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강동원 6

마스터(블루레이)

2008년 발생한 조희팔 사건은 희대의 사기사건이었다. 그는 비싼 의료기기를 구입해 빌려주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를 끌어모아 돈을 들고 튀었다. 그가 사기를 쳐서 갖고 사라진 돈이 자그마치 약 5조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만 3만 명이 넘었고 10여 명이 자살하는 등 사회적 여파가 큰 사건이었다. 압권은 2012년 국내에 전해진 그의 사망소식이다. 중국으로 달아난 조희팔이 성형 수술을 하고 숨어 다니다가 2011년 말 돌연 사망했다는 것이다. 그의 유족들은 원한을 가진 사람들이 그를 살해했다며 장례식 영상을 공개했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장례식 영상에 의심을 품은 사람들은 사망 소식조차 조작으로 봤다. 실제로 유골의 유전자(DNA) 감식을 시도했으나 화장을 해버린..

군도

1960년대 국내에 만주 웨스턴이라는 장르가 유행했다. 당시 인기있던 서부극의 배경을 1930년대 무법천지 일제하의 만주로 바꿔서 우리 식으로 재해석한 서부극이다. 윤종빈 감독의 '군도'는 서부극에 가까운 서사적 구조를 갖고 있다. 서부극 중에서도 스파게티 웨스턴에 가깝다. 정통 미국식 서부극이 보안관에 의한 법 집행, 즉 공권력의 정당성 만을 정의로 본 반면에 이탈리아 감독들이 만든 스파게티 웨스턴은 서부극의 공간을 무주공산의 권력 공백으로 봤다. 즉, 공권력도 악당이 될 수 있고 악당도 정의가 될 수 있는 아노미 상태에서 쓰러져가는 약자들에 초점을 맞췄다. 즉, 약자를 괴롭히면 공권력도 악당이고, 그들을 위해 총을 뽑으면 악당도 영웅이 된다는 시각이 바로 스파게티 웨스턴과 미국식 정통 서부극의 차이다..

영화 2014.07.27

의형제 (블루레이)

1970년대 국민학교 시절, 매년 빼놓지 않고 치르는 행사가 있었다. 6.25 즈음이면 숙제처럼 다가오던 반공글짓기 대회와 반공포스터 그리기 대회였다. 그렇게 교육받아서 그렇겠지만, 아이들이 그린 포스터속 북한군, 아니 괴뢰군은 하나 같이 뿔난 도깨비 아니면 털이 흉하게 뻗친 늑대였다. 오죽했으면 '똘이장군' 같은 만화영화가 나왔을까.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이제는 더 이상 북한군을 괴뢰군이라 부르지도 않고, 뿔난 도깨비로 그리지 않는다. 사람들이 현실을 알 만큼 알기 때문이다. 그만큼 국력이 신장돼 북한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도 있고, 더 이상 위정자들이 반공 논리로 사람들의 눈과 귀를 가릴 수 없는 세상이 된 까닭도 있다. 장훈 감독의 '의형제'(2010년)는 그렇게 달라진 남과 북의 현실에서 출발한 ..

의형제

국내 증시에만 통용되는 변수가 있다. 바로 코리아 리스크다. 분단 국가라는 지정학적 변수 때문에 항상 북한 관련 안보 뉴스가 터지면 국내 증시는 크게 출렁인다. 그만큼 분단은 한반도를 옭죄는 족쇄다. 그랬기에 오랜 세월 남과 북은 서로를 원수 보듯 대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을 제외하고 군은 북한을 주적으로 표현한다. 한동안 영화도 '쉬리'처럼 이 같은 대치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러더니 언제부턴가 '공동경비구역 JSA' '간첩 리철진' '웰컴 투 동막골'처럼 적대적 상황을 흔드는 영화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비록 한 핏줄이라는 민족적 동질감을 부각시키다보니 지나치게 인간적 감성에 치우쳐 낭만적 경향이 강조되는 한계는 있지만, 우리 민족만이 느낄 수 있는 정서가 있기에 호소력만큼은 짙다. 그럴 때 ..

영화 2010.02.12

M (엠)

'M'(2007년)은 순정파 이명세 감독의 스타일리쉬한 순애보다. 과거의 기억을 잃어버린 소설가 민우(강동원)가 백일몽같은 꿈과 현실을 오가며 첫 사랑 미미(이연희)와의 아름다우면서 가슴아픈 추억을 되찾아가는 이야기다. 단순 명료한 이야기를 이명세 감독만의 뛰어난 영상화법으로 포장했다. 덕분에 '형사'에서 보여준 마약같은 중독성을 가진 독특한 비주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작인 '형사'도 아름다웠지만, 이 작품은 '형사'보다도 더 진일보한 영상미를 지닌 수작이다. 마치 고흐의 그림처럼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한낮의 거리, 강렬한 명암대비는 언뜻보면 왕가위의 '중경삼림'과 '아비정전'처럼 잠에 취한 듯 나른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여기에 정훈희가 부른 '안개'는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졌다. 심지어 음악까지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