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JK 시몬스 4

위플래쉬(4K 블루레이)

1980년대에 구입해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LP 중에 버디 리치(Buddy Rich)와 진 크루파(Gene Krupa)의 'The Drum Battle'이 있다. 걸출한 두 명의 재즈 드러머가 박자를 주거니 받거니 불꽃 튀는 드럼 협연이자 경연을 벌이는 명반이다. 다미엔 차젤레(Damien Chazelle) 감독의 '위플래쉬'(Whiplash, 2014년)를 보면 버디 리치와 진 크루파의 드럼 배틀이 생각난다. 차이가 있다면 버디 리치와 진 크루파의 대결은 유머러스하며 여유가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야말로 선혈이 낭자한 전쟁터다. 내용은 무명의 드러머 앤드류(마일즈 텔러 Miles Teller)가 피나는 노력 끝에 최고의 드러머가 되는 과정을 그렸다. 앤드류는 많은 도전자들과 경쟁을 벌여 살아남기 ..

어카운턴트 (블루레이)

게빈 오코너 감독의 '어카운턴트'(The Accountant, 2016년)는 독특한 영화다. 제목 그대로 작은 마을의 회계사가 주인공이다. 그는 자폐증 때문에 주변 사람과 소통이 서툴러 언제나 말이 없고 혼자 있다. 표면적인 수입도 별 볼일 없다. 그저 동네 사람들의 세금이나 줄여주고 몇 푼 얻는 정도.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주말이면 야외 농장에 나가 저격용 소총을 쏘는 것을 즐기는 그는 사실 최고급 킬러다. 각종 무기도 능수능란하게 잘 다루고 무술 실력도 뛰어나다. 여기까지는 일반 액션 영화와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자페증 환자들 특유의 뛰어난 수학 실력이다. 어지간한 숫자는 잊어버리지 않고 어려운 계산도 암산으로 척척 해낸다. 이처럼 비상한 머리와 몸이 하나로 결합된 그는 범죄 조직의 돈..

터미네이터 제네시스(블루레이)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원안을 쓴 1,2편에서 종결됐어야 했다. 액션과 SF를 적절하게 버무린 이 작품은 1,2편에서 보여줄 것들을 모두 보여줬다. 미래의 기계 인간이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와 역사를 바꾸려는 시도와 이에 맞선 인간들의 처절한 싸움은 구성이나 이야기 모두가 기발했다. 여기에 아놀드 슈왈제네거, 마이클 빈, 린다 해밀튼 등 세 배우가 보여준 화학적 결합도 훌륭했다. 워낙 이야기 구성이 뛰어나다 보니 요즘보다 현격하게 떨어지는 특수효과도 흠이 되지 않았다. 아놀드도 나이가 들고 다른 배우들은 더 이상 예전의 젊고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힘든 지금 굳이 컴퓨터그래픽으로 예전 배우들의 젊었던 시절을 되살려가며 무리를 할 필요가 없다. 1,2편 이후 나온 이야기는 모두 사족에..

위플래쉬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위플래쉬'(Whiplash, 2014년)는 선혈이 낭자한 음악 영화다. 마치 실베스터 스탤론의 출세작 '록키'(http://wolfpack.tistory.com/entry/록키-DE)를 연상케 한다. 무명의 음악가가 피나는 노력을 통해 정상급 밴드의 드러머 자리를 꿰차는 과정은 3류 건달 록키 발보아가 세계 헤비급 챔피언과 한 판승을 벌이는 과정을 떠올리게 한다. 최고의 자리는 워낙 노리는 사람이 많아 결코 만만치 않다. 무수한 도전자들과 경쟁을 벌여 살아남기 위해 주인공은 손바닥 살이 갈라져 터지도록 쉼 없이 드럼을 두드린다. 스네어와 탐탐 위에는 만만찮은 맞수들이 치열한 주먹 다짐을 한 것처럼 여기저기 핏방울이 얼룩져 있다. 영화의 단선적인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긴장을 놓치 않은..

영화 2015.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