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La Dolce Vita)

'크리스토퍼 도일'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07/08/12 사랑해 파리 by 울프팩
  2. 2006/09/10 중경삼림 (리마스터링판) by 울프팩 (8)
  3. 2006/09/03 에로스 by 울프팩
  4. 2005/09/22 화양연화 (FE) by 울프팩 (12)
  5. 2005/09/11 쓰리 몬스터 by 울프팩 (9)
  6. 2005/03/30 2046 (LE) by 울프팩 (2)
  7. 2005/03/27 무간도 (트릴로지 박스세트) by 울프팩 (3)
비추천 DVD2007/08/12 11:06 Posted by 울프팩

20명의 영화감독들이 프랑스 파리에 모였다.
이유는 한가지, 사랑의 도시 파리를 찬미하기 위해서다.

면면들도 쟁쟁하다.
'슈팅 라이크 베컴'의 거린더 차다, '굿 윌 헌팅'의 구스 반 산트, '파고'의 코엔 형제, '화양연화'를 찍은 크리스토퍼 도일,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알폰소 쿠아론, '스크림'의 웨스 크레이븐, '사이드웨이'의 알렉산더 페인 등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다양한 색깔을 지닌 감독들이 모였다.

이들에게 주어진 조건은 파리 시내 20개구 가운데 한 곳을 골라서 5분 내외의 영상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옴니버스 영화 '사랑해 파리'(Paris, Je T'Aime, 2006년)다.

개성강한 감독들이 모이다 보니 각 편의 이야기도 다양하다.
흡혈귀의 사랑부터 중년 부부의 이혼, 피에로의 우스꽝스런 인연, 시각장애인의 가슴아픈 사랑, 이민자들의 애환 등 각종 사랑과 이별, 죽음이 모자이크처럼 점철된다.

부페처럼 갖가지 색깔의 영상을 골라먹는 재미가 장점이라면 일관된 흐름없이 뮤직비디오처럼 끊어지는 감정의 파편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단점이다.
결국 파리를 홍보하겠다는 목적이 너무 크게 부각된 작품이 돼버렸다.
그 바람에 감독도, 배우도, 이야기도 모두 퍼즐 조각이 돼서 흩어졌다.
그래도 몇 편의 이야기는 건질 만 하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평범한 화질이다.
필름 질감이 느껴지는 영상은 전체적으로 일관된 톤을 유지한다.
잡티나 스크래치는 없지만 미세한 지글거림이 눈에 띈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한다.
부록은 전무하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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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버스 영화인 이 작품은 20명의 감독이 찍은 18편의 단편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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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구역서 벌어지는 우연한 인연을 다룬 브루노 포다리데스 감독의 '몽마르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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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계 여성과 백인 청년의 사랑을 다룬 거린더 차다 감독의 '세느 강변'. 인도계 여성이 매력적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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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빠질 수 없다. 구스 반 산트의 '마레 지구'. 고급 상점이 많아 여행안내서에도 소개된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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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과 에단 코엔 형제 특유의 유머가 빛나는 '튈르리'. 이방인들에게 파리에서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말 것을 경고한다. 스티브 부세미가 곤경을 치르는 여행객으로 등장. 튈르리는 화재로 소실된 옛 궁전이 있던 동네로, 음악회와 전람회가 많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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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크리스토퍼 도일이다. 동양과 이미지에 집착하는 그답게 차이나타운이 있는 '포르트 드 쇼와지'를 소재로 CF같은 작품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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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바스티유 감옥이 있던 광장을 소재로 만든 이자벨 코이셋 감독의 '바스티유'. 사별한 아들에 대한 애틋한 모정을 절절하게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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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 비노쉬, 파리 영화에 그가 빠질 수 없다. 그는 '바스티유'편에서 윌렘 데포와 함께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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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서정적인 저녁 놀. 이자벨 코이셋 감독 특유의 섬세함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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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 주변에서 벌어지는 피에로의 판타지 같은 사랑을 다룬 실방 쇼메 감독의 '에펠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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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야경을 보고 싶다면 올리비에 아사야시 감독의 '앙팡 루즈'를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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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조 나탈리 감독은 마들렌 교회가 있는 지역을 소재로 흡혈귀의 사랑을 다뤘다. 여기에는 일라이저 우드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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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물을 즐겨 만드는 웨스 크레이븐은 역시 '페르 라세즈 묘지'를 소재로 삼았다. 이곳에는 쇼팽, 오스카 와일드, 에디트 피아프 등 유명인사들의 묘와 파리 코뮌의 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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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를 만든 톰 튀크베어 감독은 '생드니'를 소재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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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드니'에는 나탈리 포트만이 등장해 시각장애인과 펼치는 가슴아픈 사랑을 풀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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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우버르탱은 제라르 드파르듀와 공동으로 '라탱지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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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탱지구'를 만든 제라르 드파르듀는 직접 출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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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2006/09/10 23:41 Posted by 울프팩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1994년)은 참으로 독특한 영화다.
두 편의 에피소드로 나뉜 이야기는 연결되지 않는 듯하면서도 스쳐지나가는 인물들과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라는 노점 카페를 통해 교묘하게 연결되는 특이한 구조를 갖고 있다.
서로 남남이지만 사회라는 틀 안에서 보이지 않게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인간 사회의 축소판 같다.

