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오카다 마리코 5

꽁치의 맛(블루레이)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작품들은 편안해서 좋다. 마치 일기장을 들여다보듯 우리네 소소한 일상 속 흔한 얘기들이 담담하게 펼쳐진다. 그러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에서 새삼 거장의 무게를 느낀다. '꽁치의 맛'(秋刀魚の味, 1962년)도 마찬가지. 이 작품은 '만춘' '가을 햇살' 등 그의 전작들에서 되풀이된 홀로 된 부모가 딸을 시집보내고 쓸쓸한 황혼을 맞는 이야기다. 류 치슈, 오카다 마리코, 미카미 신니치로, 나카무라 노부오 등 출연진도 '가을 햇살'과 상당 부분 겹친다. 다른 점이 있다면 '가을 햇살'이 혼자 남은 나이 든 중년 여성이 과년한 딸 걱정을 다뤘다면 이 작품은 혼자 남은 중년 남성의 외동딸 걱정을 다뤘다. 근저에는 아버지가 됐든, 어머니가 됐든, 딸이 됐든 모두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걱..

가을 햇살 (블루레이)

딸과 함께 사는 홀어미는 어느덧 혼기가 찬 딸의 결혼을 서두른다. 딸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홀어미를 혼자 놔두고 시집 갈 엄두가 나지 않아 쉽게 말을 못한다. 그 마음을 알기에 지인들은 어머니의 재혼을 준비한다. 하지만 딸은 막상 어머니가 재혼한다니 왠지 서운한 생각이 든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복잡 미묘한 심경. 오즈 야스지로 감독은 딸과 어머니의 안타까운 마음에 카메라를 댔다. '가을 햇살'(1960년)은 그런 영화다. 얼핏 보면 오즈 야스지로가 1949년에 만든 '만춘'을 닮았다. 아닌게 아니라 '만춘'이 딸을 시집 보내는 아비의 마음이라면, 이 작품은 이를 그대로 뒤집어 어미의 마음을 담았다. 재미있는 점은 '만춘'에서 딸로 나온 하라 세츠코가 이번에는 어머니를 연기한다. 언제나 그렇듯,..

배가본드 - 사무라이 3 간류도의 결투

이나가키 히로시 감독이 만든 '사무라이' 3부작 가운데 마지막 편이 '간류도의 결투'(1956년)다. 미야모토 무사시가 오랜 수련을 끝내고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소일을 할 때 당대 최고의 무사라는 사사키 코지로의 도전을 받고 간류도에서 최후의 대결을 펼치는 내용이다. 무사시가 소소한 싸움을 벌이고 두 여인의 애정공세에 괴로워하는 기본적인 설정은 전작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다만 전작들보다 무사시의 언행이 진중해져서 수련의 깊이가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히로시 감독의 사무라이 시리즈는 액션이 화려하지 않다는 점이 특징. 상대방을 노려보며 대치를 하던 중 어느 순간 모든 것이 정지되고 폭발적인 에너지로 검과 검이 충돌하는 결투의 과정은 그 자체로 극도의 긴장감을 유발한다. 특히 막상 싸움보다 직전의 대치 ..

배가본드 이치조지사의 결투 - 속 미야모토 무사시, 사무라이2

국내에 '배가본드 이치조지사의 결투'라는 제목으로 나온 DVD 타이틀은 유명한 이나가키 히로시 감독의 미야모토 무사시를 다룬 3부작 '사무라이' 시리즈 가운데 2편에 해당한다. 원제는 '속 미야모토 무사시 : 이치조지사의 결투'(1955년)이다. 무사시가 길을 떠나게 된 과정을 그려서 다소 늘어지는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은 무사시의 본격적인 활약을 다뤄 볼 만 하다. 내용은 무사시의 생애에 있어서 유명한 이치조지사의 결투를 다루고 있다. 본격적으로 길을 떠나 무사 수련에 들어간 무사시는 교토에서 요시오카 가문과 맞붙어 수십 대 1의 전설을 이룬다. 요시오카 가문은 몇 대에 걸쳐 쇼군에게 검술을 가르쳐 온 칼의 달인들이 모인 명문가이다. 일개 떠돌이 무사였던 무사시는 이들과 맞붙어 가문의 당주인 세이주로와..

배가본드 사무라이 미야모토 무사시

'배가본드 사무라이 미야모토 무사시'(Samurai 1: Miyamoto Musashi, 1954년)라는 긴 제목의 이 영화는 '사무라이'가 원제다. 국내에서 인기있는 만화 '배가본드'를 의식해 국내 DVD 출시사에서 일부러 길게 제목을 붙인 듯 싶다. 제목 그대로 이 작품은 일본의 전설적인 사무라이 미야모토 무사시의 일대기를 다룬 3부작 가운데 첫 번째 작품이다. 세키가하라 전투에 참여한 무사시가 패전 후 쫓기는 신세가 됐다가, 마을 스님의 도움을 받아 무사로 거듭나는 내용이다. 연출은 일본의 검객 영화 대가로 꼽히는 이나가키 히로시 감독이 맡았고, 주인공 무사시 역할은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 미후네 토시로가 열연했다. 그만큼 3류 잔바라 영화가 아닌 어느 정도 작품성은 확보한 영화다. 그러나 천둥벌거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