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 총을 들면 무섭다. 닐 조단 감독의 '브레이브 원'(The Brave One, 2007년)은 공원 산책중 불량배들에게 살해당한 약혼자의 복수를 위해 총을 빼든 여인의 이야기다.
연약한 여인에서 무서운 복수의 화신으로 변신한 주인공은 조디 포스터가 맡았다. 그는 공포에 익숙하다. '패닉 룸' '양들의 침묵' 등 일련의 작품에서 공포에 짓눌리는 여인 역할을 여러 번 맡았다. 그러면서도 매번 숨막힐 듯한 공포를 이겨내고 자신을 지키는 굳센 여인이 그의 모습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조디 포스터의 이런 모습은 변함이 없다. 복수의 칼을 빼든 여러 작품의 여인네들처럼 그 역시 차갑고 냉철한 킬러로 변했다.
닐 조단 감독은 입을 꽉 다문채 밤 거리를 배회하는 조디 포스터의 모습과 더불어 배경음악도 극도로 절제하며 더할 수 없이 건조한 영화를 만들었다. 그에게 영화의 배경이 된 뉴욕은 메마른 식빵처럼 건조한 도시였나보다.
사실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익숙한 공간의 낯설음이다. 활기찬 한낮은 사람들에게 평온하고 익숙한 거리이지만 밤이 되면 산책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공포의 거리로 변하는게 뉴욕의 이중적인 모습이다.
닐 조단 감독은 조디 포스터의 행각을 긴장감있게 묘사해 재미를 부여했으며, 황폐해져 가는 그의 모습을 통해 건조한 도시인의 삶 또한 의미있게 조망했다. 잘 만든 수작은 아니지만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있는 작품이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화질이 좋다. 샤프니스가 좋아 화질이 깨끗하며 색감 또한 선명하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는다.
<파워DVD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약혼자의 복수를 위해 총을 빼든 주인공을 맡은 조디 포스터.
도심 한복판 공원에서 벌어지는 야만적인 살인. 거기에는 이유도 명분도 없이 오로지 광기만이 존재한다.
조디 포스터는 끔찍하게 망가졌다가 삭막한 여인으로 되살아는 모습을 설득력있게 잘 연기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처럼 함무라비식 법전 같은 복수가 펼쳐진다.
원래 조디 포스터가 연기한 여주인공 에리카의 직업은 신문기자였는데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로 바뀌었다. 끝없는 자기 독백을 통해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기 때문. 형사 역할은 테렌스 하워드가 연기.
닐 조단 감독은 이전에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를 감독했으며 '크라잉 게임'의 각본을 썼다.
1996년 미국 뉴욕 출장시 마천루와 더불어 노란 택시가 인상 깊었다. 센트럴파크와 뉴욕대를 지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향하면서 뉴욕은 참으로 택시가 많은 도시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정작 타보지는 못했다.
뉴욕의 택시기사들은 공공 의료보험에 가입이 안된다. 개인 사업자이기 때문에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연금도 없는 이들이 믿는 것은 바로 택시 면허다. 우리네 개인택시면허처럼 택시 위에 찍힌 면허숫자는 무려 50만달러의 가치가 있다. 이들에게는 바로 택시면허가 퇴직금인 셈이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만든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 1976년)는 뉴욕의 택시 운전사가 주인공이다. 월남전 참전 용사인 트래비스(로버트 드니로)는 택시운전을 하며 뉴욕을 누빈다. 이렇다할 삶의 목표가 없는 그는 밤거리의 악행들을 보다못해 무장을 한 채 직접 범죄 소탕에 나선다.
언뜻보면 정의의 사나이를 다룬 듯한 이 작품은 사실 1970년대 미국 사회에 대한 통렬한 풍자가 담긴 느와르풍 걸작이다. 당시 미국의 뉴스위크는 제럴드 포드 대통령 암살 미수범의 얼굴을 표지로 싣는다.
대본을 쓴 폴 슈레더는 범죄자가 영웅처럼 언론을 장식하는 어이없는 현실을 보고 정신이상자도 영웅이 될 수 있는 우스꽝스런 사회의 단면을 꼬집는 이야기를 쓴다. 이를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절제된 영상으로 다듬었다.