전작인 '아비정전'의 흥행 실패이후 데뷔작인 '열혈남아' 스타일로 회귀한 이 작품은 '열혈남아'에서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그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홍콩 반환을 목전에 둔 불안한 홍콩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하듯 청춘 군상들의 흔들리는 사랑을 '열혈남아'에서 보여준 스텝 프린팅과 핸드헬드, 형광등 조명, 뮤직비디오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딱 떨어지는 음악과 영상의 조합으로 풀어낸다.

그런 점에서 '열혈남아'만큼은 못하지만 왕가위의 본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이때만해도 뜨겁게 요동치는 맥박같던 그의 영상은 '화양연화' '2046' '에로스' 등으로 넘어가면서 호흡이 길어지고 진중하게 가라앉는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리마스터링 DVD는 화질이 과거 나왔던 판본보다 많이 개선됐다.
물론 요즘 영화에 비하면 암부 디테일도 떨어지고 디더링 노이즈가 나타나지만 과거 판본보다 월등 좋아진 화질이다.

광동어 DTS를 지원하는 음향은 무난한 편.
녹음 레벨이 일정치 않고 고음이 자극적인게 흠이다.
부록으로 영화평론가 정성일의 음성해설이 실렸는데 차분하면서도 또박또박 전해주는 해설이 들을 만하다.

<파워 DVD 캡처 샷>

'열혈남아'에서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스텝 프린팅이 이번에도 그대로 등장한다. 스텝 프린팅은 일정 프레임을 불규칙하게 늘이거나 삭제하는 기법. 예를 들어 1,2,2,4,4,5,7 처럼 프레임을 불규칙하게 편집한 영상은 잔상을 남기며 강렬한 인상을 준다. 뮤직비디오에서 흔히 쓰는 기법을 왕가위는 영화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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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에피소드는 실연당한 형사와 킬러가 된 마약공급책 여인의 이야기를 다뤘다. 형사는 금성무, 금발 염색한 여인은 임청하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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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남아'처럼 형광등 조명과 불안하게 기운 사선 구도 등이 쓰였다. 두 편의 에피소드로 나뉜 영화는 촬영도 두 사람이 나눠서 했다. 1편 에피소드는 '열혈남아'에서 촬영을 맡은 '무간도' 시리즈의 감독 유위강이 촬영했고 2편 에피소드는 크리스토퍼 도일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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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깊게 보지않으면 놓치기 쉬운 장면. 가필드 인형을 들고 나오는 여인은 2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 왕정문이다. 이런 식으로 첫 번째와 두 번째 에피소드는 연결고리를 갖는다. 인형 역시 나중에 양조위 집에 등장한다. 양조위 역시 첫 번째 에피소드에 스치듯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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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에피소드는 스튜어디스를 사랑하다 실연당한 경찰과 그를 좋아하는 여인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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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남아'를 좋아한다면 너무나도 익숙한 장면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시장통에서 왕정문이 장을 본 바구니를 양조위가 대신 들어주는 장면은 '열혈남아'에서 장만옥과 유덕화가 연출한 장면과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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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과 대화하는 양조위. 이런 식으로 두번째 에피소드에는 보기 드문 왕가위의 유머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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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에피소드에는 독특한 스텝프린팅이 쓰였다. 양조위는 아주 느리게 연기를 하고 이를 슬로모션으로 찍은 뒤 정상속도로 재현하면 주인공은 느리게 움직이지만 배경속 인물들은 고속으로 움직이면서 특이한 그림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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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이 흐르는 유리창 너머로 촬영한 영상은 마치 유화를 보는 것 같다. 굉장히 감성적인 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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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나 워싱턴의 'What a Different a Day Made', 마마스 & 파파스의 'California Dreaming', 크랜베리의 'Dreams'를 왕정문이 개사해 부른 '몽중인' 등 왕가위는 음악을 아는 감독답게 영상과 잘 어울리는 훌륭한 삽입곡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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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2006/09/03 23:28 Posted by 울프팩

