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TV 5

안녕하세요(블루레이)

1970, 80년대 익숙한 풍경 중 하나가 만화가게다. 만화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만화책을 빌려주는 대본소다. 가게에 찾아가 읽기도 하고 한 번에 여러 권을 빌려 집에 와서 배를 깔고 누워 보기도 했다. 별다른 오락거리가 없던 1970년대에 만화가게는 아이들의 오락실이었다. 1970년대 초반에는 이 만화가게에서 돈을 받고 TV도 보여줬다. 한 번에 10원인가 20원인가 내고 시간 맞춰 가면 TV에서 방영하던 '황금박쥐' '009' 등의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었다. 늘 이 돈을 내고 보기 힘들었던 아이들은 만화가게의 미닫이 문틈으로 몰래 들여다봤다. 그러다 주인에게 들키면 눈 앞에서 문이 쾅 닫히며 한 소리 들어야 했다. 당시로서는 TV가 워낙 비싸서 쉽게 사기 힘들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었다. 흑백 TV..

케이블가이 (블루레이)

워낙 땅이 넓은 미국은 유선방송이나 위성방송이 아니면 TV 시청이 힘들다. 공시청 시설이나 가내 안테나로 TV 수신이 잘 안되기 때문. 그만큼 미국에서 이사를 가면 가장 먼저 케이블TV 회사 또는 디렉TV 같은 위성방송 업체에 연락을 한다. 배우 겸 감독인 벤 스틸러의 '케이블가이'(The Cable Guy, 1996년)는 이런 미국인들의 세태를 꼬집은 영화다. 외로움에 굶주린 유선방송 설치기사가 고객을 스토킹하면서 벌어지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공포스런 이야기다. 주인공인 유선 설치기사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짐 캐리가 맡았다. 그는 당시 2,000만 달러라는 거액의 출연료를 받아 화제가 됐다. 그가 맡은 주인공은 어린시절 부모의 외출로 항상 집에 혼자 남아 TV만 보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70년대 TV만화주제가들

오랜만에 1970년대 TV만화 주제가를 찾아봤다.70녀대 초반부터 말까지 국민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유독 만화주제가에 대한 기억들이 지금도 선명하다.당시에는 집에서 할 수 있는 오락거리라고 해봐야, 책 읽기 아니면 6시에 애국가가 울린 뒤 시작하는 어린이 만화시간이 전부였다.지금도 나오는 지 모르지만 그때는 TV만화 주제가를 모은 음반도 있었다.특히 작은별 가족이 이 음반으로 떴는데, 그들이 낸 만화 주제가 카세트 테이프를 몇 개 산 기억이 있다.그 당시 TV만화의 특징은 압도적으로 일본 작품이 많았다는 점이다.'황금박쥐' '요괴인간' '사이보그 009' '서부소년 차돌이' '마징가Z' '마린보이' 등 대부분이 일본 만화였고, 그렇다보니 주제가도 그대로 가져다가 가사만 바꿔 우리말로 부른 경우가 많았다.가..

차마고도 (블루레이)

차마고도는 중국 서남부 운남, 사천에서 티베트를 넘어 네팔과 인도까지 이어진 교역로다. 실크로드보다 200여년이나 앞서서 만들어졌지만 지금까지도 이용하는 인류 역사상 가장 길고 가장 오래된 길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의 차와 티베트의 말을 교환했던 길이다. 길이 뚫리면 사람이 모이고 문명이 발전하는 법. 차마고도도 마찬가지다. 생계를 위해 물물교환을 하던 이 길이 사람들의 문화와 정서와 종교와 문물을 실어 날랐다. 그 길에서 불교가 번창했고 신비의 구게 왕국같은 문명도 일어났다. KBS 다큐멘터리팀이 HD카메라를 들고 이 길을 되짚었다. 덕분에 세계 최초로 5,000여km의 전 구간이 HD 영상에 고스란히 수록됐다. 빼어난 영상을 보노라면 절로 감탄이 나올 만큼 촬영을 잘했다. 이야기도 훌륭하고..

북두의 권 (무삭제판)

대학을 다니던 1980년대말, 동생이 비디오테이프를 하나 가져왔다. 소위 'B'자로 불리던 불법복사한 일본 애니메이션이었다. 우리말 자막이 없어 무슨 소리인지 못알아들으면서도 충격적인 내용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 작품이 바로 아시다 토요오 감독이 만든 극장용 애니메이션 '북두의 권-세기말구세주전설'(1986년)이었다. 브론슨이 글을 쓰고 하라 테츠오가 그림을 그린 이 작품은 아주 잔혹하다. 주인공 켄시로가 구사하는 무술은 인체의 내장을 파괴하는 북두신권이어서 두들겨맞은 악당들은 머리가 풍선처럼 부풀어 폭발하거나 관절마다 피를 분수처럼 뿜어내며 죽어간다. 애니메이션에서 어떻게 저렇게 잔혹한 묘사를 할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워낙 이미지가 강렬해 끝까지 보게 된다. 수십 권이 넘는 원작 만화에 비해 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