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곽경택 3

친구2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 개봉 후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영화 중 진정한 최고 흥행 영화는 2001년 상영한 곽경택 감독의 '친구'로 봐야한다는 얘기를 했다. 역대 톱 10에 든 영화 중 유일한 18세 미만은 볼 수 없는 연소자 관람불가 영화였기 때문. 봉 감독은 "지금처럼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동시에 똑같은 영화가 여러 편 걸리는 것도 아니고,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적은 스크린에서 성인 관객으로만 88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은 지금으로 치면 1,700만명 이상의 관객이 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당시 '친구' 신드롬은 젊은 사람부터 나이든 사람까지 극장을 찾을 만큼 대단했다. 총각시절 가보고는 오랜만에 극장을 찾았다는 40, 50대가 수두룩했던 것은 '친구'가 가진 향수 때문이었다. 후크를..

영화 2013.11.30

태풍

곽경택 감독은 '친구'에 그가 가진 모든 능력을 소진한 모양이다. 그 후에 나온 '챔피언' '똥개' 등에서는 더 이상 '친구'처럼 동시대를 산 사람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거나 감정선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보이지 않는다. '태풍'(2005년)도 마찬가지다. 남과 북으로 갈린 조국의 아픔을 전달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지만 감정과잉의 신파 드라마처럼 보인다. '배달의 기수'를 보는 듯한 교과서적인 군인들의 대사나 탈북자들의 이야기, 해적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주인공의 고난사가 민족의 아픔으로 승화되지 못한 채 소소한 에피소드에 머물기 때문이다. 곽감독은 실향민인 아버지에게서 영화 제작의 동기를 찾았다고 하는데 과연 한국전쟁을 겪은 실향민들이 영화를 보면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지 의문이다. 무려 180억..

친구 (UE)

어제 오랜만에 비가 내렸다. 비를 보면 떠오르는 영화가 두 편 있는데 하나는 프랑스 영화 '빗속의 방문객'이고 하나는 바로 곽경택 감독의 '친구'(2001년)다. 안타깝게도 '빗속의 방문객'은 프랑스에서도 아직 DVD가 출시되지 않아서 다시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 그렇지만 우리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친구'는 DVD로 갖고 있기에 비가 간혹 본다. '친구'와 관련해 두 가지 기억이 있다. 모두 사람에 대한 기억이고, 그것도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다. 한 사람은 영화를 찍은 황기석 촬영감독이고, 또 한 사람은 배우 유오성이다. 2003년 여름, 서울 강남의 오피스텔에서 황기석 촬영감독을 만났다. 당시 그가 작업실로 쓰던 오피스텔에 '친구'의 조감독이었던 안권태 감독이 와서 입봉작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