'에로스'(Eros, 2004년)는 왕가위, 스티븐 소더버그,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등 3명의 감독이 각각 감독한 약 40분 분량의 단편 3편을 모은 옴니버스 영화다.
이 작품은 제목이 말해주듯 사랑에 대한 세 감독의 헌사다.

워낙 개성이 강한 감독들인 만큼 작품의 색깔도 확연하게 차이난다.
왕가위 감독은 그의 전작들에서 보여준 것처럼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은근하면서도 안타까운 사랑을 다뤘고,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술자리에서 흔히 얘기하는 야한 농담처럼 성을 패러디했다.
반면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은 가장 직접적으로 육욕에 대한 갈망을 이야기한다.

평소 세 감독의 스타일을 좋아했다면 한 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그만큼 내용을 떠나 감독의 스타일을 이해하겠다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음악과 구성, 촬영, 배우들의 연기 모두 훌륭한 왕가위의 '그녀의 손길'편이 가장 마음에 든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평범한 화질이다.
링잉과 스크래치는 없지만 약간 지글거리고 화면도 살짝 뿌연편이다.

DTS를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 스피커를 적절하게 사용해 그럴듯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그러나 기대할 정도는 아니다.

씁쓸한 것은 부록.
음성해설도 없고 내용이 많지도 않은 부록을 굳이 별도 디스크에 담을 필요가 있는 지 의문이다.
아무래도 디스크 숫자만 2장으로 늘리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파워 DVD 캡처 샷>
-왕가위 '그녀의 손길'편-

각 작품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로렌조 마토티의 삽화는 3편의 작품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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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큰 공리는 목선이 아름답다. '화양연화'에 나온 장만옥도 그렇다. 그래서 긴 목을 살려주는 치파오가 잘 어울린다. 아마도 왕가위는 치파오가 잘 어울리는 배우를 선호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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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는 '화양연화' 이후 아련한 사랑의 상처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2046'에 이어 '에로스'도 마찬가지다. 왕감독은 '볼룸댄서의 황혼'이라는 책에서 이 영화의 영감을 얻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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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2046' '에로스'의 공통적인 특징은 우수에 찬 마스크를 가진 남자 배우들이 주인공이라는 점. 이 작품의 장첸도 '화양연화'의 양조위같은 분위기를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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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시간을 기억하는 긴 복도와 계단, 왕가위 작품의 상징들이다. 응시하는 듯한 달리(dolly), 꿈을 꾸는 듯한 패닝은 왕가위의 영원한 단짝 크리스토퍼 도일 촬영감독의 솜씨. '화양연화' 분위기의 음악은 피에르 라벤이 맡았다.

-스티븐 소더버그 '꿈 속의 여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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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이 작품은 사실상 단색영화다. 주인공이 꾸는 꿈은 컬러로 묘사했지만 사실상 쓰인 색은 거의 한가지나 다름없다. 결국 현실의 흑백이나 꿈 속의 컬러나 마찬가지라는 은유가 배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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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데리코 펠리니의 위대한 작품 '달콤한 인생'이 생각나는 장면. 틈 사이로 스며든 햇살이 파편같은 그늘을 만든다. 왠지 아련하면서도 나른한 느낌이 든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위험한 관계' 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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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중풍으로 몸의 반쪽이 마비가 되다시피한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은 90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으로 노익장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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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작가주의 계열의 감독들이 그러하듯, 안토니오니 감독도 작품을 온통 기호로 가득 채워넣었다. 여성의 생식기를 나타내는 듯한 비경들이 여러 군데 등장한다.
세 편 중 가장 제목에 부합하는 작품. 안토니오니 감독의 사랑은 참으로 노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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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니 감독은 이야기보다 탐미주의적인 장면을 통해 시를 쓰듯 사랑을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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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2005/09/22 14:03 Posted by 울프팩

왕가위 감독 작품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열혈남아'와 '화양연화'다.
'열혈남아'가 그의 패기를 느낄 수 있는 독보적인 작품이라면 '화양연화'는 명품같은 걸작이다.

