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고수희 3

타짜 신의 손(블루레이)

강형철 감독의 '타짜 신의 손'(2014년)은 최동훈 감독의 '타짜'(2006년) 후속작이다. 8년 만에 돌아온 이 작품은 허영만 화백의 4부작 시리즈 '타짜' 가운데 2부인 '신의 손'을 원작으로 한다. 전작에서는 고니가 아귀, 편경장 등 대단한 화투 고수들과 얽혀 인생 노름을 펼치는데 반해 이번 작품에서는 고니의 조카인 대길이 삼촌 못지 않은 신의 손으로 등극하는 과정을 다뤘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속이는 화투판 노름이 결국 피를 부르는 복수극으로 이어지는 설정은 전작과 같다. 다른 점이라면 색다른 배역들과 자잘한 에피소드들이다. 차별화 할 수 있는 포인트들이 이 두 가지인데, 그 중에서 배역만 놓고 보면 전작에 비해 손해를 봤다. 전작에서는 조승우, 김혜수, 백윤식 등 쟁쟁한 배우들이 주요 배역을 맡..

플란다스의 개 (블루레이)

2003년 10월, 영화 '살인의 추억' 개봉 후 DVD 작업을 한창 할 때 봉준호 감독을 인터뷰했다. 지금은 사라진 DVD 잡지들에 한창 타이틀 리뷰를 쓰던 때여서 궁금한 게 많았던지라, 봉 감독에게 '살인의 추억' DVD 이야기를 주로 질문했다. 봉 감독이 워낙 얘기를 잘해서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겨 대화를 나눈 뒤, 일어서기 전에 싸인을 부탁하며 '플란다스의 개'(2000년) DVD 타이틀을 내밀었다. 봉 감독이 자신의 첫 작품이라 애정이 많이 간다며 은근히 좋아하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나온 블루레이 타이틀을 보니 그때 기억이 새록 새록 떠오른다. 봉 감독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본명이 매리 루이스 드라 라메인 영국의 동화작가 위다가 쓴 동화 '플란다스의 개'와 아무 상관이 없다. 동화를 토대로 ..

써니

강형철 감독의 '써니'(2011년)가 관객 동원 441만 명을 넘었다. 감독의 전작인 '과속스캔들'의 코미디 코드를 그대로 끌어온 것이 유효한 듯 싶다. 하지만 과연 그럴 만한 작품인 지 의심스럽다. 아무래도 할리우드 작품들이 제대로 힘을 못쓰고, 이렇다 할 한국 영화들이 별반 없다보니 솔직히 그 덕도 많이 본 듯 싶다. 이 영화는 여고시절 똘똘 뭉쳤던 7명의 친구들이 고교생 자식을 둔 나이가 돼서 과거를 회상하며 다시 모이는 과정을 다뤘다. 말 그대로 추억을 팔아먹는 영화다. 하지만 곽경택 감독의 '친구'나 유하 감독의 '말죽거리 잔혹사'처럼 제대로 된 추억찾기는 아니다. 197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추억의 파편들을 적당히 얼기설기 꿰어맞춘 모자이크다. 과거라는 이름 하에 시대..

영화 2011.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