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하비 케이텔 5

황혼에서 새벽까지 (블루레이)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황혼에서 새벽까지'(From Dusk Till Dawn, 1996년)는 B급 정서의 영화란 어떤 것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도망중인 은행강도에서 시작한 영화는 느닷없이 흡혈귀 이야기로 발전해 한바탕 피칠갑으로 끝난다. 할리우드의 악동 쿠엔틴 타란티노가 각본을 쓰고 주연까지 했으며, B급 홍콩영화를 보며 감독의 꿈을 키운 로드리게즈가 만났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그만큼 영화는 황당하고 요란하며, 잔인하다. 일단 내용이 우악스럽다. 흡혈귀들과의 싸움이다보니 주인공 일행은 마치 게임하듯 총질을 하고 상대의 사지를 잡아 뽑는다. 당연히 사방에 피가 튀는 것은 물론이고 신체 절단이 난무하다. 영화의 미덕 아닌 미덕이라면 과할수록 무덤덤해지는 효과를 노려, 천연덕스럽게 잔..

배드캅

아벨 페라라는 미국 독립 영화사에서 허무주의와 무정부주의적 색채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흔치 않은 감독이다. 그는 선과 악의 경계에서 한없이 흔들리는 인간의 고뇌를 세기말 적인 폭력에 실어 묘사하는데 탁월한 재주를 지녔다. '배드캅'(Bad Lieutenant, 1992년)이 대표적인 작품. 마약과 도박에 찌든 부패한 경찰의 모습을 통해 죄 의식과 용서 등 인간 내면의 갈등을 날카롭게 파헤쳤다. 페라라 감독은 하비 케이텔이 연기한 부패 경찰의 모습을 통해 지옥같은 세상에 과연 구세주가 존재 하는 지 종교적 질문을 던진다. 이 같은 감독의 메시지가 절절하게 다가오는 것은 정면 누드를 마다 않고 혼신을 다한 하비 케이텔의 연기때문. 아울러 마약 흡입, 수녀 윤간, 올 누드 등 거침없는 영상들이 시각적 충격을 더..

택시 드라이버 (CE)

1996년 미국 뉴욕 출장시 마천루와 더불어 노란 택시가 인상 깊었다. 센트럴파크와 뉴욕대를 지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향하면서 뉴욕은 참으로 택시가 많은 도시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정작 타보지는 못했다. 뉴욕의 택시기사들은 공공 의료보험에 가입이 안된다. 개인 사업자이기 때문에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연금도 없는 이들이 믿는 것은 바로 택시 면허다. 우리네 개인택시면허처럼 택시 위에 찍힌 면허숫자는 무려 50만달러의 가치가 있다. 이들에게는 바로 택시면허가 퇴직금인 셈이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만든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 1976년)는 뉴욕의 택시 운전사가 주인공이다. 월남전 참전 용사인 트래비스(로버트 드니로)는 택시운전을 하며 뉴욕을 누빈다. 이렇다할 삶의 목표가 없..

피아노 (SE)

제인 캠피온 감독의 '피아노'(The Piano, 1993년)는 잘 만든 영화란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빅토리아 시대에 관습의 굴레에 갇혀 살아가는 여인이 자신의 의지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페미니즘 메시지를 아름다운 영상과 꿈결같은 음악, 그리고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 속에 잘 소화했다. 덕분에 재미도 있으면서 주제가 뚜렷이 전달되는 훌륭한 작품이 됐다. 마치 영상과 음악으로 시를 쓰듯 이야기를 풀어낸 이 작품의 수훈갑은 단연 촬영 감독인 스튜어트 드라이버그와 서정적인 음악을 만든 마이클 니먼이다. 물론 여류 감독 제인 캠피온의 각본과 연출이 훌륭했고,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났다. 2장의 디스크로 다시 나온 SE판 DVD는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 영상을 지원한다. 화질은 ..

예수의 마지막 유혹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을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1945년 이집트 나그 하마디에서 발견된 도마복음이나 보병궁복음서에 대한 얘기를 알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가 소설에 묘사한 예수의 수행과정과 예수가 십자가 사건 이후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 자녀를 낳고 여생을 보낸 부분은 해당 문서들에 언급된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는 신이 아닌 인간으로서 삶을 살아가며 고뇌한 예수를 소설 속에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었으나 출판 후 숱한 논란에 휩싸이며 신성모독으로 교황청으로부터 파문당했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지 않고 마리아와 결혼한 뒤 아이를 낳은 이야기는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와 마가렛 스타버드의 신학연구서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 1970년대 BBC방송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성배'와 여기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