사실 '화양연화'(In The Mood For Love, 2000년)를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 많이 졸았다.
극장 문을 나설 때 줄거리를 모를 정도였으니 상당 부분 졸았던 모양이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이 영화는 상당히 느리다.
1시간30분이라는 그리 길지 않은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여러 장면이 슬로 모션과 정지 화면에 가까운 클로즈업으로 흘러간다.
왕 감독은 이처럼 느린 영상을 통해 남녀의 애틋한 사랑을 표현하려고 했던 것.

정작 극장에서 놓친 이 걸작을 다시 발견한 것은 2년전 DVD를 통해서였다.
미국의 명가 크라이테리언 DVD를 리핑한게 아닐까 싶은 국내 출시판은 화질 좋은 프로젝터로 본다면 아련한 색감과 곱디 고운 필름 입자가 그대로 느껴져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살린다.
여기에 가슴을 때리는  시게루 우메바야시의 가슴아픈 음악은 왜 이 영화를 그동안 몰랐을까 하는 후회가 들게 만들었다.

최근 다시 나온 FE판은 디지팩 케이스 외에 영상, 음향, 부록 등 내용은 기존 틴 케이스 버전과 달라진 점을 못찾겠다.
기존 틴 케이스 버전도 화질과 음향이 훌륭했던 만큼 더 이상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영상은 16 대 9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며 음향은 돌비디지털 5.0이다.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만큼 2번째 부록에는 음성해설이 가미된 삭제장면, 작품 제작 의도를 알 수 있는 왕가위 감독의 인터뷰와 제작과정이 들어 있다.
특히 편집으로 잘려나간 '펄프픽션'을 그대로 흉내낸 장만옥과 양조위의 속옷바람 댄싱을 볼 수 있다.

<파워 DVD 캡처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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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는 꽃다운 나이, 즉 여성이 가장 아름다운 때를 의미하는 말이다. 왕 감독은 자신의 기억 속에서 화려했던 시절인 홍콩의 1960년대를 가리키는 이중적인 의미로 사용했다.
이 영화의 묘미는 느림의 미학이다. 시게루 우메바야시의 느린 왈츠풍 선율에 맞춰 대사 한마디 없이 슬로 모션으로 흐르는 장면들은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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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특징은 익스트림 클로즈업. 담배연기, 남녀의 손 등 극단적으로 확대된 영상은 집요할 정도로 탐미적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음식은 사실 계절을 나타낸다. 왕 감독은 계절별 요리 재료를 나타내 중국 사람들이라면 음식만 보고도 몇 월인지 알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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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조위의 친구로 나오는 팽이라는 등장인물은 배우가 아닌 이 영화의 소품 담당이다. 의외로 연기를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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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보이지 않는 특징은 바로 숨어보기다. 크리스토퍼 도일이 잡은 카메라는 건물이나 물건, 창살 틈 뒤에서 인물들을 잡아 마치 관객이 숨어서 엿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왕 감독은 이런 기법이 서스펜스를 높여 준다고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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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 킹 콜의 'Quizas, Quizas, Quizas'가 부드럽게 흐르는 가운데 붉은 커튼이 슬로 모션으로 흩날리는 장면은 한 편의 시 같다. 극중 호텔로 등장하는 이 곳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전 영국 병사들을 위한 병원으로 쓰였던 곳. 왕 감독은 이곳이 해체된다는 소식을 듣고 2046호실이 등장하는 호텔처럼 꾸민 뒤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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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아련함을 주는 싱가포르의 하늘. 이 영화는 무려 15개월 걸려 촬영했다. 촬영 도중 아시아의 환란으로 투자자들의 투자가 중단돼 제작이 길어졌다. 그 바람에 왕 감독은 '2046'과 동시에 작업을 해야 했고 어쩔 수 없이 두 작품의 영화 내용이 뒤섞였다. 원래 왕 감독은 대본없이 2~3개의 이야기를 두서없이 찍기로 유명하다. '중경삼림'이 대표적인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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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드레스를 입은 장만옥은 참으로 매혹적이다. 틀어올린 머리와 긴 목, 높은 컬러가 잘 어울려 더욱 미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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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앙코르와트에서 막을 내린다. 편집전 장면을 보면 이곳에서 양조위와 장만옥이 재회한다. 그 뒤 더 이어지는 내용을 찍을 예정이었으나 칸 영화제 출품 때문에 그냥 중단해버렸다. 그래서 앙코르와트에서 갑자기 결론이 난 것. 그런데 그 바람에 영화는 가슴을 아련하게 만드는 대미를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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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조위는 저 돌 틈에 무엇을 묻었을까. 못다한 사랑 고백일까, 회한에 찬 소리없는 눈물일까. 모두 세월이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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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2005/09/11 12:14 Posted by 울프팩

'쓰리몬스터'(Three, Monster, Three...Extremes, 2004년)는 3개국 감독이 각각 40분짜리 공포물 3편을 제작해 모아놓은 옴니버스 영화다.
우리는 박찬욱, 일본에서는 미이케 다카시, 홍콩은 프루트 챈 감독이 참여했다.

