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에밀리 브라우닝 4

레전드 (블루레이)

브라이언 헬겔랜드 감독의 '레전드'(Legend, 2015년)는 재미나 영화적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은 아니지만 이면에 숨어있는 사건의 진실이 관심을 끄는 영화다. 이 영화는 실화다. 1960년대 영국에서 전설적인 갱이었던 크레이 형제의 이야기를 다뤘다. 쌍둥이인 레지 크레이와 로니 크레이 형제는 특이하게도 1960년대 더 펌(the firm)이라는 회사를 차려 기업형 범죄를 저지른 갱들이다. 이들은 처음에 뒷골목에서 돈이나 갈취하는 폭력배로 출발했지만 곧 이재에 밝은 레슬리 페인이 합류하면서 클럽들을 인수해 상류층까지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프랭크 시나트라, 주디 갈란드, 바바라 윈저 등 연예인 및 유명 국회의원 등 상류층까지 사로잡으며 합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조직범죄를 저질렀다. 연예인들에게 경..

갓 헬프 더 걸(블루레이)

스튜어트 머독 감독이 만든 '갓 헬프 더 걸'(God Help the Girl, 2014년)은 유쾌하고 따뜻하면서 사랑스런 영화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우선 감독 이름이 낯익을 수 있다. 스코틀랜드의 모던 포크록 밴드 벨앤세바스찬의 보컬이자 리더인 바로 그 스튜어트 머독이다. 머독은 2003년 조깅을 하던 중 우연히 떠오른 악상으로 곡을 만들고 내친 김에 영화까지 구상했다. 내용은 그들만의 음악을 선보이기 위해 친구들끼리 밴드를 만드는 이야기다. 언뜻보면 벨앤세바스찬 이야기와 닮았다. 벨앤세바스찬도 스튜어트 머독이 대학 시절 수업을 듣다가 기말고사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친구들 6명과 밴드를 만든 것이 계기였다. 그만큼 영화에는 감독의 개인적 경험과 음악이 잘 녹아 있어 이야기에 설득력이 있다. ..

폼페이 최후의 날 (블루레이)

이탈리아 남부에 존재했던 폼페이는 흔히 시간이 멈춘 도시로 불린다. 서기 79년 8월24일 분출한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도시가 18시간 만에 잿더미가 돼서 사라졌다. 그런데 워낙 뜨거운 화산재가 덮치면서 사람들은 순식간에 얼어붙듯 굳어 버렸다. 심지어 그릇에 담긴 음식물까지 그대로 화석이 되면서 당시 생활상과 풍습이 타임캡슐처럼 보존됐다. 폴 W.S 앤더스 감독의 '폼페이 최후의 날'(Pompeii, 2014년)은 이 같은 폼페이시의 비극을 토대로 만든 재난 영화로, 글래디에이터에 타이타닉이 결합된 듯한 작품이다. 즉, 로마 검투사 이야기에 신분을 뛰어넘어 이뤄지기 힘든 사랑이 가미됐다. 밑도 끝도 없이 화산 폭발만 다룰 수 없으니, 여기에 부자와 가난뱅이의 사랑을 다룬 타이타닉처럼 검투사와 로마 여인의..

써커펀치 (블루레이)

잭 스나이더 감독의 '써커펀치'(Sucker Punch, 2011년)는 만화와 게임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무비다. 발칸을 들고 시공간을 뛰어넘어 등장한 사무라이와 공룡이 불을 뿜고 비행선이 나르는 전장에서 폭격기와 자동소총으로 결투를 벌이는 장면은 영락없는 비디오 게임이다. 여기에는 '300' '새벽의 저주' '왓치맨' 등을 만든 잭 스나이더의 만화적 상상력과 '귀무자' '데빌메이크라이' 등 줄거리에 따라 스테이지가 바뀌는 비디오게임의 구성이 결합됐다. 따라서 리얼리티를 논하는 것은 이 영화에서 의미가 없다. 심지어 비디오게임을 해보지 않았다면 스테이지 구성 형태의 이야기를 따라가기도 버겁다. 그만큼 액션에 치중한 나머지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가 무너진 것이 이 영화의 한계다. 오죽했으면 줄거리조차 이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