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제라드 버틀러 8

그린랜드(블루레이)

혜성의 충돌로 지구가 인류 멸망의 위기를 겪는 영화는 예전에도 있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아마겟돈'과 미미 레더 감독의 '딥 임팩트'가 그런 영화들이다. 아마겟돈은 인류를 구하기 위해 일종의 우주 특공대가 편성돼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행성을 파괴하는 적극적 행동을 다뤘고, 딥 임팩트는 최후의 순간을 맞는 각국 정부와 세계 곳곳의 모습을 그렸다. 릭 로먼 워(Ric Roman Waugh) 감독의 '그린랜드'(Greenland, 2020년)는 한 가족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미국 정부는 갑자기 거대한 혜성이 지구로 들이닥치면서 인류 멸망의 위기를 맞게 되자 우선 살려야 될 사람들을 추려서 그린란드의 핵전쟁 피난소로 옮긴다. 선별의 기준은 나중에 문명 재건을 위해 필요한 전문가와 지식인들이다. 건축공학..

300(4K 블루레이)

황갈색 근육이 물결친다. 난분분, 그 사이로 꽃잎처럼 붉은 피가 어지럽게 흩날린다. 잭 스나이더(Zack Snyder) 감독의 '300'(2006년)은 테르모필레 전투를 처절하고 아름다운 영상시로 바꿔놓았다. 프랭크 밀러(Frank Miller)의 원작 만화를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BC 480년 그리스를 침공한 수 만명의 페르시아 군대에 맞서 싸운 300명의 스파르타 전사들 이야기다. '씬시티'에서 보여줬듯이 프랭크 밀러의 세계는 어둡고 거칠며 우울하다. 불의와 악이 용광로처럼 들끓는 어둠의 세계에서 섬광처럼 번뜩이는 잔혹한 폭력은 유일한 구원이다. '300'도 예외가 아니다. 조국을 위해 창을 든 스파르타인들의 싸움은 잔혹미의 극치를 보여준다. 승리만이 유일한 살 길이기에, 그들의 싸움은 더 할 수 ..

엔젤 해즈 폴른(블루레이)

릭 로먼 워 감독의 '엔젤 해즈 폴른'(Angel Has Fallen, 2019년)은 '백악관 최후의 날', '런던 해즈 폴른' 등 소위 '폴른' 시리즈의 뒤를 잇는 세 번째 작품이다. 세 작품 가운데 완성도가 가장 높고 긴장감 넘친다. 내용은 미국 대통령 트럼블(모건 프리먼)의 암살 누명을 뒤집어쓰게 된 대통령 경호원 마이크 배닝(제라드 버틀러)이 진범을 추격해 음모를 분쇄하는 이야기다. 전체적인 구성은 미국 ABC TV 시리즈였고 나중에 앤드루 데이비스 감독이 영화로 만든 '도망자'와 흡사하다. 아내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쓴 의사(해리슨 포드)가 도망 다니면서 진범을 찾아내는 도망자는 긴장감이 일품이었다. 전문 지식을 갖춘 주인공이 탈출과 범인 추적에 이를 활용하는 구성이나 집요한 추격을 아슬아슬하게 ..

런던 해즈 폴른(블루레이)

바박 나자피 감독의 '런던 해즈 폴른'(London Has Fallen, 2016년)은 제목 그대로 런던이 무너져 내릴 만큼 요란한 테러 행위를 그린 액션물이다. 내용은 영국 수상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전 세계 28개국 정상들이 런던에 모이는 순간을 노려 아랍의 테러단체들이 동시 다발적인 테러를 벌이는 이야기다. 미국의 폭격으로 가족을 잃은 테러범들은 미국 대통령을 납치해 인터넷으로 처형하는 장면을 생중계하고 싶어 한다. 이를 막기 위해 대통령의 경호원인 마이크 배닝(제라드 버틀러)이 고군분투하며 슈퍼맨 같은 활약을 펼친다. 초반 20분 동안 일어나는 테러 장면이 압권이다. 첼시교가 끊어지고 웨스트민스터 사원이 무너져 내리는 등 런던의 명물들이 마구 파괴된다. 처음부터 화끈한 액션에 목적을 둔 만큼 ..

헌터 킬러(블루레이), 잠수함의 공포

잠수함 영화의 특징은 물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소리로 묘사하는 것이다. 어차피 잠수함 밖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육안으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상상력과 소리만으로 묘사할 뿐이다. 그렇다 보니 바다속에서 벌어지는 수중전이 마치 육상 전투처럼 폭발과 함께 불꽃이 일어나는 등 시각적 상상력이 총동원된다. 여기에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소리다. 잠수함의 음파 탐지병들이 음파 탐지기인 소너를 통해 들려오는 적 함들의 움직임이나 마치 바람을 가르듯 물속을 헤집고 돌진하는 어뢰의 소리를 과장해서 묘사한다. 이처럼 극단적으로 키운 소리와 가상의 영상들이 잠수함 영화의 기본 골격이 된다. 도노반 마시 감독의 '헌터 킬러'(Hunter Killer, 2018년)도 이런 범주에 드는 영화다. 내용은 러시아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