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는 동양인으로서는 드물게 서양적 감성을 지닌 작가다. 일본 전통의 가부키나 하이쿠, 다도와는 거리가 멀고 재즈와 칵테일, 팝 음악이 더 어울린다. 서구 문화에 대한 동경은 일본 전후(태평양전쟁) 세대들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를 피부처럼 체화시켰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을 읽어보면 마치 미국판 페이퍼북 같은 느낌이 든다. '코끼리공장의 해피엔드'는 하루키의 그런 경향이 다분한 수필집이다. 이 책은 그가 1980년대 잡지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은 '코끼리공장의 해피엔드'와 '랑게르한스섬의 오후' 두 권을 하나로 묶었다. 하루키가 일상에서 겪은 소소한 일들을 안자이 미즈마루의 컬러풀한 그림을 곁들여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여기 실린 글들을 읽어보면 그가 좋아한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