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길옥윤 3

패티김 '태양이 뜨거울 때'

1960, 70년대를 풍미했던 걸출한 여가수, 패티김. 수 많은 히트곡 가운데 '태양이 뜨거울 때'는 그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명곡이다. 재즈 풍의 느낌을 잘 살린 작곡가 길옥윤의 곡도 좋았지만 이를 호방하게 불러제낀 패티김의 노래 덕분에 이 곡이 제대로 살았다. 마치 가슴을 탕탕 두드리는 듯한 결기어린 가사와 패티김의 불을 뿜는 듯한 카리스마가 절로 심장을 뜨겁게 만드는 곡이다. 무려 40여년 전에 등장한 이 노래를 들어보면 왜 패티김이 뛰어난 가수인지 실감할 수 있다. 요즘 등장한 가수들 중에 그만한 가수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패티김 - '태양이 뜨거울 때'

진짜 진짜 좋아해

문여송 감독의 '진짜 진짜 좋아해'(1978년)는 고교 얄개 시리즈와 더불어 1970년대 하이틴 영화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당시 하이틴 영화는 순애보 일색이다. 서슬퍼런 유신정권 아래에서 폭압적인 긴급조치가 세상을 누르던 시절이라 별다른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을 수 없었기에, 온통 도덕 교과서 같은 이야기 아니면 눈물 콧물 빼는 이야기들 뿐이다. 이 작품도 예외가 아니다. 마라톤 우승을 꿈꾸는 고학생과 여고생의 애틋한 사랑은 남학생이 불치의 병에 걸리면서 졸지에 비극이 되고 만다. 내용은 그저 그렇지만 앳된 모습의 임예진을 볼 수 있는 반가운 작품이다. 출연 당시 18세였던 그의 모습을 보면 30년이라는 세월의 차이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이 작품에는 70년대 추억이 잔뜩 묻어 있..

혜은이 '새벽비'

혜은이의 노래는 요새 들어도 감칠맛 난다. 노래도 잘했지만, 특히 좋은 곡을 쓴 작곡가 길옥윤을 잘 만난 영향도 크다. 국민학교 시절, 카세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새벽비' '제 3 한강교' '감수광' '진짜진짜 좋아해' 등 혜은이의 히트곡을 곧잘 따라 부르던 생각이 난다. 가수 혜은이의 본명은 김승주. 1956년생이니 올해 53세다. 제주에서 태어났지만 50년대 악극단 낙랑쇼의 단장 겸 유명 변사였던 아버지 김성택을 따라 대전으로 옮겨와 거기서 여고를 졸업했다. 혜은이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고교 졸업 후 바로 밤무대 가수로 활동했다. 그의 인생이 달라진 것은 바로 작곡가 길옥윤을 만나면서부터였다. 일본 강점기 경성치과대를 나온 길옥윤은 50년대 일본 재즈클럽과 국내 미군부대를 전전하며 색소폰을 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