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교토 4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블루레이)

츠키카와 쇼 감독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2017년)는 무시무시한 제목과 달리 달달하면서도 가슴 아픈 연애담이다. 스미노 요루가 쓴 유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로 옮긴 이 작품은 불치병에 걸린 소녀가 한 소년과 가까워지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뤘다. 처음에는 서먹했던 두 사람이 화선지에 물이 스며들듯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는 슬픈 이야기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자꾸만 1970년대 하이틴 로맨스 영화들이 생각난다. 이덕화 임예진이 주연했던 '진짜 진짜 잊지마'(1976년)와 혜은이의 노래로 유명한 '진짜 진짜 좋아해' 등 '진짜 진짜' 시리즈는 1970년대 유명한 순애보 영화들이다. 남자가 됐든 여자가 됐던 어느 한쪽의 죽음으로 끝..

배가본드 이치조지사의 결투 - 속 미야모토 무사시, 사무라이2

국내에 '배가본드 이치조지사의 결투'라는 제목으로 나온 DVD 타이틀은 유명한 이나가키 히로시 감독의 미야모토 무사시를 다룬 3부작 '사무라이' 시리즈 가운데 2편에 해당한다. 원제는 '속 미야모토 무사시 : 이치조지사의 결투'(1955년)이다. 무사시가 길을 떠나게 된 과정을 그려서 다소 늘어지는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은 무사시의 본격적인 활약을 다뤄 볼 만 하다. 내용은 무사시의 생애에 있어서 유명한 이치조지사의 결투를 다루고 있다. 본격적으로 길을 떠나 무사 수련에 들어간 무사시는 교토에서 요시오카 가문과 맞붙어 수십 대 1의 전설을 이룬다. 요시오카 가문은 몇 대에 걸쳐 쇼군에게 검술을 가르쳐 온 칼의 달인들이 모인 명문가이다. 일개 떠돌이 무사였던 무사시는 이들과 맞붙어 가문의 당주인 세이주로와..

라쇼몽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유명한 걸작 '라쇼몽'(1950년)은 처음부터 패를 드러내 놓고 시작한다. 폐허가 된 거대한 문(羅生門) 아래에서 요란하게 쏟아지는 비를 피하던 나무꾼이 내뱉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한마디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이다. 숲 속에서 발견된 사무라이의 시체. 시체를 발견한 나무꾼, 사무라이의 아내, 사무라이를 죽인 것으로 추정되는 도둑, 여기에 무당의 입을 빌려 찾아온 사무라이의 영혼까지 네 사람은 같은 사건을 제각기 다르게 설명한다. 문제는 각기 다른 주장이 모두 그럴 법하다는 것. 결국 요란한 말속에 가려진 진실을 찾는 것은 관객의 몫이 된다. 하지만 네 사람의 주장 모두에 참과 거짓이 섞여 있다 보니 진실을 찾기란 결코 간단치 않다.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 이 점 때문에 진중..

교토-시구레덴

교토에서 차로 30분쯤 달리면 북서쪽에 사가노라는 마을이 나온다. 이곳에 일본의 카드 게임 '백인일수'가 탄생한 산장 시구레덴(時雨殿)이 있다. 올해 1월, 닌텐도는 교토시의 요청을 받아들여 닌텐도 창업자가 20억원을 기증해 이곳에 희한한 박물관 '시구레덴'을 세웠다. 첨단 문명으로 거듭난 시구레덴은 한마디로 게임과 일본의 전통문학이 만나는 곳이다. 입장료 어른 800엔, 아이들 500엔. 결코 싸지 않다. 입구에서 신을 벗어 신발장에 넣은 뒤 입장을 하면 전시실 입구에서 기모노를 입은 도우미가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라이트'를 하나씩 나눠준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바닥가득 45인치 LCD 70개가 바둑판처럼 깔려있다. LCD에는 교토시 위성사진이 펼쳐져 있다. 손에 든 닌텐도 DS라이트의 액..

여행 2006.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