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히틀러 11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4K)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Inglourious basterds, 2009년)을 만들면서 "독일인은 제2차 세계대전 영화를 죄책감을 갖고 보는데 익숙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족을 방망이로 개 패듯 때려잡고 머리가죽을 벗겨내며 이마에 칼로 하켄 크로이츠를 새기는 잔혹성도 독일인들이 익숙하게 볼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제2차 세계대전 영화 속 독일군은 잔혹한 폭력의 가해자였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독일군들이 처참한 폭력의 희생자가 됐다. 내용은 미군 특공대가 유럽에 침투해 히틀러 암살을 노리는 이야기. '바스터즈'라 불리는 미군 특공대는 '한 만큼 돌려준다'는 모토 아래 잔혹하게 독일군을 죽여 공포에 떨게 한다. 무엇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이야기는 2시간 30분이 언제 지나갔는지..

조조 래빗(블루레이)

전쟁은 아이들에게 가장 잔혹하다. 고통스러운 환경은 아이답게 자라지 못하게 하며 잘못하면 세상의 전부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이카 와이티티(Taika Waititi) 감독의 '조조 래빗'(Jojo Rabbit, 2019년)은 아이들의 눈으로 전쟁을 바라본 블랙 코미디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시기에 독일 아이 조조(로만 그리핀 데이비스, Roman Griffin Davis)는 나치가 만든 청소년 단체인 히틀러 유겐트에 들어간다. 조조에게 히틀러는 영웅이다. 악마 같은 유대인들로부터 독일을 구하고 악을 무찌르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집에 유대인 소녀 엘사(토마신 맥켄지, Thomasin McKenzie)가 숨어 있는 것을 알게 된 조조는 경악한다. 조조에게 세상의 전부인 어머니 로지(스칼..

HHhH

1942년 5월 27일, 나치 독일이 점령한 체코의 총독이었던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가 암살 공격을 받았다. 체코인 얀 쿠비시와 슬로바키아 사람인 요제프 가브치크의 공격을 받은 그는 그로부터 1주일 뒤인 6월4일 상처 감염 때문에 발생한 패혈증으로 숨졌다. [아버지가 음악가였던 라인하르트는 뛰어난 바이얼린 연주자였고 피아노도 잘 쳤으며 수준급 펜싱선수였다.] 프라하의 도살자, 금발의 짐승, 독일 제 3 제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나이, 가는 목소리 때문에 염소 등으로 불렸던 하이드리히는 친위대 수장이었던 하인리히 히믈러는 물론이고 아돌프 히틀러가 가장 총애했던 인물이었다. 덕분에 그는 친위대(SS) 2인자는 물론이고 보안방첩대(SD)를 총괄하며 비밀경찰 게슈타포, 사법경찰 크리포를 통합한 제국보안부 책임자가 ..

2016.12.28

스탈린그라드 (블루레이)

어떻게 표현해도 비극적일 수 밖에 없는 소재가 있다. 제 2 차 세계대전 때 독·소 격전지였던 스탈린그라드가 그런 소재다. 모든 전쟁이 비극일 수 밖에 없지만, 스탈린그라드는 특히 군인, 민간인 가리지 않고 유례없이 많은 사상자를 내서 더 비극적이다. 히틀러는 제 2 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뒤 1941년 6월 불가침조약을 맺은 당시 소련을 느닷없이 침공했다. 비운의 전장 스탈린그라드 초반에는 나치 독일이 승승장구했으나 첫 번째 겨울을 맞으면서 끔찍한 동장군과 진흙탕에 갇혀 예봉이 꺾었다. 이에 히틀러는 소련의 에너지원인 카프카스 유전지대를 노리고 병력을 집중했다. 폰 클라이스트 대장이 이끄는 독일 제 1 기갑군은 장기인 전격전을 발휘해 파죽지세로 치고 나가 마이코프 유전지대를 점령했다. 여기서 오만해진 히..

위대한 독재자

찰리 채플린이 각본 감독 제작에 주연까지 한 '위대한 독재자'(The Great Dictator, 1940년)는 정치풍자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주는 걸작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독일의 독재자로 부상한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를 대놓고 비웃었다. 대상은 히틀러였지만, 정확하게는 파시즘에 대한 채플린의 증오가 서린 작품이다. 그는 전세계를 전쟁의 공포로 몰아넣는 히틀러를 본능적으로 싫어했고 무솔리니와 함께 싸잡아 비판했다. 단순히 히틀러를 우습게만 그린게 아니라, 실제로 무솔리니와 신경전을 벌이던 역학 관계, 파시즘의 집단 광기를 정확하게 꼬집었다. 무엇보다 실제 히틀러와 흡사하게 억양과 제스처까지 따라한 채플린의 연기를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특히 채플린은 파시즘에 대한 비난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