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혐오'(Repulsion, 1965년)는 카트린느 드뇌브가 이런 영화를 찍었나 싶을 만큼 그의 이미지를 바꿔놓은 작품이다. '쉘부르의 우산'에서 청순 가련한 여인의 모습을 보여준 그가 이 작품에서는 선병질적인 우울과 신경증에 시달리다가 자기 파멸로 치닫는 공포의 여인을 연기한다. '쉘부르의 우산'에서 매력 포인트였던 하얀 피부와 금발머리는 이 작품에서는 보호본능을 불러 일으키는 나약한 이미지와 비정상적인 파괴의 본능을 내재한 몬스터의 느낌을 전달한다. 그를 이렇게 바꿔놓은 것은 전적으로 폴란스키 감독의 그로테스트한 연출과 영상 구성 덕분이다. 작품의 내용은 제목처럼 병적으로 남성과 접촉을 꺼리는 여성의 이야기다. 애인과 키스를 하고 나서도 입술을 물로 씻어내고, 남자의 런닝 셔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