투마마'를 만든 멕시코 출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잡았다. 그는 짜임새있는 화면 구성으로 1, 2편 못지않은 재미를 주었다는 평을 들었다. 간혹 늑대인간처럼 컴퓨터 그래픽이 어설픈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재미있게 볼 만한 작품이다. 어차피 해리포터 같은 판타지 시리즈에서 큰 기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작품이다. 2160..

이 투 마마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재기발랄한 영화 '이 투 마마'(Y Tu Mama Tambien, 2001년)는 십대들의 성장담을 그린 청춘물이다. 두 친구가 사촌의 아내인 매력적인 여성과 함께 바다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또래 아이들이 그렇듯 두 친구의 머릿속에는 온통 여자, 그것도 잠자리에 대한 생각 뿐이다. 여기에 바람피운 남편에 대한 원망 때문에 충동적으로 길을 떠난 여인은 아이들의 일탈을 돕는다. 로드무비 형식을 띤 이들의 여정은 참으로 파격적이다. 차 속에서 세 사람이 나누는 직설적인 성에 대한 대화도 그렇고, 호텔 방에서 털어놓는 황당한 성적 일탈에 대한 고백도 충격적이다. 급기야 세 사람은 모든 것을 내려 놓고 하나가 된다. 참고로 제목은 '너의 엄마도...'란 뜻이다. 두 친구 중 하나가 ..

그래비티 (블루레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Gravity, 2013년)는 SF영화라기 보다 공포영화에 가깝다. 이 작품에는 두 가지 두려움이 나온다. 우선 첫 째는 끝모를 적막한 공간이 주는 절대 고독의 두려움, 즉 영화적 스토리가 주는 두려움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는 역설적 공간이다. 가장 탁트인 드넓은 공간이면서도 주인공을 옴짝달쌀 못하게 옥죄는 감옥처럼 역설적 이중성을 띄고 있다. 그 속에서 주인공은 '127시간'의 등장인물처럼 절대 고독과 마주한다. 더불어 이 영화는 갈등 구조를 빚어내는 적(適)이 없다. 소리마저 삼켜 버리는 우주 공간에 홀로 남겨진 여주인공이 상대해야 하는 적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적, 바로 자신이다. 절대 고독의 두려움 스스로 갖는 두려움은 시간이 흐를 수록 단단해져 희망의 ..

사랑해 파리

20명의 영화감독들이 프랑스 파리에 모였다. 이유는 한가지, 사랑의 도시 파리를 찬미하기 위해서다. 면면들도 쟁쟁하다. '슈팅 라이크 베컴'의 거린더 차다, '굿 윌 헌팅'의 구스 반 산트, '파고'의 코엔 형제, '화양연화'를 찍은 크리스토퍼 도일,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알폰소 쿠아론, '스크림'의 웨스 크레이븐, '사이드웨이'의 알렉산더 페인 등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다양한 색깔을 지닌 감독들이 모였다. 이들에게 주어진 조건은 파리 시내 20개구 가운데 한 곳을 골라서 5분 내외의 영상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옴니버스 영화 '사랑해 파리'(Paris, Je T'Aime, 2006년)다. 개성강한 감독들이 모이다 보니 각 편의 이야기도 다양하다. 흡혈귀의 사랑부터 중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