3작품 가운데 가장 좋은 작품은 프루트 챈이 만든 '만두'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내용이지만 미를 추구하는 여심을 깔끔하고 단정한 영상으로 풀어냈다.
메시지 전달이 분명하고 내러티브 전개도 꼬이지 않았다.

그에 비해 기대를 모은 박찬욱 감독의 '컷'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시간이 흐를 수록 피해자들을 조여드는 긴장감은 괜찮았으나 범행 동기와 사건 해결 등이 억지에 가깝다.

미이케 다카사의 '상자'는 비극적인 두 자매의 이야기를 그린 환상적인 공포물.
미술에 공들인 흔적은 보이지만 하고싶은 말이 많았는지 이야기가 너무 에둘러 돌아갔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무난하다.
선명도가 높지는 않지만 색감이 잘 살아있다.
DTS를 지원하는 음향은 대사 전달이 또렷한 편.

<파워 DVD 캡처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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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케 다카시의 '상자'는 판타지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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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라게 만들거나 충격을 주는 방법으로 공포를 전달하기 싫었다"는 다케시 감독의 작품은 그 바람에 오히려 애매한 영화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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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뻐지고 싶다는 욕망에 특수한 만두에 중독돼 버린다는 프루트 챈 감독의 '만두'가 3편중 가장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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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무서운 것은 예뻐지려는 인간의 욕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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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도일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잡은 영상은 단정하고 깔끔하다. 양천화가 정면을 응시한 마무리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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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 박찬욱 감독의 '컷'은 시작부터 어수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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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보니 내용에 쉽게 공감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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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보니 남는 것은 잔혹영상 뿐이다. 박찬욱의 재기도, 치밀함도, 작가정신도 엿보이지 않는 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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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2005/03/30 13:04 Posted by 울프팩

왕가위나 김기덕 감독은 다른 감독의 작품들보다 그들의 전작들과 종종 비교되는 감독들이다
그만큼 다른 감독들과 비교하기 힘든 독특한 색깔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왕가위의 최근작 '2046'(2004년)도 마찬가지다.
엇갈린 사랑의 운명을 얘기하는 이 작품은 흔히 '화양연화'의 후속편으로 알려졌다.
정작 왕감독은 "화양연화의 에피소드를 포함하고 있을 뿐 후속편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지만 화면 곳곳에 '화양연화' 분위기가 강하게 남아있다.

그러나 장고 끝에 악수둔다고, 5년 동안 홍콩, 중국, 태국, 마카오 등을 돌며 만든 이 작품은 산만한 구성 탓에 '화양연화'만큼 안타까운 사랑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지는 못했다.
국내의 경우 2004년 10월에 2주동안 개봉했으나 관객 동원 14만6,000명에 그쳤다.

그렇지만 왕감독과 크리스토퍼 도일 촬영감독이 빚은 영상은 더 할 수 없이 멋있다.
그의 영상은 탁월한 감각으로 옷 잘 입는 사람의 세련된 패션을 보는 듯하다.
스타일리시한 영상에 관심이 있다면 그의 작품은 좋은 교과서가 될 듯 싶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는 최신작치고 화질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암부 디테일이 부족하며 일부 장면은 해상도도 떨어진다.
그러나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괜찮은 편.
시게루 우메바야시의 가슴저린 음악을 서라운드 채널을 통해 제대로 전달한다.

