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그레타 거윅 4

로마 위드 러브(블루레이)

2,7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로마(Rome)는 시 자체가 살아 있는 박물관이다. 그래서 우디 앨런은 로마를 "도시 자체가 예술 작품인 곳"이라고 칭했다. 거리 곳곳이 로마 시대부터 이어져 온 유적이고 나름 운치와 멋을 지닌 카페, 식당, 상점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여행자라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중세 낭만주의 시대를 거쳐 아득한 고대 로마제국으로 이어지는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그렇게 걷다가 지치면 아무 카페나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가서 다리 쉼을 하며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봐도 좋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도처에 널려 있는 성당에 들어가 수백 년 전 화가들의 그림을 바라보며 조용히 명상에 잠길 수 있다. 이처럼 여기저기 멋과 낭만, 볼거리와 역사가 가득한 도시도 흔치 않으리라..

작은 아씨들(블루레이)

소설 '작은 아씨들'로 유명한 미국의 여류 소설가 루이자 메이 올컷의 뒤에는 남다른 부모가 있었다. 그는 183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저먼타운에서 네 자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브론슨 올컷은 목사이면서 자연주의 철학자였다. 그는 미국 사상계에 큰 영향을 미친 유명한 철학가 랠프 왈도 에머슨과 '월든'을 쓴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 우리 교과서에도 실렸던 '큰 바위 얼굴'을 쓴 너대니얼 호손 등과 친분이 두터웠다. '맑은 물에서 용난다' 특히 목사이며 초월주의 철학가였던 에머슨과는 절친이었다. 그의 요청으로 올컷이 '작은 아씨들'을 쓴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에 있는 소위 '과수원 집(오처드 하우스)'을 구입했다. 그의 바로 옆집에는 너대니얼 호손이 살았고 에머슨과 소로도 근처에 살며 가족끼리 ..

레이디 버드 (블루레이)

그레타 거윅 감독의 '레이디 버드'(Lady Bird, 2018년)는 흔히 있을 수 있는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을 다룬 영화다. 특히 자식이 커가면서 주관이 뚜렷해지면 어쩔 수 없이 의견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감정 충돌에 예민한 사춘기 소녀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시얼샤 로넌이 연기한 여주인공 레이디 버드는 대학 진학을 앞둔 고교 졸업반이다. 본명 외에 호처럼 따로 '레이디 버드'라는 이름을 지을 정도로 자의식이 강한 그는 대도시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주도이지만 자그마한 소도시인 새크라멘토에 거주하는 그는 누가 사는 곳을 물으면 샌프란시스코라고 거짓말할 만큼 고향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당연히 대학도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의 큰 학교로 가기를 원한다. 하지만 엄마는 실직한 아버지와..

프란시스 하 (블루레이)

노아 바움백 감독의 '프란시스 하'(Frances Ha, 2012년)는 뉴욕을 배경으로 한 누벨바그풍 영화다. 감독 자신이 프랑스의 누벨바그 영화를 지향한 만큼 이 영화는 모든 것이 1950년대 프랑스 영화계에 몰아쳤던 누벨바그 바람을 연상케 한다. 장 뤽 고다르, 프랑소와 트뤼포 등 누벨바그 기수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투영했듯이 이 작품은 27세 여성 프란시스를 통해 뉴요커의 일상을 담아냈다. 가진 것도 없고, 그렇다고 직업도 확실하지 않은 싱글 여성인 프란시스의 뉴욕 생활은 참으로 신산하다. 심지어 잘 곳 조차 변변히 없어 떠돌 정도로 어느 것 하나 보장되지 않는 그의 삶이지만 프란시스는 결코 실망하거나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 시종일관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적극적으로 부닥치는 그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