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작품들은 편안해서 좋다. 마치 일기장을 들여다보듯 우리네 소소한 일상 속 흔한 얘기들이 담담하게 펼쳐진다. 그러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에서 새삼 거장의 무게를 느낀다. '꽁치의 맛'(秋刀魚の味, 1962년)도 마찬가지. 이 작품은 '만춘' '가을 햇살' 등 그의 전작들에서 되풀이된 홀로 된 부모가 딸을 시집보내고 쓸쓸한 황혼을 맞는 이야기다. 류 치슈, 오카다 마리코, 미카미 신니치로, 나카무라 노부오 등 출연진도 '가을 햇살'과 상당 부분 겹친다. 다른 점이 있다면 '가을 햇살'이 혼자 남은 나이 든 중년 여성이 과년한 딸 걱정을 다뤘다면 이 작품은 혼자 남은 중년 남성의 외동딸 걱정을 다뤘다. 근저에는 아버지가 됐든, 어머니가 됐든, 딸이 됐든 모두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