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제레미 아이언스 10

하우스 오브 구찌(블루레이)

1995년 3월 27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발생한 마우리찌오 구찌(Maurizio Gucci) 살해 사건은 꽤 충격적이었다. 사무실로 출근하다가 괴한이 쏜 네 발의 총탄을 맞고 숨진 그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세계적 명품업체 구찌(Gucci)의 상속자였다. 그런데 살인범을 잡고 보니 뜻밖의 범인이 따로 있었다. 살인을 교사한 배후는 바로 구찌의 이혼한 전처 파트리찌아 레지아니였다. 구찌 가문의 비극적인 집안사 백만장자였던 마우리찌오 구찌는 보잘것없는 운수업자의 딸 레지아니와 사랑에 빠져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했다. 그러나 행복한 결혼 생활은 잠시였고 1983년 경영권을 승계받은 뒤부터 구찌가 급격하게 흔들렸다. 제품 판매는 예전같지 않았고 아버지 로돌프 구찌가 죽고 나서 야심 찬 집안사람들이 제각..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4K 블루레이)

배트맨과 슈퍼맨의 싸움은 바다거북이와 조오련의 대결만큼이나 슈퍼 히어로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얘깃거리였다. 초등학교 때인 1970년대 국내에 처음 영화 개봉을 통해 존재를 알린 슈퍼맨은 어린이들에게 그동안 TV에서 본 만화영화와 차원이 다른 우상이었다. 그 뒤로 여러 초영웅들이 등장하면서 아이들은 각자의 우상을 내세워 서로 싸우면 누가 이길지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근거도 없는 말싸움을 벌였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Batman v Superman: Dawn of Justice, 2016년)은 철없는 아이들의 질문에 답을 내놓은 듯한 영화다. 내용은 슈퍼맨(헨리 카빌)과 배트맨(벤 애플렉)이 한 공간에 등장하면서 서로 맞붙게 되는 설정이다. 마치 한 집안에 가..

라이온 킹(4K)

디즈니 애니메이션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로저 알러스와 롭 민코프 감독의 '라이온 킹'(The Lion King, 1994년)이다. 이야기와 그림보다 음악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영화 성공 이후 뮤지컬로도 제작됐다. 처음 영화가 시작되며 황금빛으로 떠오르는 해와 함께 아프리카 말로 힘차게 터져 나오는 'Circle of Time'을 들으면 가슴이 벅차다.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스카가 야욕을 드러내는 장면에 흐르는 'Be Prepared'. 제레미 아이언스의 낮게 깔리는 목소리와 합창이 더해지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 음악들은 기사 작위를 받은 영국의 팝가수 엘튼 존이 작곡을 하고 '지저스 크라이스트' '에비타' 등 록 뮤지컬에 빛나는 작사가 팀 라이스가 가사를 썼으며, 유명 영화음악가 ..

어쌔신 크리드(블루레이)

콘솔 게임 애호가들에게 '어쌔신 크리드'는 빼놓을 수 없는 불세출의 명작이다. UB소프트가 2007년에 만든 이 게임은 이용자가 게임 속 암살자가 돼서 적을 소리 없이 해치우는 잠입 액션물이다. 잠입 액션물은 전설이 된 '메탈 기어 솔리드'부터 '스프린트 셀' '히트맨' 등 다양한 게임이 있지만 '어쌔신 크리드'는 그중에서도 독보적이다. 성공 비결은 '다빈치 코드'처럼 실제 역사에 신비한 픽션을 섞어 꽤나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 템플 기사단과 암살단의 대립에 기원을 두고 '선악과'라는 신비한 힘을 지닌 고대 유물의 수수께끼를 좇는 내용이다. 이 과정이 마치 추리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적당한 액션이 가미돼 이용자의 흥미를 돋운다. 특히 주인공 암살자가 구사하는 암살..

데미지 (블루레이)

루이 말 감독의 문제작 '데미지'(Damage, 1992년)는 아들의 여인을 사랑하는 아버지를 다룬 파격적인 소재 때문에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아들이 약혼녀와 벌이는 아버지의 저돌적인 애정행각은 막장 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그 바람에 이 영화는 국내에서 수입 금지를 당해 해외에서 공개된 뒤 2년이 지나도록 국내 개봉을 하지 못했다. 이를 보다 못한 루이 말 감독이 내한해 기자회견을 열고 당국을 설득해 1994년 겨우 심의를 받았는데 그마저도 7군데를 잘라내고 헤어 누드와 성기 노출 장면은 모자이크 처리됐다. 잘린 부분은 아버지가 아들의 연인과 애정을 나누는 장면들이다. 그만큼 국내에서는 온전한 작품을 보기 힘들었다. 이 작품이 국내에서 제대로 선보인 것은 개봉 20주년을 맞아 디지털리마스터링을 거쳐 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