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Howl's Moving Castle, 2004년)은 서구 지향적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같은 지브리 스튜디오 소속인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일본의 전통적인 요소를 즐겨 사용하는 반면 하야오는 서양, 특히 근대 유럽을 연상케하는 이미지들을 고집한다.
젊은 마법사 하울과 저주에 걸려 하루 아침에 90세 노파가 된 소녀가 저주를 풀기위해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내용의 판타지적인 요소를 선택한 점부터가 지극히 서구 편향적이다. 여기에 언제나 인간과 자연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의 메시지를 얹는 것이 어느덧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돼버렸다.
그러면서도 하늘을 나는 돼지, 소녀 마법사, 숲속 도깨비 등 다양한 소재로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풀어내서 인기가 많았는데, 이번 작품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소재나 형식, 그림 등이 너무 비슷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아마 국제영화제와 유럽, 미국 등 해외 시장을 강하게 의식한게 아닌가 싶다.
전작들에 비해 내용이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않지만 이 작품은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언제나 손그림을 고집하는 하야오 감독 특유의 따뜻하고 정감넘치는 그림들과 단짝인 히사이시 조의 아름다운 음악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16 대 9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화질은 최신작치고 기대에 못미쳤다. 극장에서 본 것보다 색이 뿌연 편이며 샤프니스도 높지 않다. 이중윤곽선이나 지글거림은 없지만 좀 더 선명하고 색상이 뚜렷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반면 DTS-ES를 지원하는 음향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않게 뛰어나다. 서라운드 효과나 소리의 이동성 모두 빼어나며 히사이시 조의 음악을 풍부한 울림으로 잘 살렸다.
일반판과 특별판 DVD는 3장의 디스크로 구성돼 있으며 추가된 한 장의 디스크에 하야오 감독이 미국 픽사스튜디오를 방문한 동영상과 영화속 CG를 사용한 장면에 대한 설명이 들어 있다. 그렇지만 시간들이 짧아서 굳이 3장으로 나누지 않고 본편을 포함해 2장의 디스크에도 충분히 들어갈 만한 분량이다.
<파워 DVD 캡처 샷>
이 작품은 영국의 판타지 소설가 다이애나 윈 존스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저주에 걸려 어느날 노인이 돼버린 소녀가 저주를 풀기 위해 움직이는 성에 사는 마법사 하울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은 '이웃집 토토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서양 풍물을 사용했다. 이 작품도 예외가 아니다. 배경만 보면 꼭 유럽 만화 같다.
소녀에게 마법을 거는 황야의 마녀. 미국판 녹음에서는 유명한 배우 로렌 바콜이 목소리를 연기했다.
마치 짐승처럼 4개의 발을 이용해 움직이는 하울의 성. 원작자가 감탄한 하야오 감독의 기발한 아이디어다. 이 장면에는 하모니라는 독특한 기법과 컴퓨터 그래픽이 사용됐다. 하모니는 손그림을 셀에 전사한 뒤 셀화용 물감과 배경용 물감을 통합해 채색하는 방법이다. 셀화의 윤곽선과 배경 이미지가 녹아들어 움직임이 자연스럽다.
'천공의 성 라퓨타' '붉은 돼지'처럼 반전 메시지도 깔려 있다.
픽사 스튜디오 사람들도 깜짝 놀란 화려한 이미지의 향연을 엿볼 수 있는 장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날틀과 비슷한 비행체. 이 작품 역시 하야오 특유의 독특한 기계들이 등장한다.
영어판에서는 크리스찬 베일이 하울의 목소리를, 진 시몬스가 할머니가 된 소녀 목소리를 연기했다.
5번째 배트맨 시리즈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비긴즈'는 요즘 영화의 트렌드가 되다시피한 프리퀄이다. 주인공 브루스 웨인(크리스찬 베일)이 부모가 살해당한 뒤 힘든 시절을 보내고 배트맨이 되기 전 7년 동안 세상을 떠도는 과정과 배트맨 마스크를 처음 쓴 1년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연히 영화의 분위기는 무겁다. 놀란 감독은 끝없는 고뇌 끝에 영웅이 태어나는 과정을 공포물처럼 처리해 액션에 치중한 기존 시리즈와 차별화했다.
