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가이 리치 7

맨 프롬 엉클(블루레이)

어려서 흑백 TV로 봤던 TV 시리즈 중에 꽃미남 주인공들이 나오는 액션 활극 시리즈가 두 작품 있다. 하나는 '세인트'였고 다른 하나는 '0011 나폴레옹 솔로'였다. 핑크 팬더같은 신출귀몰한 도적이면서 탐정인 사이먼 템플러가 주인공인 '세인트'는 당시 매끈하게 아주 잘생긴 청년이 출연했다. 그 청년이 훗날 007로 이름을 날린 로저 무어(Roger Moore)다. 007처럼 첩보원이 주인공인 '0011' 시리즈의 주인공 또한 꽤 미남인 로버트 본(Robert Vaughn)이 연기했다. '황야의 7인'에서 말쑥하게 차려입고 빼어난 총솜씨를 뽐내다가 잘 생긴 코를 벽에 문지르며 죽어가던 총잡이를 연기했고, '타워링'에서 상원의원 역을 맡아 주름이 늘었으나 여전히 잘 생긴 용모를 보여준 할리우드의 옛 스타..

캐시트럭(블루레이)

가이 리치(Guy Ritchie) 감독과 제이슨 스타뎀(Jason Statham)은 매력적인 조합이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와 '스내치'에서 두 사람은 환상의 조합을 보여줬다. 가이 리치 감독은 스타뎀의 투박한 매력을 알아봤고, 스타뎀은 리치 감독이 창조한 엉뚱하면서도 좌충우돌의 도발적 캐릭터를 잘 살렸다. 그렇기에 리치 감독이 연출하고 스타뎀이 주연한 '캐시 트럭'(Wrath of Man, 2021년)도 충분히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기대에 비하면 조금 실망스럽다. 내용은 현금 수송 차량을 노린 무장강도들에게 아들을 잃은 아버지(제이슨 스타뎀)의 복수를 다뤘다. 아버지는 경찰도 찾아내지 못한 범인들을 잡기 위해 현금 수송 회사에 위장 취업해 범인 색출에 나선다. 공교롭게 그가 호송을 맡은 ..

스내치(4K)

가이 리치(Guy Ritchie)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스내치'(Snatch, 2000년)는 재기 발랄한 영화다. 강도들이 훔친 거액의 다이아몬드를 둘러싸고 악당들이 물고 물리는 황당한 소동을 다뤘다. 등장인물들이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벌어지는 일 때문에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인물들이 서로 얽히고 설킨다. 어수룩한 흑인 강도들과 최강의 킬러가 튕긴 총알에 쓰러지는 장면 등 어처구니없는 설정이 헛헛한 웃음을 자아낸다. 자칫하면 어수선하고 정신없을 법 한데 아귀가 잘 맞도록 깔끔하게 구성했다. 그만큼 가이 리치 감독의 B급 정서와 영리한 연출이 빛을 발했다. 베니치오 델 토로(Benicio Del Toro), 브래드 피트(Brad Pitt), 비니 존스(Vinnie Jones ), 제이슨 ..

젠틀맨(블루레이)

가이 리치(Guy Ritchie) 감독은 앞뒤 복선을 정교하게 깔아서 이야기를 뒤집는데 탁월하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Lock, Stock And Two Smoking Barrels), '스내치'(Snatch), '맨 프롬 엉클'(The Man from U.N.C.L.E) 등 그가 만든 영화를 보면 이런 복선들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면서 막판의 시원한 결말로 치닫는다. 마치 처음에는 조각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으나 시간이 지나서 하나 둘 아귀가 맞으면 커다란 그림이 나타나는 퍼즐 같다. '젠틀맨'(The Gentlemen, 2020년)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정교한 추리소설처럼 복선을 깔아놓은 범죄 드라마다. 영국 최고의 대마초 공급책인 믹키 피어슨(매튜 맥커너히, Matthew McConau..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블루레이)

가이 리치(Guy Ritchie) 감독의 데뷔작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Lock, Stock And Two Smoking Barrels, 1998년)는 재기로 똘똘 뭉친 기발한 작품이다. 이 작품으로 가이 리치는 전세계에 이름을 알렸으며, 다음 작품인 '스내치'까지 명성을 이어가다 마돈나와 결혼하면서 급격히 추락했다. 노름빚에 인생이 꼬인 청년들이 빚을 갚기 위해 벌이는 소동을 다룬 이 작품은 펑키 액션과 코미디가 결합됐다. 다수의 인물들이 등장해 여러가지 상황이 동시에 펼쳐지는데, 복잡한 상황들이 어찌나 정교하게 아귀가 들어 맞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만큼 가이 리치 감독의 시나리오가 치밀한 추리소설이나 퍼즐처럼 완성도가 높다는 뜻. 더불어 펼쳐지는 상황들이 잔혹하면서도 황당해 웃지 않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