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 퀸의 노래가 뮤지컬로 제작되더니, 이번에는 비틀즈의 노래가 뮤지컬의 소재가 됐다. 줄리 테이머 감독의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Across The Uinverse, 2007년)는 제목이 말해주듯 비틀즈의 노래 33곡으로 만든 뮤지컬 영화다.
테이머 감독은 비틀즈의 노래를 때로는 발라드로, 때로는 격렬한 록 비트로, 때로는 폐부를 쥐어짜는 블루스로 적절하게 바꿔가며 이야기를 끌어 나간다. 내용은 비틀즈의 노래가 한창 인기를 끈 1960년대 미국 젊은이들의 사랑과 방황을 다뤘다. 베트남전을 둘러싼 반전문화와 이 속에서 싹튼 히피들의 플라워 무브먼트, 인종차별의 소용돌이 속에 번진 디트로이트 폭동과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암살 등 당시 시대상을 노래 속에 슬쩍 슬쩍 끼워 넣었다.
비교적 부드럽게 연결되는 노래 속에 매끄럽게 이어지는 이야기와 테이머 감독의 기발한 상상력이 빛나는 몽환적인 영상이 어우러져 귀와 눈을 즐겁게 한다. 특히 배우들이 직접 부른 노래들이 상당히 훌륭했다. 비록 1960년대를 다룬 걸출한 뮤지컬 영화 '헤어' 때문에 빛이 바래기는 했지만 그냥 묻히기에는 아까운 작품이다.
이번에 나온 DVD 타이틀의 문제점은 노래 가사를 모두 번역하지 않았다는 점. 노래 가사가 사실상 영화 대사나 다름없는데 중복되는 부분과 일부 가사는 아예 자막이 나오지 않아 불편하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괜찮은 화질이다. 간간히 이중윤곽선이 보이고 더러 그레인 노이즈가 나타나는게 흠.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확실하다. 리어 스피커의 활용도가 높고 저음이 묵직해 음향의 무게감이 있다.
<파워DVD로 순간 포착한 장면들>
'Girl' 'Hey Jude' 'Across The Univers' 등 귀에 익은 비틀즈 노래가 정겨운 작품이다.
이 작품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쳐다보는 금기시된 커트로 인트로가 시작된다. 남자 주인공을 연기한 짐 스터게스는 록 그룹 출신이다. 그래서 노래를 아주 잘 부른다.
노래와 입 모양은 정상 속도로 흐르는데 영상은 슬로 모션으로 움직이는 이 장면은 2배로 빠르게 움직이며 촬영한뒤 이를 정상속도로 재현한 것. 당연히 노래는 스튜디오 녹음 후 촬영시 립 싱크를 했다.
'위대한 레보스키'를 생각나게 하는 볼링장 시퀀스.
디트로이트 흑인 폭동 장면에서 소년이 부르는 'Let It Be'는 참으로 훌륭했다. 참고로 이 작품에 나오는 노래의 80%는 촬영 현장서 라이브로 녹음했다.
카메오 출연한 가수 조 카커. 그는 지하철 역 부랑자, 뉴욕의 포주, 이 장면의 히피 등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해 'Come Together'를 박력있게 부른다.
조조를 연기한 마틴 루더는 기타 실력이 상당히 뛰어난 뮤지션이다.
여주인공 루시를 맡은 에반 레이첼 우드. 그의 노래 솜씨도 수준급이다. 극중 배역의 이름은 모두 비틀즈 노래 가사에 나오는 이름들이다.
60년대 미국을 다루면서 반전 운동이 빠질 수 없다. 미국에서 63~69년 사이에 실제로 벌어진 일들을 영화 속에서는 2년이라는 시간으로 압축했다.
극중 반전 단체인 SDR은 실제 존재했던 학생민주연합(SDS)을 흉내낸 것.
히피들의 정신적 지도자같은 단역으로 등장한 U2의 보노. 삽입곡과 엔딩에 흐르는 곡을 불렀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나타내기 위해 열영상 효과인 솔라리제이션 기법을 사용.
줄리 테이머 감독의 특기인 콜라주 기법. 테이머 감독의 전작인 '프리다'에서도 등장한다. 테이머 감독은 60년대 때묻지 않은 분위기를 나타내기 위해 조각모음인 콜라주 기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Because'가 흐르는 가운데 나른하게 펼쳐지는 수영장 장면도 인상적이다. 실제로 수영장서 촬영했으며 배우들의 노래는 립싱크다.
60년대 흑인그룹 잉크 스팟츠 흉내를 낸 것. 그들은 노래 중간에 대사를 읊었다.
