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고원원 2

호우시절 (블루레이)

허진호 감독의 '호우시절'(2009년)은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담은 시 같은 영화다. 갑자기 내린 비처럼 우연히 그리운 사람을 만나 사랑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내용이다. 이 작품을 보면 '그 길위로 그리움의 향기가 가득 피어난다'는 싯구가 생각난다. 둘이 걸으며 추억을 쌓았던 길을 혼자 걷는다면 남는 것은 그리움 뿐이기 때문이다. 피천득의 '인연'이란 수필도 생각난다. 차라리 몰랐더라면 좋았을 법한 일도 세상에는 많기 때문. 그런 점에서 영화는 시처럼 수필처럼 흘러간다. 다만 문학과 다른 점은 마침표를 찍지 않았다는 점이다. 훗날 둘의 미래는 관객의 상상에 맡긴채로 열린 결말로 맺었다. 그만큼 긴 호흡의 안정적 여백이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외출' 등에서 보여준 별다른 ..

BB프로젝트

성룡이라는 이름을 제대로 알게된 것은 1978년에 나온 '취권'이었다. 물론 그 전에도 성룡은 영화에 숱하게 출연했다. 이소룡의 영화 '정무문'(72년), '용쟁호투'(73)에도 단역으로 나오지만 그가 성룡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취권' '사형도수'의 히트 이후였다. '취권'이후 어언 28년. 무려 강산이 세 번 바뀔 만한 시간이니, 성룡이 변하지 않았다면 말이 안된다. 진목승 감독의 'BB프로젝트'(Project BB, 2006년)는 그렇게 속절없이 흘러간 야속한 세월을 성룡의 얼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더벅머리 청년이 눈꺼풀이 가라앉기 시작한 50대 중년 아저씨가 됐다. 성룡은 이 작품에서 고천락과 콤비를 이뤄 도둑으로 나온다. 유괴를 의뢰받고 아기를 데려온 두 사람이 아기에게 정이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