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건축학개론 3

건축학개론 (블루레이)

이용주 감독의 '건축학개론'(2012년)은 1990년대 청춘들을 위한 송가다. 1994년 대학 새내기들을 주인공으로 그 시절 첫 사랑의 아련한 추억을 잔잔한 영상으로 담아 냈다. 한동안 '친구' '말죽거리잔혹사' '고고70' 등 1970년대와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등장하더니, 이제는 90년대 시대상을 담은 작품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벌써 90년대 학번들을 다룬 작품이 등장했나 싶었는데, 그 시절을 모르는 세대들도 이 영화를 많이 봤다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특히 수지가 이제훈에게 듀오 전람회의 노래 '기억의 습작'을 들려주며 "너 전람회 몰라?"라고 묻는 장면에서 '졸라맨'으로 들었다는 사람이 많다는 이 감독의 설명을 듣고 실소가 나왔다. 그만큼 전람회 조차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는 이야기..

파수꾼 (블루레이)

윤성현 감독이 호평 속에 입문한 데비작 '파수꾼'(2011년)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을 연상케 한다. 대본을 직접 쓴 감독 자신도 이 소설을 좋아해서 제목을 따왔다고 밝혔지만 한창 예민한 사춘기 청소년의 불안과 방황을 밀도있게 그린 점이 닮았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미성숙한 인간은 어떤 이유를 위해 고귀하게 죽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는 심리학자 빌헬름 스테켈의 말을 인용한다. 윤 감독이 이 작품에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소년들 사이에 미묘하게 벌어지는 갈등의 이유를 함축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한 때는 친했던 세 아이들이 드러내지 않은 내면 때문에 갈등을 겪으며 멀어지는 내용이다. 치기어린 청소년기의 자존심일 수도 있고, 반항일 수도 있지만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또래 ..

건축학개론

집은 추억을 간직한다. 세월이 흘러 사람이 변하듯 집도 낡고 퇴색해 가지만 그 속에 들어 있는 흔적들은 오래된 사진처럼 고스란히 남아 추억을 불러 일으킨다. 이용주 감독의 '건축학개론'은 오래된 집에서 시작해 새 집으로 끝난다. 오래된 집에는 풋풋했던 대학 시절 첫사랑의 기억이 묻어 있다. 자신만만하면서도 사실은 두렵고, 좋아하면서도 그런 척 하지 않는 용기와 두려움, 사랑과 질투의 이율배반적인 감정이 함께 도사리고 있는 청춘기의 사랑은 그래서 시행착오적일 수 밖에 없다. 이제훈과 수지가 연기한 청춘의 사랑은 그만큼 안타깝고 불안하다.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계기가 된 새 집은 새로운 기억을 만들기 위한 매개체가 된다. 하지만 엄태웅과 한가인이 연기한 훗날의 두 사람은 결코 옛 기억에서 자유..

영화 2012.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