특히 버나드 허먼이 작곡한 스산한 음악과 마이클 채프먼 촬영감독의 건조한 영상은 보는 이를 빨아들이는 마력이 있다. 아울러 광기에 사로잡힌 도시의 전사 트래비스를 연기한 로버트 드니로의 연기도 훌륭했다. 무엇보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진면목이 제대로 드러난 작품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화질이 그저 그런 편. 잡티는 제거 됐으나 입자가 거칠고 배경이 지글거린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그런대로 서라운드 효과가 나타난다.
DVD의 진가는 2번째 디스크에 실린 부록에 있다. 제작과정부터 뉴욕 택시기사들의 애환과 1970년대 뉴욕 시에 얽힌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처럼 만든 영상들은 영화못지 않게 재미있다. 특히 영화속 70년대 뉴욕 풍경과 요즘 뉴욕거리를 나란히 분할 화면으로 보여주는 부록은 기발한 아이디어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은 억제할 수 없는 충동의 노예가 된 사람의 이야기다.
초반에 물이 번진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영상은 켐톤이라는 특수 기법을 사용. 엔딩 타이틀에 다시 한번 등장하는데 되풀이해서 사용한 이유는 돌고도는 세상을 나타내기 위한 것.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디졸브를 독특하게 사용한 장면. 보통 디졸브는 시간의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공간 이동을 표현하기 위해 쓰였다.
거리에 앉아 있는 청바지 청년이 바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다. 그는 이 작품을 만들때 카메라 움직임을 익히려고 히치콕 감독의 '오인'을 많이 참고했다. 그 탓인지, 히치콕처럼 그도 카메오 출연을 했다.
운전 솜씨가 훌륭한 드니로는 직접 택시를 몰고 뉴욕을 돌며 촬영.
히치콕의 영향이 다분한 장면. 히치콕이 즐겨쓴 하이앵글 샷이 영화에 자주 등장.
드니로의 상대 역으로 나온 시빌 세퍼드.
이 영화는 독특하다. 무엇보다 주인공이 왜 저렇게 됐는 지 이유를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 즉, 주인공의 동기를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사는 폐쇄적인 트래비스는 첫 데이트에 여인을 포르노 극장으로 데려간다.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1970년대 뉴욕은 7번가, 8번가, 42번가 등 어느 곳이나 포르노 극장 투성이었다. 78~89년 뉴욕시장을 지낸 에드워드 카치는 당시 타임스퀘어는 몹시 지저분했고 42번가에는 25센트면 영화를 볼 수 있는 극장이 즐비했다고 기억한다.
다시 택시 손님으로 등장하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
조디 포스터의 친구로 등장하는 선글라스를 쓴 소녀는 놀랍게도 실제 창녀다. 당시 15세인 그가 조디 포스터 배역의 실제 모델이다. 대본을 쓴 폴 슈레더는 어린 창녀인 그를 우연히 발견하고 마틴 스콜세지와 함께 그를 설득해 영화에 출연시켰다. 당시 12세였던 조디 포스터는 그의 옷차림, 행동 등을 영화속에서 흉내냈다.
총기상으로 등장하는 스티븐 프린스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친구다.
직접 악을 일소하기 위해 체력단련을 하는 트래비스. 그는 광기에 사로잡힌 전형적인 마초맨이다.
이 영화는 1980년대 레이건 미국 대통령 암살 미수사건때 다시 화제가 됐다. 당시 범인인 존 힝클리가 이 작품에 빠져있었기 때문. 이 때문에 대본을 쓴 폴 슈레더는 FBI의 조사를 받았다.
트래비스가 직접 무기 보조기구를 만드는 장면. 편집증적인 그의 광기가 무섭다.
무기 사용법을 혼자서 익히는 트래비스.
이 작품에는 반어법적인 메시지가 많이 등장한다. 범죄를 위해 구입한 총으로 강도를 잡고, 총기면허가 없다는 이유로 선행을 하고도 도망간다. 막판에는 살인을 하고도 거꾸로 영웅이 된다.
