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이해영 3

독전(4K 블루레이)

배우 김주혁의 유작으로 알려진 이해영 감독의 '독전'(2018년)은 2013년 두기봉 감독이 만든 홍콩 영화 '마약전쟁'이 원작이다. 하지만 경찰이 마약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마약상과 손잡는 기본 설정만 같을 뿐 내용 전개는 다르다. 이 작품은 이름과 얼굴 등 모든 것이 드러나지 않아 유령으로 통하는 마약 밀매 조직의 두목을 쫓는 경찰(조진웅)의 얘기다. '이선생'으로만 알려진 두목을 잡기 위해 경찰은 밀매 조직의 말단 중개상(류준열)과 손잡고 복잡한 위장 수사를 펼친다. 문제는 마약 밀매 조직조차 이선생의 정체를 몰라서 사건이 꼬이기 시작한다. 여기에 중국의 거대 마약상(김주혁)까지 개입하면서 잔인하고 복잡한 싸움이 벌어진다. 그런데 이 작품은 결정적으로 '중개상의 도그마'에 빠져 있다. 위장 수사를..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안국진 감독의 독립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4년)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부조리를 머피의 법칙으로 풀어낸 블랙 코미디다. 그러면서 아주 재미있는, 잔혹하고 충격적이며 엽기적인 연쇄살인극이기도 하다. 이 영화가 안고 있는 기본 테마는 부자와 빈자 사이의 계층 간 갈등이 아니라 못 가진 자들 내부의 갈등이다. 갈등의 시발점은 부동산이다. 재개발에 목숨을 건 동네 사람들이 재개발 지역 포함 여부를 놓고 벌이는 갈등과 대립을 다루고 있다. 결국 우리 사회의 모순과 갈등은 기저에 깊이 깔려있는 부동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재미있는 것은 이를 풀어가는 방식이다. 주인공 수남(이정현)은 세상에 이토록 불행한 여인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비운이 연속되는 인물이다. 하루에 몇 가지 일을..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블루레이)

이해영 감독의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2014년)은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과 비슷한 분위기의 스릴러다. 물론 귀신 이야기는 아니지만 폐쇄 공간이나 다름없는 기숙형 여학교, 그 곳에 갇힌 느낌의 병약한 여학생, 소녀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기이한 이야기 등이 외딴 집과 자매를 중심으로 한 장화 홍련과 닮았다. 무엇보다 미술에 공을 들인 미장센느는 스릴러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아름답다. 이 또한 장화 홍련과 닮은 부분으로, 감독이 그만큼 공간 구성에 공을 들였다는 뜻이다. 내용은 1938년 일제 강점기 시절 한 요양학교에서 소녀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으스스한 사건을 다뤘다. 영화의 매력은 여러가지 분위기가 묘하게 어우러진 점이다. 마치 귀신영화를 연상케 하는 어둡고 은밀한 분위기 속에 소녀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