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브 몽땅 2

공포의 보수(블루레이)

프랑스의 앙리 조르주 클루조 감독에게 세상은 정글처럼 보였나 보다. 그가 만든 걸작 '공포의 보수'(Le Salaire De La Peur, 1953년)는 살아남기 위해 물고 뜯고 목숨을 걸며 허망한 싸움을 벌여야 하는 인간 군상들을 다뤘다. 내용은 볼리비아의 작은 도시 라스 피에도라스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보기에도 황량하고 열악한 이 작은 마을에 더 이상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부랑자부터 전직 갱단원까지 굴러 들어와 살기 위해 일자리를 찾는다. 워낙 헐벗고 못 사는 곳이어서 마땅한 일자리는 석유 채굴을 위해 들어온 미국 석유회사뿐이다. 마침 유전에 거대한 화재가 발생해 실업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 석유회사에서는 불길이 거대하다 보니 도저히 사람의 힘으로 끄기..

제트(Z)

민주화 열기가 뜨겁던 1980년대 후반,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영화 '제트'(Z, 1969년)가 제작된 지 20년 만에 국내에 들어 왔다. 그리스의 독재정권에 항거하던 야당 정치인의 암살을 다룬 내용은 당시 박정희 독재 정권과 상황이 흡사해 국내에 들어올 수 없었다. 그만큼 '제트'의 국내 개봉은 민주화에 대한 뜨거운 갈망 만큼이나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다. 영화는 묵직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것 처럼 흥미진진하다. 정의로운 검사가 경찰 고위 관계자들의 조직적 은폐와 사건 왜곡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 아주 긴장감 넘친다. 특히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이를 다큐멘터리나 뉴스 보도처럼 들고찍기와 롱 샷, 클로즈업을 병행하며 현장감있는 영상으로 실감나게 재현했다. 단순 흥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