로버트 드니로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궁합이 잘 맞는다. 그는 이 작품을 비롯해 '좋은 친구들' '성난 황소' 등 마틴 스콜세지와 함께 한 작품들에서 단연 빛났다.
포주로 등장한 하비 케이텔. 원래 포주 역할은 흑인이었으나, 인종 차별 비난을 우려한 제작진은 배역을 백인으로 바꿨다.
조디 포스터는 선글라스, 옷차림, 잼을 바른 빵에 설탕을 뿌려 먹는 행동 등을 실제 매춘부였던 15세 소녀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했다.
1970년대 뉴욕의 밤거리는 총기류는 물론이고 심지어 도끼를 들고 다니는 등 무기를 든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했다.
모히컨족 같은 드니로의 머리는 가발이다. 월남전 당시 특수부대가 작전을 나갈때 했던 머리 모양을 흉내낸 것.
트래비스의 총에 맞아 악당의 손가락이 날아가는 장면은 가짜 손을 만들어 촬영.
막판 드니로의 결투 장면은 참으로 잔혹하다. 제작진은 심의 통과를 위해 결투 장면의 채도를 일부러 크게 떨어뜨렸다. 그래서 원래 강렬했던 붉은 피 색깔이 모두 갈색으로 변해버렸다.
음악을 맡은 버나드 허먼은 이 작품이 유작이었다. 심장이 안좋았던 그는 작곡을 마친 뒤 할리우드 스튜디오로 날아와 직접 지휘하며 음악을 녹음한 뒤 그날 밤 쉐라톤 호텔에서 사망했다.
위에서 내려다본 죽음의 현장을 촬영하기 위해 제작진은 3개월에 걸쳐 천장을 뜯어낸 뒤 내려다보며 촬영.
드니로가 연기한 트래비스 역 후보로 처음에는 제프 브리지스, 닐 다이아몬드 등이 거론됐다. 이 작품은 칸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았다.
오랜만에 스파이크 리 감독이 한 건 했다. '말콤엑스' '정글피버' '똑바로 살아라' 등 일련의 작품들로 명성을 날렸던 1990년대와 달리 2000년대 들어 이렇다할 문제작을 선보이지 못해서 예전같지 않다는 소리를 들었던 그가 '인사이드맨'(Inside Man, 2006년)으로 실력이 녹슬지 않았음을 제대로 보여줬다.
이번 작품은 과거 문제의식과 사회비판적 시각으로 가득찬 작품들과 달리 의외로 고도의 두뇌게임이 가미된 스릴러물이다. 스파이크 리 감독이 처음 만든 스릴러물은 뜻밖에도 참으로 훌륭했다.
러셀 게위르츠라는 신인 작가의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뛰어난 시나리오 덕분에 영화는 완벽한 밀실 스릴러의 정수를 보여준다. 물론 덴젤 워싱턴, 클라이브 오웬, 조디 포스터, 윌렘 데포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잠시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스파이크 리 감독의 연출력 또한 뛰어났다.
이야기는 백주 대낮에 뉴욕 한복판에 은행강도들이 들이닥치면서 시작된다. 50명의 인질을 잡은 강도들은 인질들에게 자신들과 똑같은 복장과 마스크를 씌우는 범상치 않은 행동으로 지능적인 강도극을 벌인다. 이 와중에 은행 설립자가 은행 금고안에 보관한 자신의 비밀을 감추기 위해 전문 협상가를 고용해 강도들과 개인적인 접촉을 시도한다.
과연 은행강도들은 물 샐틈 없는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달아날 수 있을까. 경찰은 인질들을 무사히 구할 수 있을까. 은행 설립자의 비밀은 무엇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수께끼와 막판 허를 찌르는 반전 등 모든 것이 잘 짜여진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은 기분이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필름의 입자감이 느껴지지만 괜찮은 화질이다. 중경과 원경에 이중윤곽선이 보이지만 잡티나 스크래치는 없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전체적으로 울림이 좋아 공간감이 살아나며 저음도 무게감이 있다.
<파워 DVD 캡처 샷>
뉴욕 맨하탄에 위치한 은행에 강도들이 들이닥치며 사건은 시작된다.
