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국 36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블루레이)

영국의 앤 여왕은 비운의 통치자였다. 그의 아버지인 국왕 제임스 2세는 권력이란 신이 주신 것이라며 의회에 맞서다가 쫓겨났다. 이후 윌리엄 3세를 거쳐 앤이 여왕 자리에 올랐으나 강력한 의회의 견제 때문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여기에 유럽은 스페인 왕위 계승을 둘러싸고 둘러 쪼개져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영국은 네덜란드, 오스트리아와 손잡고 스페인 왕좌를 차지하려는 프랑스, 스페인과 맞서 싸웠다. 하지만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고 길어지면서 영국에서는 철수를 주장하는 평화파와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전쟁파가 팽팽이 맞서면서 국론은 둘로 갈렸다. 여기에 오랜 전쟁으로 국민들은 지치고 나라의 재정은 고갈돼 가고 있었다. 그만큼 앤 여왕은 내우외환에 시달렸다. 이때 지치고 힘든 여왕의 곁에서 그를 ..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블루레이): 끔찍한 젊은날의 기억

사람의 기억이란 시간이 지나면 미화되거나 과장되는 등 왜곡되기 마련이다. 특히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라면 온전한 기억을 간직하기란 쉽지 않다. 리테쉬 바트라 감독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The Sense of an Ending, 2017년)는 왜곡된 젊은 날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다. 줄리언 반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어느 노인이 젊어서 좋아했던 여인의 기억을 되짚어가는 내용이다. 주인공 노인은 가치관 등 여러가지가 여인과 맞지 않아 헤어졌고, 그 여인이 친구와 사귀는 것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바트라 감독은 노인이 기억을 더듬는 과정을 마치 미스터리 소설처럼 수수께끼를 풀 듯 헤쳐 나간다. 아름답고 빛났던 청춘의 한때라고 여겼던 기억의 이면에는 돌이킬 ..

브리짓 존스의 일기: 열정과 애정(블루레이)

브리짓 존스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은 낙천성이다. 그는 어떤 곤란한 상황에서도 포기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이를 긍정적 에너지로 받아들인다. 낙하산이 잘못 떨어져 돼지우리에 곤두박질치거나 자동차가 심하게 튀긴 빗물을 홀랑 뒤집어 써서 새로 맞춘 옷과 머리가 몽땅 젖어도 그는 개의치 않는다. 오물투성이가 된 채로 방송을 하고 연인을 찾아간다. 그런 낙천성과 대책없는 저돌성이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짠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브리짓 존스 시리즈는 하이틴 로맨스 같은 판타지에 가깝다. 아무리 힘들게 비비 꼬여도 결국 아름다운 사랑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워킹타이틀이 만드는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장점이면서 흥행 포인트이기도 하다. 적어도 영화보는 동안 관객들은 복잡한 세상사를 잊고 브리짓 존..

레전드 (블루레이)

브라이언 헬겔랜드 감독의 '레전드'(Legend, 2015년)는 재미나 영화적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은 아니지만 이면에 숨어있는 사건의 진실이 관심을 끄는 영화다. 이 영화는 실화다. 1960년대 영국에서 전설적인 갱이었던 크레이 형제의 이야기를 다뤘다. 쌍둥이인 레지 크레이와 로니 크레이 형제는 특이하게도 1960년대 더 펌(the firm)이라는 회사를 차려 기업형 범죄를 저지른 갱들이다. 이들은 처음에 뒷골목에서 돈이나 갈취하는 폭력배로 출발했지만 곧 이재에 밝은 레슬리 페인이 합류하면서 클럽들을 인수해 상류층까지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프랭크 시나트라, 주디 갈란드, 바바라 윈저 등 연예인 및 유명 국회의원 등 상류층까지 사로잡으며 합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조직범죄를 저질렀다. 연예인들에게 경..

패트리어트 늪속의 여우(4K 블루레이)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만든 '패트리어트 늪속의 여우'(The Patriot, 2000년)는 미국 독립전쟁 당시 활약했던 민병대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독립전쟁 당시 미국은 대부분 농부였던 민병대에 상당 부분 의존했다. 이들은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했으나 지리에 익숙한 이점을 살려 영국 정규군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펼쳐 승리를 이끌었다. 영화는 이들에 초점을 맞춰 실존했던 인물과 전투를 기반으로 극적인 이야기를 만들었다. 멜 깁슨이 연기한 주인공은 '늪속의 여우'로 알려진 실존 인물 프랜시스 매리언 이야기에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민병대 지도자였던 앤드류 피킨스 장군, 토마스 섬터 등의 이야기를 섞었다. 프랜시스 매리언은 민병대를 이끌며 게릴라 전술로 영국군과 싸움을 벌인 전설적인 인물. 하지만 영화 개봉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