참고로, 이번에 나온 DVD는 한글 자막 상태에서 일부 장면이 하얗게 변하는 오류가 있다.
따라서 출시사인 20세기폭스에서 구입자를 상대로 조만간 교환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파워 DVD 캡처샷>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랑은 타이밍이다. 아무리 사랑해도 인연은 엇갈릴 수 있다."
'2046'은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갖가지 사랑이 스쳐가는 호텔의 2046호실을 가리키면서 극중 양조위가 쓴 소설 제목이기도 하다. 따라서 영화속 이야기의 한 축은 양조위의 소설을 따라간다. 소설속 2046년의 미래 모습을 담은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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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쌍의 남녀이야기를 따라간 '화양연화'와 달리 이 작품은 다양한 사랑의 에피소드가 나열된다. 집안의 반대가 극심한 중국 여자를 사랑하는 일본 청년을 연기한 기무라 타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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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감독이 '화양연화'와 다른 분위기를 요구해 콧수염을 붙인 양조위.
사용자 삽입 이미지

크리스토퍼 도일의 카메라는 은밀하게 움직인다. 마치 숨여서 엿보는 사람의 시선같은 그의 카메라는 창틀 뒤, 문 옆, 복도 끝 등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슬쩍 훔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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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리, 장쯔이 등 이 작품속 여인들은 가슴아픈 사랑을 한다. 시게루 우메바야시 음악과 함께 가슴을 아리게 만들었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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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2005/03/27 12:58 Posted by 울프팩

맥조휘와 유위강이 공동 감독한 '무간도'(2002년)는 홍콩 느와르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작품이다.
뒤를 받쳐주는 작품들이 없는 탓에 1980년대말의 홍콩 느와르처럼 열풍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홍콩 느와르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한 작품이었다.

경찰과 범죄조직 삼합회에 각각 스파이를 심은 양쪽 집단이 끊임없는 두뇌 싸움을 벌이는 이 작품은 탄탄한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에 힘입어 홍콩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크게 성공했다.
미국에서는 브래드 피트 등을 기용해 리메이크 작품을 만든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바로 시나리오였다.
맥조휘 감독과 장문강이 함께 쓴 시나리오는 총싸움과 액션에 의존한 기존 홍콩 영화와 달리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두뇌 플레이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덕분에 이 작품은 단순 무식한 액션에 의존한다는 홍콩 느와르의 식상한 이미지를 벗고 홍콩 영화도 탄탄한 구성으로 승부를 걸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여기에 양조위, 유덕화 등 홍콩의 간판급 스타들은 물론이고 황추생, 증지위 등 개성있는 조연들의 노련한 연기와 크리스토퍼 도일의 촬영이 더해져 훌륭한 작품이 됐다.

이번에 새로 선보일 '무간도 3부작 DVD 박스세트'에 포함된 1편은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한다.
리마스터링을 거친 1편은 화질이 '쿵푸허슬'만큼은 아니지만 홍콩 영화치고는 뛰어난 편이다.

음향은 광동어 DTS 및 돌비디지털 5.1 채널, 북경어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한다.
이 가운데 광동어 DTS 트랙은 발군의 음향을 들려준다.
박력있는 저음과 섬세하며 깨끗한 고음은 극장식 음향 시스템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음질이 뛰어나다.

참고로 3부작을 시간 순서대로 이어 붙인 편집본은 감독의 의도와 상관없이 홍콩 제작사에서 임의로 배열한 것인 만큼 연결이 깔끔하지 못하고 엉성하다.
무성의하게 단순 나열만 한 편집본은 차라리 없는게 낫다.

<파워 DVD 캡처샷>

유덕화는 삼합회가 경찰에 심어놓은 스파이로, 양조위는 경찰이 삼합회에 심어놓은 스파이로 엇갈린 운명을 살아간다. 그래서 맥조휘 감독은 "무간지옥은 곧 사람의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괴롭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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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조연들이 받쳐주지 않았다면 실패했을 것이다. '협도고비' 등 과거 홍콩 느와르에서 악당으로 자주 등장한 황추생이 살해당하는 경찰국장으로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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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복성' 등 오래전 성룡 영화에 자주 얼굴을 내민 증지위. 과거의 코믹한 이미지를 탈탈 털고 더할 수 없이 치밀한 삼합회 보스로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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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덕화는 늙지도 않는다. 언제적 유덕화인데, 얼굴에 주름하나 없다. 초록색 기운이 도는 일부 장면과 강렬한 느낌을 주는 입자는 블리치바이패스기법을 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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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기존 홍콩 영화와 달리 와이드 앵글이 자주 나온다. 특히 높은 건물에서 홍콩을 내려다본 배경은 시원한 느낌을 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원래 이 작품은 두가지 결말이 존재한다. 또다른 결말은 유덕화가 경찰들에게 사살당하는 것. 다른 결말을 선택했다면 3편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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