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정성화 6

해적: 바다로 간 산적(블루레이)

이석훈 감독의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년)은 웃기기로 작정하고 만든 활극이다. 내용은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세운 뒤 중국 명으로부터 옥새를 받아오던 중 고래가 이를 삼켜 벌어지는 소동을 다뤘다. 감독은 실제 조선의 국새가 태종때까지 10년 동안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에 이야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단초는 사실이지만 나머지 내용은 완전 허구다. 고래를 만나 난파한 배에서 사라진 옥새를 하필 고래가 삼키는 바람에 이를 잡기 위해 해적과 산적이 총출동한다. 김남길 손예진 이경영 유해진 김원해 오달수 신정근 김태우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해 한바탕 웃음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영화는 아예 처음부터 왁자지껄한 슬랩스틱 코미디식의 웃음을 겨냥하고 있다. 산적들의 어수룩한 강도질이나 상어와의 싸움 등은 만화적..

창수

임창정은 매력있는 배우다. 그는 주연을 맡은 '색즉시공' '시실리 2km' '공모자들' '스카우트' 등에서 똑 떨어지는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그의 양아치 연기는 국내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발군이다. 그만큼 그는 이름값을 한다. 이덕희 감독의 데뷔작 '창수'(2013년)를 선택한 것도 바로 배우 임창정 때문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남의 징역살이를 대신 살아주고 돈을 받아 먹고 사는 3류 양아치로 나온다. 꿈도 희망도 없이, 가늘고 오래 살기 위해 "비굴하게 사는 것"이 삶의 모토인 그에게 어느날 여인이 하나 찾아든다. 정말 하늘에서 내려 온 선녀처럼 말도 안되게 느닷없이 찾아든 여인과 며칠 밤을 보내며 덧정이 든다. 그렇게 영화는 마치 '우렁각시'의 전설같은 신파로 시작한다. 하지만 느닷없이 나..

영화 2013.11.29

내 아내의 모든 것 (블루레이)

민규동 감독의 '내 아내의 모든 것'(2012년)은 소통을 다룬 영화다. 부부가 어느 순간 대화가 줄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든다. 영화 속 아내(임수정)는 대화의 단절로 침묵이 찾아드는 외로움을 못견뎌 끊임없이 독설을 내뱉고, 아내가 왜 달라졌는 지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이선균)은 아내의 잔소리가 지겨워 헤어질 궁리를 한다. 그래서 남편은 아내를 죽여달라고 부탁한 '마누라 죽이기' 처럼 아내를 떼어내기 위해 희대의 카사노바(류승룡)에게 아내를 유혹해 달라고 부탁한다. 설정부터 코믹한 영화는 맛깔스런 대사와 유머러스한 상황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결코 억지 웃음이 아닌 허를 찌르는 유머로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카사노바를 연기한 류승룡의 시침 뚝 뗀 진지한 연기는 압권이다. 새삼 코믹 ..

내 아내의 모든 것

민규동 감독의 '내 아내의 모든 것'은 박제화된 낭만을 볼 수 있는 영화다. 세레나데를 부르고, 느끼한 말을 하며 상대의 관심을 끄는 작업들이 낭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장난처럼 웃음을 유발한다. 세상이 그렇게 변했기 때문이다. 사랑도 인스턴트 라면 식으로 가벼워져 그런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영화는 부감샷으로 잡은 사람들이 사는 도시 풍경을 토이렌즈로 잡아, 마치 장난감 세상처럼 보여준다.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인간 군상들의 진지한 모습이 오히려 웃음을 주는게 이 작품의 매력이다. 최진실 박중훈이 주연하고 강우석 감독이 만든 '마누라죽이기'처럼 이 영화도 아내에게서 달아나고 싶은 남자를 다뤘다. 잔소리만 늘어 놓는 지겨운 아내와 이혼할 방법을 찾는 남편, 이 세상 모든 여자를 사로잡는 마력의 카사..

영화 2012.06.10

위험한 상견례 (블루레이)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르는 지역감정은 해묵은 갈등이다. 김진영 감독은 이를 소재로 시원하게 웃을 수 있는 코미디 '위험한 상견례'(2011년)를 만들었다. 지금은 덜하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영호남 갈등은 꽤 심각했다. 그래서 작품 속 배경도 1980년대 말이다. 전라도 총각이 경상도 아가씨를 만나 지역감정의 골을 뛰어넘어 결혼에 골인하는 내용. 여기에 두 사돈은 과거 고교시절 얽힌 구원(舊怨)까지 있으니 영락없이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여기에 김 감독은 걸죽한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비벼서 한바탕 요절복통 코미디로 만들었다. 뻔한 줄거리이지만 이것저것 웃음을 주는 요소가 많기에 재미있게 볼 만한 작품. 송새벽, 이시영 등 두 주연배우는 물론이고 백윤식 김수미 김응수 박철민 김정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