딸기를 이용한 반전 분위기, 전쟁의 참상을 표현한 더블 익스포즈 영상은 카일 쿠퍼의 작품.
마틴 루더가 연주하며 노래한 'While My Guitar Gently Weeps'도 압권이다.
간호사 역할로 카메오 출연한 셀마 헤이악은 노래의 코러스도 넣었다.
이 영화에는 어쿠스틱 베이스의 뒷판을 플라스틱 볼로 문질러 소리를 내고, 피아노의 코드를 단순화 시켜 편곡하는 등 다양한 사운드가 들어갔다. 또 60년대 전자기타와 키보드를 이용해 연주하고 녹음했다. 되도록 아마추어 녹음처럼 들리기를 원했기 때문.
막판 'Hey Jude'가 흐를 때 등장하는 이 남자가 바로 스톰프를 만든 사람이다.
60년대 반전과 히피 문화, 주인공들의 사랑의 아픔을 상징하는 딸기를 연상케 하는 모양의 옥상에서 벌어지는 공연.
고교시절 시험이 끝나면 학교에서 단체로 영화관람을 갔다. 보통 '벤허' '머나먼 다리' 등 종교 아니면 전쟁영화가 대부분이어서 아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다른 영화를 보러 갔다.
그때 보러 간 영화가 바로 테일러 핵포드 감독의 '사관과 신사'(An Officer and A Gentleman, 1982년)였다. 내용은 불우하게 자란 청년 잭(리처드 기어)이 항공모함의 전투기 조종사가 되기 위해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 특히 근처 여공인 폴라(데브라 윙거)와의 사랑을 다뤘다.
애틋하면서도 순수한 사랑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다뤄 국내에서 꽤나 성공했다. 이 작품 성공이후 1980년대 중반은 신예였던 테일러 핵포드의 시대였다. '어게인스트 올 오즈' '백야' '라밤바'가 줄줄이 터졌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특히 마지막 장면과 관련해 재미있는 기억이 있다. 폴라는 장교가 되면 사귀던 여자들을 버리고 떠나는 사관생도들 때문에 잭에 대한 마음을 접는다. 그러나 잭은 폴라를 찾아와 키스를 한 뒤 번쩍 안아들고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공장문을 나선다.
이때 객석에서도 박수가 터졌고 종영과 함께 극장에 불이 들어왔다. 그때 옆에 앉았던 친구가 터미네이터처럼 생긴 덩치 큰 친구를 쳐다보고 큰 손리로 "야, 울지마"라고 소리를 질렀다. 얼른 돌아보니 아닌게 아니라 덩치 큰 친구가 눈가를 훔치고 있었다. 순간 앞에서 일어나던 여고생들이 일제히 돌아보더니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얼굴이 빨개진 덩치 큰 친구는 하품 한거라고 반박을 하며 계속 웃는 친구들에게 발끈 화를 냈다.
지금도 이 영화를 보면 그 생각이 난다. 놀리던 친구는 건강원을 차렸고 눈물을 흘린 친구는 보석상을 한다.
1.78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오래된 영화인 만큼 화질은 그저 그렇다. 잡티와 얼룩도 보이고 흐릿한 장면도 여러 군데 있다. 음향도 단순한 돌비디지털 모노를 지원한다.
<파워 DVD 캡처샷>
리처드 기어는 이 영화로 국내에서 주목받는 청춘 스타가 됐다. 머리를 기른 모습은 영락없이 전작인 '아메리칸 지골로'다.
풋내기 사관후보생과 여공의 사랑은 1970년대 성공과 사랑을 놓고 등장인물들이 갈등하던 국내 드라마 같다.
이 작품때문에 국내에 청순 미인으로 알려지며 많은 팬을 거느렸던 데브라 윙거는 '애정의 조건'이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금은 주름진 얼굴의 50대 아줌마가 됐다.
생도들을 괴롭히던 악질 교관역의 루이스 고셋 주니어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
사관생도들 이야기이기는 한데 정작 훈련 장면은 얼마 안나오고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변심한 애인 때문에 목을 맨 잭의 친구.
이 장면에서 웃음이 터졌다. 흑인 교관과 결투를 벌이던 잭이 급소를 정통으로 차이고 쓰러진다.
한때 패션모델 신디 크로포드와 결혼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리처드 기어. 이때만 해도 청년이다.
객석에서 여성들의 탄성이 터졌던 마지막 장면. 이때 조 카커와 제니퍼 원스가 부른 주제가 'Up Where We Belong'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