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타카야나기 마사노부 3

몬태나 (블루레이)

미국 역사에서 인디언 문제는 오랫동안 풀지 못한 숙제다. 인디언 보호구역을 통해 인디언을 보호한다고 하지만 어쨌든 원주민인 그들의 땅을 빼앗고 사회 소수집단으로 소외시켜버린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일부 영화들이 인디언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나타내는 것은 어쩌면 원죄 의식의 발로일 수 있다. 스콧 쿠퍼 감독의 서부극 '몬태나'(Hostiles, 2017년)도 그런 영화다. 서부극 하면 의례히 떠오르는 것이 호전적인 인디언들의 백인 습격이다. 이 영화도 처음은 그렇게 시작한다. 잔혹한 한 무리의 인디언 일단이 백인들의 말을 노리고 무참한 학살을 벌인다. 이 와중에 홀로 살아남은 한 여인이 마침 늙고 병들어 죽어가는 인디언 추장을 호송하는 기병대와 합류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젖먹이 아기까..

더 그레이(블루레이)

조 카나한 감독의 '더 그레이'(The Grey, 2012년)는 자연이 주는 공포, 특히 야생의 공포를 생생하게 잘 다룬 재난 영화다. 무엇보다 극한의 상황에서 보이지 않는 적이 주는 공포와 숨통을 조이는 듯한 긴장감이 일품이다. 내용은 눈폭풍을 만나 설원에 추락한 비행기에서 살아남은 7명이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야기다. 영하 수십 도로 떨어지는 혹한도 끔찍한데 이들의 뒤를 굶주린 늑대 무리까지 따른다.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늑대들은 우두머리의 지휘에 따라 살아남은 사람들은 한 사람씩 차례로 사냥한다. 남은 사람들은 필사의 몸부림으로 달아나지만 엄청난 추위와 인적 없는 숲 등 자연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이 영화가 뛰어난 것은 보이지 않는 적에 대한 공포를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잘 묘사한 점이다..

블랙 매스 (블루레이)

미국의 연방수사국(FBI)은 중범죄자 리스트를 따로 관리한다. 9.11 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처럼 주로 범죄계 거물들이 오른다. 과거 오사마 빈 라덴은 죽기 전에 이 리스트에서 1위였다. 두 번째는 미국 갱단 두목 제임스 화이트 벌저였다. 벌저는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미국에서 어느 정도 나이든 사람이라면 다 알만한 범죄 거물로, 과거 알 카포네 만큼이나 유명한 존재다. 아일랜드계 이민자의 후손인 벌저는 1970,80년대 윈터힐이라는 갱단을 만들어 보스턴에서 밤의 제왕처럼 군림했다. 각종 청부 폭력은 물론이고 마약 밀매, 도박, 사채업 등으로 돈을 번 그는 19명을 죽인 혐의로 수배 대상에 올랐다. 그런데도 그는 무려 16년이나 도망 다녔다. 그것도 쥐도 새도 모르게 산 속으로 숨어 다닌 것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