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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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전 (블루레이)

장훈 감독의 '고지전'(2011년)은 지난해 본 우리 개봉영화 중에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었다. 전장의 긴박한 상황과 죽음 앞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심리를 깔끔하면서도 공감이 가도록 잘 표현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전장에 나즈막히 깔리는 노래 한 자락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그것도 한국전쟁 당시 히트한 고(故) 신세영의 '전선야곡'을 골라 병사들의 애절한 심경을 잘 드러냈다. '전선야곡'이 우리 영화에 등장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에도 한국전쟁 초반 상황에 이 곡이 나오지만, 실제 이 곡은 1952년에 등장해 고증에서 어긋났다. 사실과 다르다보니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는 나왔는 지 조차 모를 만큼 존재감이 없는 반면, '고지전'에서는 노래가 주연 배우 못지 않은 무게감..

태극기 휘날리며 (SE)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를 보면 '친구' '형사'를 찍은 황기석 촬영감독이 생각난다. '태극기...'를 보고 강남의 사무실로 그를 찾아간 적이 있다. '라이언일병 구하기'는 그렇지 않았는데 이 영화는 멀미가 날 정도로 어지러운 이유를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뉴욕대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온 유학파인 그는 대뜸 실크 스크린 때문이라고 했다. 할리우드 영화들은 보통 부드러운 영상을 얻기 위해 실크 스크린으로 햇빛을 걸러내면서 촬영한다. '라이언일병 구하기'는 물론이고 '게이샤의 추억' 같은 영화는 엄청난 야외 세트를 몽땅 실크 스크린으로 덮었다. 그런데 국내에는 엄청난 크기의 실크 스크린이 없다. 돈 때문이다. 당시 가장 큰 실크 스크린은 황기석 감독이 갖고 있던 40미터짜리였단다. 40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