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국 36

페인티드 베일(블루레이)

사람들이 인생이라 부르는 오색 베일을 들추지 마라.(Lift not the painted veil which those who live call life) 퍼시 셀리의 시 '오색 베일을 들추지 마라'(Lift not the painted veil)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사람들은 오색으로 빛나는 베일 너머에 특별한 무엇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걷어보지만 막상 그 뒤에 있는 것이 꼭 희망적인 것만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소설가 서머셋 모옴은 이 시와 젊어서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읽은 단테의 신곡 중 '연옥'편에 나오는 피아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소설을 구상한다. 남편은 아내 피아가 죽기를 바라며 말라리아가 무섭게 퍼지는 성에 가둔다. 그곳에서 피아는 병에 걸려 서서히 죽어 간다. 모옴은 1925년..

원데이(블루레이)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데이비드 니콜스의 소설 '원데이'는 독특한 연애소설이다. 1988년부터 20년간 매년 7월15일에 벌어지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다뤘다. 성 스위딘 축일(Saint Swithin's Day)이라고 부르는 7월15일은 영국 사람들에게 특별한 날이다. 사후에 수호 성인으로 축성된 윈체스터 대성당의 스위딘 주교를 기리는 이날 대성당 앞 그의 묘 위에 비가 내리면 40일간 비가 쏟아지고 그렇지 않으면 맑은 날씨가 이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소설은 이날 두 남녀의 사랑과 운명이 엇갈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고교 졸업식에 우연히 만난 동창생인 두 남녀는 하룻밤을 보낸 뒤 만남과 이별을 거듭한다. 어떨때는 애뜻함과 즐거움이 이어지고 어떨때는 무심함과 무관심으로 서로를 찾지 않는다. 그러면서 20년이 ..

런던 해즈 폴른(블루레이)

바박 나자피 감독의 '런던 해즈 폴른'(London Has Fallen, 2016년)은 제목 그대로 런던이 무너져 내릴 만큼 요란한 테러 행위를 그린 액션물이다. 내용은 영국 수상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전 세계 28개국 정상들이 런던에 모이는 순간을 노려 아랍의 테러단체들이 동시 다발적인 테러를 벌이는 이야기다. 미국의 폭격으로 가족을 잃은 테러범들은 미국 대통령을 납치해 인터넷으로 처형하는 장면을 생중계하고 싶어 한다. 이를 막기 위해 대통령의 경호원인 마이크 배닝(제라드 버틀러)이 고군분투하며 슈퍼맨 같은 활약을 펼친다. 초반 20분 동안 일어나는 테러 장면이 압권이다. 첼시교가 끊어지고 웨스트민스터 사원이 무너져 내리는 등 런던의 명물들이 마구 파괴된다. 처음부터 화끈한 액션에 목적을 둔 만큼 ..

예스터데이(4K 블루레이)

대니 보일 감독의 '예스터데이'(Yesterday, 2019년)는 발칙한 상상력이 빚어낸 이야기로 비틀스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게 만드는 영화다. 간단하게 말해 비틀스에 대한 헌사다. 내용은 어느 날 갑자기 지구에 찾아온 순간 정전 이후 세상 사람들은 비틀스에 대한 존재를 까맣게 잊는다. 비틀스뿐만 아니라 코카콜라도 사라진다. 마치 처음부터 세상에 없었던 것처럼 비틀스는 아예 구글 검색에 등장하지도 않으며 사람들은 그들의 존재와 노래를 전혀 모른다. 단 무명 가수인 잭 말릭(히메시 파텔)만 유일하게 비틀스의 노래를 기억한다. 뜻하지 않은 사건에 어리둥절하던 말릭은 비틀스의 노래를 자신의 노래처럼 다시 부르고, 세상은 유래 없는 명곡에 열광한다. 비틀스가 처음에 등장했을 때 누렸던 영광을 말릭이 다시 누리게..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4K 블루레이)

해리포터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인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Harry Potter And The Prisoner Of Azkaban, 2004년)는 지금까지 나온 시리즈 가운데 가장 어둡다. 마법사들의 감옥인 아즈카반에서 살인마가 탈출하며 빚어지는 사건을 다룬 이 작품은 공포물에 가까울 만큼 어둡고 음침하며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조장한다. 메가폰은 '이투마마'를 만든 멕시코 출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잡았다. 그는 짜임새있는 화면 구성으로 1, 2편 못지않은 재미를 주었다는 평을 들었다. 간혹 늑대인간처럼 컴퓨터 그래픽이 어설픈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재미있게 볼 만한 작품이다. 어차피 해리포터 같은 판타지 시리즈에서 큰 기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작품이다. 2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