어지러운 액션과 탱크같은 배트카 못지 않게 볼 만한 것은 화려한 조연들. 리암 니슨, 모건 프리먼, 마이클 케인, 와타나베 켄, 게리 올드만, 롯거 하우어 등 오히려 주연보다 유명한 조연들이 탄탄한 연기력으로 영화를 빈틈없이 꽉 채우고 있다.
다만 존재에 대해 고민하는 실존철학자처럼 사유하는 영웅의 모습이 액션물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놀란 감독과 우울한 인상의 크리스찬 베일이 만든 이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배트맨이라는 존재가 천부적인 능력을 갖고 태어난 슈퍼맨과 달리 인간적인 노력 끝에 영웅으로 거듭났다는 점을 상기하면 고뇌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당연한 것이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배트맨의 진정한 매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필름 입자감이 곱게 느껴지는 가운데 사물의 표현이 섬세하면서도 선명한 화질을 보여준다. 특히 들뜨지 않고 차분하게 가라앉은 색감이 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렸다. 일부 장면에 미세한 지글거림이 보이지만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최신 블록버스터 영화답게 요란하고 풍성한 소리를 들려준다. 저음의 울림도 좋은 편이어서 전체적으로 사운드 디자인은 흠 잡을 데 없이 훌륭하다.
2번째 디스크에 실린 숱한 부록들 가운데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제작에 얽힌 뒷이야기들이다. 특히 배트맨의 복장과 장비에 대한 설명은 영화 못지 않게 흥미롭다.
<파워 DVD 캡처 샷>
브루스 웨인의 집으로 나온 영국 런던 북쪽에 위치한 맨트모어성. 실내를 모두 흰색으로 꾸민 특이한 장소다.
배트맨의 액션은 중국 유술에서 착안한 케이시 격투법이라는 독특한 무술이다. 팔꿈치와 주먹을 주로 사용하는 이 무술은 자세보다 감정에 따라 동작을 취하는 것이 특징.
고담시는 뉴욕을 모델로 만들었다. 시카고를 촬영한 풍경 위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일부 장면을 그려넣어 제작.
'이퀄리브리엄'에서 깊은 인상을 준 크리스찬 베일은 우울한 인상의 배우다. 호리호리했던 이퀄리브리엄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체중을 불려서 근육을 만들었다.
최근들어 리암 니슨이 블록버스터에서 칼을 자주 잡는다. '킹덤 오브 헤븐'에서 올랜도 블룸의 아버지이자 기사로 등장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는 베일의 스승이자 악당 두목으로 나온다.
영화속에서 히말라야 산맥에 위치한 것으로 나오는 부탄 사원은 실제로는 아이슬랜드에서 촬영했다.
와타나베 켄은 '라스트 사무라이' 덕분에 떴다. 이번 작품에서는 악역으로 등장.
육중한 배트카인 '텀블러'는 영화 촬영을 위해 실제로 만든 2.5톤 중량의 자동차이다. 외형은 람보르기니와 험비를 섞어 디자인했다.
고담시 빈민가는 영국 카딩턴 격납고에 지은 48미터 높이의 세트였다.
박쥐 떼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려 넣은 것. 배트맨 복장은 크리스찬 베일의 몸매를 석고로 뜬 뒤 주물로 제작한 외형에 맞춰 라텍스로 만들었다. 망토는 영화속 대사처럼 미 국방부에서 연구한 형상기억섬유를 사용했다. 실제로 망토는 영화처럼 일정 이상의 힘이 가해지면 딱딱하게 굳는다.
이 작품은 3편의 원작 만화가 섞였다. 마피아 두목 팔코네가 등장하는 '깊었던 할로윈', 라스 알굴이 등장하는 악마의 머리라는 뜻의 '라스 알굴', 게리 올드만이 맡은 형사 고든이 나오는 '배트맨 최초의 1년'이라는 3편의 만화를 시나리오 작가인 데이비드 고이어가 한 편으로 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