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에드워드 노튼 10

머더리스 브루클린(블루레이)

추리 소설사에 보면 희한한 탐정들이 많이 등장한다. 작가 어니스트 브라머가 쓴 '브룩벤드 주택의 비극'에 등장하는 맥스 캐러도스는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고, 앨러리 퀸의 'X의 비극'과 'Y의 비극'에 나오는 명탐정 드루리 레인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 클레이튼 로슨의 대표작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에 나오는 멀리니는 마술사 탐정이며, 87분서 시리즈로 유명한 에드 맥베인이 커트 캐넌이라는 필명으로 쓴 '주정뱅이 탐정'의 주인공 커트 캐넌(작가와 이름이 같다)은 제목 그대로 술주정꾼이다. 심지어 아일랜드의 JB 오설리번이 쓴 '홀린 죽음'에 등장하는 탐정은 유령이다. 독특하기로 따지면 '머더리스 브루클린'(Motherless Brooklyn, 2019년)의 주인공 라이어넬(에드워드 노튼)도 뒤지지..

페인티드 베일(블루레이)

사람들이 인생이라 부르는 오색 베일을 들추지 마라.(Lift not the painted veil which those who live call life) 퍼시 셀리의 시 '오색 베일을 들추지 마라'(Lift not the painted veil)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사람들은 오색으로 빛나는 베일 너머에 특별한 무엇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걷어보지만 막상 그 뒤에 있는 것이 꼭 희망적인 것만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소설가 서머셋 모옴은 이 시와 젊어서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읽은 단테의 신곡 중 '연옥'편에 나오는 피아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소설을 구상한다. 남편은 아내 피아가 죽기를 바라며 말라리아가 무섭게 퍼지는 성에 가둔다. 그곳에서 피아는 병에 걸려 서서히 죽어 간다. 모옴은 1925년..

아메리칸 히스토리X(블루레이)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공격하는 증오 범죄의 이면에는 일종의 공포심이 도사리고 있다.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상대를 배척하며 나아가서 폭력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증오 범죄가 야기하는 폭력은 나약함의 발로이자 비겁함의 증거이기도 하다.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인종 혐오다. 특히 미국 같은 다인종 다민족 국가에서는 인종 혐오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생존을 위해서였지만 지금은 권력의 향유를 꾀한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토니 케이 감독의 '아메리칸 히스토리 X'(American History X, 1998년)는 인종 범죄의 부당성을 에드워드 노튼이 연기한 데릭 빈야드라는 인물을 통해 웅변하듯 보여준다. 한때 신나치 그룹의 영웅이었던 데릭은 자동차를 훔치러 온 흑인..

인크레더블 헐크 (4K 블루레이)

세상살이 쉽지 않다. 특히 팍팍한 삶 속에 부조리로 가득찬 뉴스를 보노라면 공분을 느낄 때가 많다. 헐크는 그런 현대인의 마음이 빚어낸 괴물이다. 루이스 리테리어 감독의 '인크레더블 헐크'(The Incredible Hulk, 2008년)는 헐크와 헐크보다 더 추악한 사람들의 욕심이 격돌하는 영화다. 형이상학적 이야기에 몰두했던 이안 감독의 전편과 달리 이 작품은 헐크의 분노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기본 설정은 스탠 리의 원작 만화 및 1970년대 TV 시리즈와 다를게 없지만 뻥튀기된 악당 덕분에 액션은 속도감있고 박력 넘친다. 악이 강할 수록 아드레날린 분출은 배가 된다는 액션 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 영화다. 이야기만 놓고보면 전작보다 낫고, 배역도 잘 어울렸다. 청출어람, 1편을 능가한..

버드맨

올해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 감독, 각본, 촬영상 등 4개 부문을 몰아서 받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버드맨'(Birdman, 2014년)은 보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만한 영화다. 주인공이 겪는 내적 갈등과 혼란을 쉽게 공감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배우 리건은 스파이더맨이나 슈퍼맨처럼 원작 만화를 토대로 만든 블록버스터 '버드맨'으로 한때 잘나갔던 할리우드 배우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 더 이상 버드맨으로 설 수 없게 된 그는 브로드웨이 연극 무대에서 배우로서 제 2의 인생에 도전한다. 리건은 진정한 연기파 배우로 거듭나고 싶어하지만 여전히 그에게는 버드맨의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 감독은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영상으로 주인공의 고뇌를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문제는 그의 고뇌가 ..

영화 2015.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