이 작품은 이야기 구성이 참으로 뛰어나다. 범인들은 인질들에게 자신들과 똑같은 작업복, 마스크를 착용하게 해 경찰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솔직히 보고 배울까봐 걱정될 만큼 지능적인 플레이다.
간간히 나오는 인질들에 대한 취조장면은 콘트라스트가 강조되고 입자감이 두드러져 보이는 블리치 바이 패스 기법을 사용해 차별화했다.
이 작품은 은행강도들과 여기 대응하는 경찰의 움직임을 번갈아 보여주며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를 위해 동시에 2대의 카메라를 돌리며 양쪽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리액션 샷으로 촬영.
은행 건물은 실제로는 맨하튼 트러스트가에 위치한 술집이다. 이를 은행세트로 꾸며 촬영.
앵글이 단조로왔던 과거 스파이크 리 감독 작품과 달리 적극적인 와이드 스크린의 활용, 부감과 앙각샷, 과감한 핸드헬드까지 사용하는 등 카메라의 움직임이 역동적이다. 촬영은 '폰 부스' '고티카'를 찍은 매튜 리바티크 솜씨다.
가장 열연을 한 덴젤 워싱턴에 오랜만에 보는 윌렘 데포, 똑소리 나는 조디 포스터까지 스타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우르르 쏟아져나오는 인질들. 저 속에 범인이 있을까. 있다면 누구일까. 범인은 공기가 돼서 증발하지 않는 이상 달아날 곳도 숨을 수도 없다. 스파이크 리는 빈틈이 없는 각본 속에 변함없는 사회비판 메시지를 끼워넣었다. 이번에는 미국내 뿌리깊은 흑백인종차별 대신 911이후 광범위하게 확산된 아랍계에 대한 인종차별 메시지가 녹아들었다.
데이비드 핀처, 콘래드 홀, 다리우스 콘지, 데이비드 코프, 하워드 쇼... 이름만 늘어놓아도 묵직한 존재감이 느껴지는 거장들이다.
이들이 함께 한다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 나올까. 그 즐거운 상상을 실행에 옮긴 작품이 바로 조디 포스터가 주연을 맡은 스릴러 '패닉 룸'(Panic Room, 2002년)이다.
이 작품에서 데이비드 핀처는 감독을 맡았고 콘래드 홀과 다리우스 콘지는 촬영을, 데이비드 코프는 각본을, 하워드 쇼는 음악을 담당했다. 데이비드 핀처는 '세븐' '에이리언3' '파이트클럽' 등을 만든 스릴러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 데이비드 코프는 '주라기 공원' '스파이더맨' '미션 임파서블'을 비롯해 조만간 국내개봉할 '우주전쟁' 시나리오를 쓴 명실공히 히트 제조기 작가다. 하워드 쇼 역시 '반지의 제왕' 3부작, '필라델피아' '세븐' '양들의 침묵' 등 대작의 음악을 만든 작곡가로, 설명이 필요없는 존재다.
그러나 여기서 가장 빛나는 이름은 단연 촬영감독인 콘래드 홀과 다리우스 콘지이다. 황기석을 비롯해 국내외 많은 촬영감독들이 단연 첫 손에 꼽는 촬영감독인 콘래드 홀은 30년 동안 마술같은 영상을 만들어낸 존재. 이번 작품에서도 '아메리칸 뷰티' '로드 투 퍼디션' 등에서 보여준 그만의 흡입력 강한 그림을 만들어냈다.
콘래드 홀이 촬영의 교과서같은 존재라면 다리우스 콘지는 실험실에 비유할 수 있다. '세븐' '에이리언4' 등에서 실험적인 영상을 시도한 콘지는 이번 작품에서도 카메라를 회전하고 비틀고 돌리며 긴박감을 조성한다.
이들이 참여했다는 사실을 모른채 처음에는 아무 생각없이 영화를 봤다가 나도 모르게 작품에 빠져든 후 일부러 엔딩 크레딧을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면면이 심상치 않았다. 그래서 주저없이 DVD를 구입했다. 전체적으로 걸작은 아니지만 이목구비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미인 같은 작품이다.
