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 감독의 '호우시절'(2009년)은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담은 시 같은 영화다. 갑자기 내린 비처럼 우연히 그리운 사람을 만나 사랑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내용이다. 이 작품을 보면 '그 길위로 그리움의 향기가 가득 피어난다'는 싯구가 생각난다. 둘이 걸으며 추억을 쌓았던 길을 혼자 걷는다면 남는 것은 그리움 뿐이기 때문이다. 피천득의 '인연'이란 수필도 생각난다. 차라리 몰랐더라면 좋았을 법한 일도 세상에는 많기 때문. 그런 점에서 영화는 시처럼 수필처럼 흘러간다. 다만 문학과 다른 점은 마침표를 찍지 않았다는 점이다. 훗날 둘의 미래는 관객의 상상에 맡긴채로 열린 결말로 맺었다. 그만큼 긴 호흡의 안정적 여백이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외출' 등에서 보여준 별다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