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상미 3

접속 (블루레이)

채팅, 유니텔, 삐삐. 장윤현 감독의 영화 '접속'(1997년)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들이다. 이 영화가 나와서 인기를 끈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년이 넘었다니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이 작품은 당시 인기 있었던 PC통신을 매개로 싹튼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다뤘다. 요즘으로 치면 인터넷으로 만난 묻지마 사랑 같은 이야기인데, 당시로서는 PC통신과 채팅으로 만난 남녀가 사랑을 하는 이야기 자체를 아주 신선하고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인터넷이 널리 퍼지기 전인 만큼 PC통신을 통한 사랑은 거의 사이버 러버 수준이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이 영화가 서울의 종로 3가 피카디리 극장에서 개봉을 했는데, 영화 속 두 사람이 만남을 시도하는 장소도 피카디리 극장이어서 신기했다. 영화의 소재였던 PC통신은 당시..

생활의 발견 (블루레이)

강원 춘천의 청평사에는 보물로 지정된 회전문이 있다. 돌아가는 문이 아니라 큰 흐름이 바뀌는 터닝포인트 같은 문이란 뜻이다. 즉,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가 끝나고 해탈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문이다. 더불어 여기 얽힌 전설도 있다. 당 태종의 딸 평양공주를 사랑했던 청년이 있었으나 평민 주제에 공주를 넘본 죄로 처형당했다. 청년은 죽어 상사뱀이 돼 공주의 몸을 휘감았다. 별의별 방법을 써도 뱀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신라에서 온 중이 청평사에 가서 불공을 드리라고 일러줬다. 공주가 청평사에 들어가 불공을 드리는 동안 떨어졌던 뱀은 공주가 나오지 않자 회전문으로 들어섰고, 그 순간 벼락이 쳐서 죽고 말았다. 공주는 죽은 뱀을 불쌍히 여겨 묻어줬다. 그러나 어찌 보면 뱀에게는 죽음이 곧 질긴 집착의 고통에서 ..

누구나 비밀은 있다 (SE)

'누구나 비밀은 있다'(2004년)는 장현수 감독이 흥행을 위해 선택한 작품이다. '걸어서 하늘까지' '게임의 법칙' '본투킬' 등 남자들의 거친 세계를 다룬 영화를 주로 만든 장 감독이 흥행을 위해 선택한 코드는 섹스와 코미디다. 매력적인 청년(이병헌)이 세 자매(추상미, 최지우, 김효진)를 만나 다중으로 얽히는 내용은 제라드 스템브리지 감독의 '어바웃 아담'을 리메이크한 것. 메인 배우들 외에 정보석, 공효진, 탁재훈, 정준하 등 다양한 배우들의 깜짝 출연과 애니메이션 같은 화면 구성이 눈길을 끈다. 그러나 정작 감독이 노린 섹스와 코미디라는 흥행 코드는 그다지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화려한 성 담론이 펼쳐지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제대로 웃기지도 못하기 때문. 장 감독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