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강소라 3

해치지 않아(블루레이)

손재곤 감독의 '해치지 않아'는 황당무계한 코미디다. 망해가는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 새로 부임한 법무법인 출신의 변호사 태수(안재홍)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다. 동물을 사 올 방법이 없자 영화 특수효과를 담당하는 회사에 의뢰해서 그럴듯한 동물탈을 만들고 이를 동물원 직원들이 뒤집어쓴 채 동물 노릇을 한다는 발상이다. 우리에서 멀리 떨어져 보면 잘 안 보이고 동물원에 가짜 동물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사람들이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벌인 일이다. 태수의 생각은 사람들의 통념을 뒤집어 허를 찌르는 역발상이다. 그때부터 동물원 직원들은 북극곰, 사자, 나무늘보, 고릴라가 돼서 사람들을 맞는다. 그러던 어느 날 북극곰 탈을 뒤집어쓴 태수가 갈증을 못 참고 콜라를 마시다가 사람들에게 들킨다. 그런데 오히려 이 ..

파파로티

삐뚫어진 제자를 선생이 바른 길로 인도하는 이야기는 1955년 리차드 브룩스 감독의 '폭력교실'(http://wolfpack.tistory.com/entry/폭력교실) 이후 숱하게 되풀이된 소재다. 그래서 윤종찬 감독이 동어반복적인 이야기를 피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실화와 클래식이다. 조폭 출신 고교생이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 부르는 덕분에 성악가로 거듭나는 이야기는 예전 TV 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해 노래를 불렀던 고교생 김호중 군의 실제 이야기다. 윤 감독은 그를 여러 번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선생의 격려와 전폭적인 지원으로 마음을 돌렸다는 대목에서 모티브를 가져 왔다. 당시 그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김 군의 모습이 기억나는데, 영화에서는 전혀 다르게 생긴 이제훈이 김 군 역할을 맡았다. 이 ..

영화 2013.03.22

써니

강형철 감독의 '써니'(2011년)가 관객 동원 441만 명을 넘었다. 감독의 전작인 '과속스캔들'의 코미디 코드를 그대로 끌어온 것이 유효한 듯 싶다. 하지만 과연 그럴 만한 작품인 지 의심스럽다. 아무래도 할리우드 작품들이 제대로 힘을 못쓰고, 이렇다 할 한국 영화들이 별반 없다보니 솔직히 그 덕도 많이 본 듯 싶다. 이 영화는 여고시절 똘똘 뭉쳤던 7명의 친구들이 고교생 자식을 둔 나이가 돼서 과거를 회상하며 다시 모이는 과정을 다뤘다. 말 그대로 추억을 팔아먹는 영화다. 하지만 곽경택 감독의 '친구'나 유하 감독의 '말죽거리 잔혹사'처럼 제대로 된 추억찾기는 아니다. 197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추억의 파편들을 적당히 얼기설기 꿰어맞춘 모자이크다. 과거라는 이름 하에 시대..

영화 2011.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