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고아성 4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블루레이)

홍상수 감독의 작품들은 영화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영화를 다른 방식으로 만들 수 있고, 독특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년)도 마찬가지. 이 작품은 구성이 독특하다. 똑같은 이야기를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눠 복기하듯 두 번 찍었다. 내용은 강연 때문에 수원에 내려간 영화감독이 한 여인을 만나 하룻밤의 인연을 만드는 이야기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같으면서도 조금씩 다르다. 동일한 인물들이 동일한 시간대에 똑같은 사건을 만들지만 디테일 및 인물들의 관계 형성이 미묘하게 어긋난다. 물감의 색, 나누는 대화, 거니는 길, 옷차림 등에서 약간씩 다른 부분들은 결국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시각의 차이, 생각의 차이를 보여준다. 또는 기억의 차..

설국열차 (블루레이)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2013년) 블루레이가 최근에 국내 출시되자마자 화질 논란에 휩싸였다. DVD프라임에서 일부 이용자들이 문제제기를 한 부분은 두 가지다. 검은 부분에서 기름때가 번지듯 둥글게 곡선을 그리며 번지는 현상(벤딩)과 파편처럼 깨지는 현상, 그리고 전체적으로 블랙의 밝기가 떠서 회색에 가깝게 보인다는 것. 급기야 전량 회수(리콜) 논란이 일고 일부 이용자가 봉 감독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제작사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봉 감독이 직접 나섰다. 불거진 화질 논란...제작사 측, '리콜은 없다'는 의견 그가 DVD프라임 게시판에 전달한 글을 보면 자신의 소장기기(삼성DLP 프로젝터 800B)에서는 문제 없었다는 것이고, 이용자들이 비교 대상으로 삼은 프랑스판과 비교했을 때 장단점이 있다는 요지였..

설국열차

봉준호 감독에 대한 기대가 컸는 지, 반대로 그가 느낀 부담이 좋지 않게 작용했는 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봉 감독이 새로 내놓은 영화 '설국열차'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살인의 추억'을 필두로 '괴물' '마더' 등 일련의 작품들이 나름 기대를 충족시켰기에 이 작품 역시 기대가 컸는데, 기대치를 너무 높였던 모양이다. 내용은 지구에 한파가 몰아쳐 빙하기를 맞은 뒤 무한궤도를 달리는 열차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다. 재산 규모에 따라 앞 칸은 돈 많은 사람들이 차지해 쾌적한 생활을 하고, 소위 꼬리로 불리는 뒷 칸은 가난한 사람들의 전쟁터다. 결국 빈자들은 열악한 생활을 견디다 못해 앞 칸으로 쳐들어가려는 반란을 모의한다. 그때부터 열차는 고지를 향해 달려가는 병사를 실은 전투열차가 돼버린다. 달리는 열..

영화 2013.08.04

라듸오 데이즈

하기호 감독의 데뷔작 '라듸오 데이즈'(2008년)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류승범, 김뢰하, 이종혁 등 괜찮은 배우들과 국내 최초의 라디오 방송국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가지고도 제대로 영화를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너무 웃음에 집착한 탓이 아닐까 싶다. PPL과 광고 등 요즘 방송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30년대 라디오 방송에 덧입혀 풍자한 코미디는 독특했다. 여기에 배우들의 스캔들, 조금만 인기있으면 늘리는 연장방송과 여배우들의 주연 다툼 등 현대 방송극의 문제점도 날카롭게 꼬집었다. 그러나 아이들 학예회처럼 너무 난삽하게 이야기를 벌려놓다 보니 구성이 산만해졌다. 그나마 볼 만 한 것은 맨 마지막의 엔딩 타이틀 뿐이었는데, 이마저도 영화 '자토이치'를 흉내낸 감이 강하다. 2.35 대 1 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