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우주 2

패신저스(4K 블루레이)

끝이 없다는 것은 공포다. 모튼 틸덤 감독의 '패신저스'(Passengers, 2016년)는 이를 잘 보여주는 영화다. 이 작품은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한 공상과학(SF)물이다. 120년간 동면상태로 우주선에 탑승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새로 정착할 별을 찾아 머나먼 우주로 떠난다. 그런데 당초 계획과 달리 동면장치 고장으로 주인공인 짐(크리스 프랫)이 90년 일찍 깨어난다. 졸지에 그는 다른 승객들과 달리 홀로 우주선에서 늙어 죽어야 할 판이다. 우주선을 조종할 수도 없고 다시 동면장치를 작동시킬 수도 없다. 그의 앞에는 끝모를 우주만 펼쳐져 있을 뿐이다. 망망대해처럼 우주는 평온하고 고요하지만 끝이 없다는 점에서 공포의 또다른 이름이다. 짐은 중간에 깨어난 또다른 여성 승객 오로라(제니퍼 로렌스)를 만나..

그래비티 (블루레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Gravity, 2013년)는 SF영화라기 보다 공포영화에 가깝다. 이 작품에는 두 가지 두려움이 나온다. 우선 첫 째는 끝모를 적막한 공간이 주는 절대 고독의 두려움, 즉 영화적 스토리가 주는 두려움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는 역설적 공간이다. 가장 탁트인 드넓은 공간이면서도 주인공을 옴짝달쌀 못하게 옥죄는 감옥처럼 역설적 이중성을 띄고 있다. 그 속에서 주인공은 '127시간'의 등장인물처럼 절대 고독과 마주한다. 더불어 이 영화는 갈등 구조를 빚어내는 적(適)이 없다. 소리마저 삼켜 버리는 우주 공간에 홀로 남겨진 여주인공이 상대해야 하는 적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적, 바로 자신이다. 절대 고독의 두려움 스스로 갖는 두려움은 시간이 흐를 수록 단단해져 희망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