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켈리 맥도널드 3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블루레이)

에단과 조엘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 2007년)를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 섬뜩한 기억을 잊을 수 없다. 단발머리의 무표정한 얼굴의 사내가 들고 다니는 공기탱크는 역대 최강의 무기였다. 소리도 없고 불꽃도 없으면서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문짝의 열쇠 틀이 통째로 뽑혀 날아갈 만큼 무시무시한 파워를 과시했다. 이를 사람의 머리에 대고 버튼을 누르면 순식간에 죽는 줄도 모르고 쓰러진다. 어떻게 저런 무기를 생각했을까, 절로 감탄하며 봤는데 알고 보니 거대한 소를 도살할 때 쓰는 도구를 개조한 무기였다. 살인자를 연기한 하비에르 바르뎀의 무표정한 얼굴 또한 공포 그 자체였다. 어둡게 가라앉은 눈빛에 낮게 깔리는 목소리, 여기에 우스꽝스러운 단발머리까지 ..

내니 맥피 : 우리 유모는 마법사 (블루레이)

커크 존스 감독의 '내니 맥피 : 우리 유모는 마법사'(Nanny McPhee, 2005년)를 처음 본 것은 유럽 출장길 비행기에서였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재미있어서 블루레이까지 구입했다. 이 작품은 1964년 여류 소설가 크리스티안나 브랜드가 쓴 아이들을 위한 동화 '간호사 마틸다' 시리즈가 원작이다. '간호사 마틸다' '간호사 마틸다 도시에 가다' '간호사 마틸다 병원에 가다' 등 3권의 동화를 영화 '러브 액추얼리'로 유명한 배우 엠마 톰슨이 합쳐서 각색을 했다. 엠마 톰슨은 연기도 잘하지만 영화 '센스 앤 센서빌리티'를 비롯해 각본도 곧잘 쓴다. 그는 이 작품에서 각색과 주연까지 겸했다. 내용은 말썽꾸러기 7남매가 모여사는 집에 어느날 홀연이 나타난 유모 맥피가 착한 아이들로 만드는..

안나 카레니나 (블루레이)

'전쟁과 평화' '부활'과 함께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3대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안나 카레니나'는 그동안 10여차례에 걸쳐 영화와 드라마 시리즈 등으로 제작됐다. 그만큼 나중에 나온 영화들은 내용이 익히 알려졌으니 볼거리로 승부 할 수 밖에 없다. 얼마나 문학적 상상력을 영상으로 구현했는 지, 문학작품 최고의 여주인공으로 꼽히는 안나 카레니나를 얼마나 그럴 듯 하게 소화했는 지가 승부를 가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조 라이트 감독의 '안나 카레니나'(Anna Karenina, 2012년)는 절반의 성공이다. 조 라이트 감독이 워낙 미술과 의상 조명 구도 등 미장센에 공을 들이는 만큼 볼거리는 훌륭하다. 감독은 특이하게도 이 작품을 연극 무대처럼 꾸민 세트에서 대부분 촬영했다. 으례히 러시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