2.40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는 사실 슈퍼비트 이름값을 하기에는 약간 부족하다. 어두운 실내 장면에서는 화질이 약간 뿌옇다. 대신 DTS를 지원하는 음향이 훌륭하다. 채널별 분리도는 물론이고 저음과 고음의 안배 등 사운드 디자인이 뛰어나다.
<파워 DVD 캡처 샷>
패닉룸이란 일종의 비상 대피소같은 곳이다. 미국에 사는 부자들이 외부 침입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비밀 방으로, 영화에서는 조디 포스터가 강도들을 피해 딸과 함께 이곳에 숨는다.
강인하고 야무진 엄마를 연기한 조디 포스터는 이 작품 촬영을 위해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 자리를 고사해 화제가 됐다. 원래 엄마 역은 니컬 키드먼에게 내정됐다가 조디 포스터로 바뀐 것.
바닥을 훑을 듯 납작 엎드린 콘래드 홀의 카메라. 이번 작품은 전체적으로 앵글이 낮다. 마치 뱀이 기어다니듯 카메라는 바닥을 훑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며 벽을 타고 넘나든다. 덕분에 보는 사람은 긴장감에 숨도 제대로 못쉬고 화면을 응시하게 된다.
강도들이 노린 것은 전 집주인이 패닉 룸에 숨겨놓은 거액의 재산. 이 장면 역시 앵글이 낮다.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을 더한다. 패닉 룸에 숨은 모녀를 쫓던 강도들이 거꾸로 패닉 룸에서 자신들의 안전을 구하는 등 계속 뒤집어지는 상황을 만든 데이비드 코프의 실력은 역시 탁월하다.
와이드 스크린의 묘미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장면. 공간의 확장성과 여백은 여유로움과 편안함을 준다. 오히려 인물을 정중앙에 놓았다면 이런 여유는 느끼지 못했으리라.
알란 파커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벅시 말론'(Bugsy Malone, 1976년)은 깜찍하고 앙증맞은 영화. 마피아가 등장하는 갱스터 무비에 춤과 노래를 도입한 갱스터 뮤지컬.
그런데 등장인물이 모두 아이들이다. 덕분에 잔혹한 다른 갱스터 무비와 달리 살인도, 피도 없고 더 없이 장난스럽다.
파커 감독은 4명의 자녀들에게 라스베이거스의 갱 벅시 시겔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이 작품을 구상. 감독은 어른들의 세계를 풍자하고 각종 영화를 패러디한 이 작품에 대해 "정신병자가 만든 작품"같다며 스스로도 황당하게 여겼다. 그만큼 놀랍도록 기이한 작품인데, 덕분에 칸 영화제에 나갔을 때 관객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DVD는 지난해 영국에서 나온 코드 2 SE판 소스를 사용해 화면비가 TV용인 4 대 3 레터박스다. 화질은 비디오급. 전체적으로 영상이 뿌옇고 몽롱하며 색상도 번진다.
음향은 돌비 스테레오. 뮤지컬이라서 음악이 중요한데 음량이 작고 저음도 약해 불만. 그러나 이 작품은 부족한 화질과 음향을 떠나서 DVD로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파워 DVD 캡처 샷>
귀여운 꼬마갱들. 이들이 손에 든 총은 감독이 발명한 스플러지건. 총알은 흰 탁구공이다.
총알은 맞는 순간 마치 풍선껌처럼 터지며 안에서 하얀 크림이 쏟아진다.
자동차는 모두 자전거처럼 페달을 열심히 밟아야 달린다.
주인공 벅시 말론.
놀랍도록 자연스런 연기를 보여 준 '뚱보 샘'역의 소년. 그는 배우가 아니었다.
당시 12살이었던 조디 포스터. 감독은 당시 그의 연기가 천재적이었다고 극찬했다.
재미있는 것은 보니 랭포드가 부른 것을 제외하고는 노래가 모두 립싱크라는 점. 어른들이 노래를 불렀고 아이들은 입만 벙긋거렸다. 이유는 감독이 아이들의 앵앵거리는 목소리를 싫어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