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병헌 22

밀정(블루레이)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23년 발생한 황옥 경부 사건은 지금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다. 당시 경성을 떠들썩하게 만든 김상옥 의사 의거 직후 무장독립운동단체 의열단은 조선총독부 등 일제 시설을 폭파하는 거사를 준비한다. 의열단은 권총 5자루, 총알 155발, 단재 신채호 선생이 작성한 '조선혁명선언문' 900여 장과 함께 중국 상하이에서 구한 폭탄 36개를 안둥과 신의주를 거쳐 경성으로 향하는 기차에 몰래 숨겨 갖고 들어오다가 사전에 정보가 누설돼 경성역에서 일본 경찰에게 모두 체포된다. 이때 의열단 행동대장 김시현과 함께 체포된 인물 가운데 놀랍게도 조선인으로 일본 경찰의 간부가 된 황옥 경부가 있다. 황옥 경부 미스터리 재판에서 황옥 경부는 "승진을 위해 의열단을 일망타진하려고 위장 협조했다"고 읍소했..

마스터(블루레이)

2008년 발생한 조희팔 사건은 희대의 사기사건이었다. 그는 비싼 의료기기를 구입해 빌려주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를 끌어모아 돈을 들고 튀었다. 그가 사기를 쳐서 갖고 사라진 돈이 자그마치 약 5조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만 3만 명이 넘었고 10여 명이 자살하는 등 사회적 여파가 큰 사건이었다. 압권은 2012년 국내에 전해진 그의 사망소식이다. 중국으로 달아난 조희팔이 성형 수술을 하고 숨어 다니다가 2011년 말 돌연 사망했다는 것이다. 그의 유족들은 원한을 가진 사람들이 그를 살해했다며 장례식 영상을 공개했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장례식 영상에 의심을 품은 사람들은 사망 소식조차 조작으로 봤다. 실제로 유골의 유전자(DNA) 감식을 시도했으나 화장을 해버린..

공동경비구역 JSA(블루레이)

1998년 2월, 김훈 중위 사건이 일어났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인 JSA의 벙커에서 경비소대장을 맡고 있던 육사 52기 김훈 중위가 죽은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 사건은 뜻하지 않은 이유로 꽤 관심을 끌었다. 당시 출입처 중 하나였던 현대그룹의 시스템 통합(SI) 업체인 현대정보기술의 김척 사장이 김훈 중위의 아버지였다. 김 사장은 육사 21기로 제1군단장을 지낸 예비역 육군 중장 출신이었다. 당시 SI업체들은 워낙 관급 공사를 많이 맡았던지라 군 출신들이 많이 포진해 있었다. 군에서는 김 중위가 권총으로 자살했다고 발표했으나 아버지가 타살을 주장하며 강력 반발해 지금까지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은 의문사로 남았다. 아버지가 타살을 주장한 이유는 TV 방송에도 많이 보도됐지만 몇 가지 의혹 때문이었다. 현..

지아이 조 2 (4K 블루레이)

'트랜스포머' '배틀쉽' '지아이 조' 등 미국의 완구업체인 해즈브로가 제작에 참여한 영화들은 캐릭터의 비주얼에 가장 많이 신경을 쓴다. 얼마나 멋있고, 화려하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가에 따라 완구의 판매량이 달라지기 때문. 그렇다보니 스토리도 캐릭터를 화려하게 돋보이는 쪽에 초점을 맞춘다. 당연히 캐릭터도 원 맨 히어로가 아니라 여럿이 떼지어 나온다. 좋은 편이든 나쁜 편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액션 피겨나 변신 로봇 등 시리즈 완구가 나올 수 있도록 개성있고 다채롭기만 하면 된다. 존 추 감독의 '지아이 조 2'(G.I. Joe: Retaliation, 2013년)도 마찬가지. 철저하게 해즈브로의 상품 기획과 맞물려 제작된 만큼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출연해 저마다 개성을 뽐내는 버라이어티..

내부자들 : 디 오리지널(블루레이)

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2015년)은 참으로 섬찟한 영화다. 절대 권력을 잡기 위해 기생하고 공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꽤나 그럴듯 하고 치밀하게 그렸다. 과연 저런 일이 있을까 싶지만 지금까지 발생한 숱한 비리 사건들을 보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추측을 하게 만든다. 물론 각종 권력기관 내부에서 돌아가는 일이나 의사 결정 과정 등은 사실과 좀 거리가 있고 디테일도 떨어지지만 중요한 것은 권력을 향해 응집하는 추총자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인 만큼, 그런 점에서는 성공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자본과 권력, 정치권이 얽히고 설키는 거대한 피라미드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만든 것은 원작 웹툰을 그린 윤태호 작가의 공이다. 거대한 그림을 잘 설계했다는 생각이다. 다만 미완으로 끝난 이 작품을 완결된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