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일본영화 10

7인의 사무라이(블루레이)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하면 우선 떠오르는 작품이 바로 '7인의 사무라이'(七人の侍, 1954년)다. 이 작품은 그를 국제적으로 알린 첫 작품이면서 베니스 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전란으로 피폐해진 일본 전국시대에 툭하면 산적에게 시달리는 농촌 사람들이 7명의 사무라이를 고용해 산적들을 막는 내용이다.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잘 살아 있고 사람들 사이의 미묘한 심리적 갈등과 싸움 장면을 긴장감 넘치게 묘사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만든다. 특히 산적을 유인해 덫에 가두듯 마을에 하나씩 몰아넣고 때려잡다가 빗속에서 최후의 결전을 치르기까지 긴장감을 점차 높여 나가는 연출 솜씨가 일품이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변하는 것과 변하..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블루레이)

일본의 대학 입시 제도는 우리와 비슷하다. 우리나라의 수학능력평가시험과 비슷한 대학입시센터시험을 매년 1월 중순 토, 일요일에 이틀 동안 치러서 이 성적을 기본으로 대학에 지원한다. 보통 센터시험이라고 줄여서 표현하는 이 시험은 매년 평균 약 50만 명의 학생이 치른다고 하니 경쟁이 치여하다. 수험 과목은 3~5과목 정도. 과목수가 다른 것은 대학별로 성적을 요구하는 과목수가 약간씩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센터시험이 전부는 아니다. 일부 대학은 센터시험 성적으로만 뽑기도 하지만 일부 대학은 1차에 센터시험 성적을 토대로 거른 뒤 2차로 대학별 본고사를 본다. 더러 센터시험 성적을 무시하고 아예 본고사만 치르는 대학도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보다 입시제도가 다양한 편. 그런데 2020년부터 일본의 센터시험..

가을 햇살 (블루레이)

딸과 함께 사는 홀어미는 어느덧 혼기가 찬 딸의 결혼을 서두른다. 딸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홀어미를 혼자 놔두고 시집 갈 엄두가 나지 않아 쉽게 말을 못한다. 그 마음을 알기에 지인들은 어머니의 재혼을 준비한다. 하지만 딸은 막상 어머니가 재혼한다니 왠지 서운한 생각이 든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복잡 미묘한 심경. 오즈 야스지로 감독은 딸과 어머니의 안타까운 마음에 카메라를 댔다. '가을 햇살'(1960년)은 그런 영화다. 얼핏 보면 오즈 야스지로가 1949년에 만든 '만춘'을 닮았다. 아닌게 아니라 '만춘'이 딸을 시집 보내는 아비의 마음이라면, 이 작품은 이를 그대로 뒤집어 어미의 마음을 담았다. 재미있는 점은 '만춘'에서 딸로 나온 하라 세츠코가 이번에는 어머니를 연기한다. 언제나 그렇듯,..

키즈 리턴 (블루레이)

일본의 유명 배우이자 영화감독인 기타노 다케시의 작품을 언급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작품이 '키즈 리턴'(1996년)이다. 그만큼 이 작품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색이 없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고교 시절 단짝 친구인 두 청춘이 진로를 놓고 갈등과 고민을 하다가 서로 엇갈리는 내용이다. 이 과정을 기타노 다케시 특유의 냉소적인 유머로 풀어 낸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유머는 사회의 부조리와 문제점을 비웃듯 꼬집기 때문에 섬뜩하다. 두 친구는 권투를 배운 사람에게 두들겨 맞은 뒤 권투를 시작하지만 결코 쉽지 않는 훈련 과정 때문에 하나는 야쿠자가 되고 하나는 선수가 된다. 그 과정에서도 숱한 유혹이 도사린다. 늘 미완성인 미생의 삶을 사는 아이들로서는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그 선택이 그들에게..

배가본드 사무라이 미야모토 무사시

'배가본드 사무라이 미야모토 무사시'(Samurai 1: Miyamoto Musashi, 1954년)라는 긴 제목의 이 영화는 '사무라이'가 원제다. 국내에서 인기있는 만화 '배가본드'를 의식해 국내 DVD 출시사에서 일부러 길게 제목을 붙인 듯 싶다. 제목 그대로 이 작품은 일본의 전설적인 사무라이 미야모토 무사시의 일대기를 다룬 3부작 가운데 첫 번째 작품이다. 세키가하라 전투에 참여한 무사시가 패전 후 쫓기는 신세가 됐다가, 마을 스님의 도움을 받아 무사로 거듭나는 내용이다. 연출은 일본의 검객 영화 대가로 꼽히는 이나가키 히로시 감독이 맡았고, 주인공 무사시 역할은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 미후네 토시로가 열연했다. 그만큼 3류 잔바라 영화가 아닌 어느 정도 작품성은 확보한 영화다. 그러나 천둥벌거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