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재즈 7

위플래쉬(4K 블루레이)

1980년대에 구입해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LP 중에 버디 리치(Buddy Rich)와 진 크루파(Gene Krupa)의 'The Drum Battle'이 있다. 걸출한 두 명의 재즈 드러머가 박자를 주거니 받거니 불꽃 튀는 드럼 협연이자 경연을 벌이는 명반이다. 다미엔 차젤레(Damien Chazelle) 감독의 '위플래쉬'(Whiplash, 2014년)를 보면 버디 리치와 진 크루파의 드럼 배틀이 생각난다. 차이가 있다면 버디 리치와 진 크루파의 대결은 유머러스하며 여유가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야말로 선혈이 낭자한 전쟁터다. 내용은 무명의 드러머 앤드류(마일즈 텔러 Miles Teller)가 피나는 노력 끝에 최고의 드러머가 되는 과정을 그렸다. 앤드류는 많은 도전자들과 경쟁을 벌여 살아남기 ..

콜드 워(블루레이)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의 '콜드 워'(Cold War, 2018년)가 그린 사랑은 처절하고 아프다. 1949년부터 이어진 두 남녀의 사랑은 지난하게 이어지면서도 차갑고 엄혹한 현실에 면도날처럼 가슴을 베인다. 감독의 부모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 작품은 폴란드의 마주르카 문화예술단원인 두 남녀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마주르카 예술감독이었던 빅토르(토마즈 코트)와 신입단원 줄라(요안나 쿨릭)는 서로 사랑하게 된다. 그 와중에 폴란드의 전통 음악을 알리기 위해 창단된 마주르카 예술단은 구 소련의 입김이 점점 강해지면서 정치색 강한 공연을 요구받는다. 이를 견디지 못한 빅토르는 줄라와 폴란드를 벗어날 계획을 세운다. 두 사람은 동베를린 공연을 기회로 보고 탈출하기로 하지만 줄라가 합류하지 못한다. 결국 ..

피아니스트의 전설 (블루레이)

이탈리아 작가 알레산드로 바리코가 쓴 모노드라마용 희곡 '노베첸토'는 독특한 작품이다. 1900년대 초 대서양을 오가는 여객선 버지니아에서 태어나 한 번도 배에서 내리지 않고 평생을 산 피아니스트 노베첸토의 이야기다. 피아니스트가 주인공인 만큼 시종일관 피아노 연주가 끊임없이 흘러 나온다. 내용도 특이하지만 등장하는 배우도 단 두 명, 피아니스트와 친구인 트럼펫 연주자 맥스 뿐이다. '시네마천국'(http://wolfpack.tistory.com/entry/시네마천국-블루레이), '말레나'(http://wolfpack.tistory.com/entry/말레나-무삭제판-블루레이) 등을 만든 이탈리아의 명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은 이 작품의 독특한 구성과 이야기에 끌려 영화로 옮겼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

스윙걸즈 (블루레이)

수중발레를 하는 엉뚱한 남자 고교생들의 이야기인 '워터 보이즈'로 웃음을 터뜨렸던 야구치 시노부 감독이 '스윙걸즈'(Swing Girls, 2004년)에서는 재즈 밴드를 결성한 여고생들 이야기를 펼쳐 놓았다. 남학생이 한 명 끼어 있긴 하지만, 주축은 어디까지나 여고생들이다. 보충수업을 받기 싫어 핑계 김에 우연히 빅밴드를 결성한 여고생들이 밴드의 매력에 제대로 빠져 본격적인 재즈 밴드로 나서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야구치 시노부 감독은 실제로 배우들에게 악기를 가르치는 열성 끝에 출연자들이 직접 재즈를 연주하는 영화를 만들었다. 따라서 최상급 연주는 아니지만 아이들이 무대에 서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만큼은 진솔하게 다가 온다. 여기에 감독은 고교생 특유의 발랄한 유머를 곁들여 '워터 보이즈'처럼 유쾌한..

치코와 리타 (블루레이)

한때 쿠바 음악사에서 사라졌던 존재인 베보 발데스는 라틴 음악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1918년생인 그는 1940, 50년대 쿠바 음악을 대표하는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로, 바탕가 리듬의 창시자로 꼽힌다. 당시 쿠바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이름을 날렸던 그는 1960년 스웨덴 공연 도중 잠적했다. 어떤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그는 모든 명성과 기회를 다 던져버리고 여인과 살림을 차렸다. 생계는 조그만 호텔의 클럽에서 피아노를 연주해 이어갔다. 그렇게 세상으로부터 사라진 지 34년, 그는 1994년 새 앨범을 들고 돌아 왔다. 지금도 그 여인을 보면 가슴이 뛴다는 그는 당시 80세가 넘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연주로 그래미상을 두 번이나 받으며 다시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