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폴 뉴먼 8

스팅(4K 블루레이)

1970~80년대 영화 소설을 줄줄이 펴내던 한진출판사에서 낸 책 중에 '나는 놈 위를 기는 놈'이란 책이 있다. 사기꾼을 등쳐 먹는 희대의 사기꾼들 이야기를 모아 놓은 책이다. 당시 이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정교한 계획과 엄청난 노력에 감탄을 한 적이 있는데, 조지 로이 힐 감독의 '스팅'(The Sting, 1973년)도 그런 영화다. 겁 없는 두 사나이가 정교한 사기극으로 미국 거물 갱단 두목을 홀랑 베껴 먹는 이야기다. 그 계획이 어찌나 정교하고 기가 막힌 지 영화를 보며 연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이들이 이용하는 수법은 1930년대에 가능한 전신 사기다. 즉 방송 중계의 지연 시간을 이용해 그전에 승부가 결정 난 경마에 배팅하는 이야기다. 방송과 통신 기술이 발달한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타워링 (블루레이)

존 길러민과 어윈 앨런 감독의 '타워링'(The Towering Inferno, 1974년)은 '포세이돈 어드벤처'와 더불어 재난영화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긴장감이 높고 사실적인 묘사가 뛰어난데, 흔히 발생할 수 있는 건물 화재를 다룬 '타워링'이 더 실감 나게 다가온다. 공교롭게 두 작품 모두 어윈 앨런이 제작했는데, 1980년 개봉한 '대지진'도 그의 작품이어서 재난 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다. 내용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138층 건물에 화재가 발생해 이를 진압하는 내용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제천과 밀양 등 대형화재가 일어나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다 보니 영화 내용이 더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재난 영화가 그렇듯, 다양한 인물들이 겪는 위기와 이를 극..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블루레이)

리처드 브룩스 감독의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Cat On A Hot Tin Roof, 1958년)는 제대로 된 미국 정극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요란한 액션이나 볼거리가 아닌 배우들의 대사와 섬세한 연기로 인물들 간의 갈등과 심리 묘사를 세밀하게 드러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작품은 원작 자체가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받은 미국의 대표적인 작가인 테네시 윌리엄스의 탄탄한 희곡이다. 테네시 윌리엄스는 이 작품으로도 퓰리처상을 받았다. 연극은 1955년 엘리아 카잔 감독의 연출로 뉴욕에서 초연됐다. 이후 3년 뒤 리처드 브룩스 감독이 영화로 다시 만들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성공은 캐스팅 덕분이었다.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거성들이었지만 당시로서는 신인이었..

허슬러

로버트 로슨 감독의 명작 '허슬러'(The Hustler, 1961년)는 굳이 비교하자면 한국판 '타짜' 같은 영화다. 타짜의 등장인물들이 화투로 대결을 벌인다면 허슬러의 등장인물들이 대결을 위해 선택한 도구는 당구다. 내용은 내기 당구로 유명한 주인공 에디(폴 뉴먼)가 거물 당구꾼 미네소타 팻(잭키 글리슨)을 만나 대결을 벌이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에디는 몸과 마음에 고통을 받는 일도 겪고 소아마비를 앓은 여인 사라(파이퍼 로리)를 만나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제목 허슬러는 전문적으로 내기 도박을 즐기는 당구꾼으로, 우리네 타짜에 해당한다. 영화를 보면 등장인물들이 벌이는 당구 시합을 참으로 긴장감있게 잡아냈는데, 여기에는 로슨 감독의 이력이 한 몫 했다. 로슨 감독은 젊은 시절 당구에 빠져 허슬러..

찢겨진 커튼

유니버셜에서 나온 히치콕 컬렉션 화이트 디지팩에 포함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찢겨진 커튼'(Torn Curtain, 1966년)은 '찢어진 커튼'이 맞다. 우리 말에 없는, 영어의 수동태식 번역으로 잘못 붙인 제목이다. 잘못 번역한 제목 만큼이나 이 작품은 히치콕에게 재앙이었다. 히치콕은 '마니'(http://wolfpack.tistory.com/entry/마니)의 실패 이후 제작사인 유니버셜스튜디오의 주장에 따라 쟁쟁한 스타시스템을 도입해 영화를 만들었지만, 결과는 '마니'보다 더 처참한 실패였다. 내용은 미국의 유명 과학자가 망명을 가장해 동독에 숨어 들어 핵무기 방어시스템 기술을 훔치는 내용으로, 일종의 이중 스파이를 다룬 스파이 스릴러였다. 여기에는 공산주의를 싫어한 히치콕의 시각도 반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