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김남길 3

무뢰한 (블루레이)

오승욱 감독의 '무뢰한'(2014년)은 하드보일드 멜로를 표방한 영화다. 도대체 하드보일드 멜로가 무엇일까. 이전 작품들에서도 사례를 들어보지 못한 이 장르에 대해 제작진은 "하드보일드 안에 들어 있는 멜로"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주먹질과 피가 난무하는 거친 남자들의 세계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멜로 이야기라는 뜻이다. 풀어보면 새로울 것도 없고 예전 작품들에서 숱하게 접한 이야기들인데 이를 굳이 새로운 장르인양 포장한 이유를 모르겠다. 그만큼 이전 작품들과 차별화했다는 뜻일까. 영화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내용은 형사가 살인범을 쫓으면서 살인범의 애인과 뜻하지 않게 연정을 품게 되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예상대로 흘러가서 특별한 반전이 보이지 않는다. 결말까지 이르는 과정에 등장인물들의 내밀한 감정 변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블루레이)

이석훈 감독의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년)은 웃기기로 작정하고 만든 활극이다. 내용은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세운 뒤 중국 명으로부터 옥새를 받아오던 중 고래가 이를 삼켜 벌어지는 소동을 다뤘다. 감독은 실제 조선의 국새가 태종때까지 10년 동안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에 이야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단초는 사실이지만 나머지 내용은 완전 허구다. 고래를 만나 난파한 배에서 사라진 옥새를 하필 고래가 삼키는 바람에 이를 잡기 위해 해적과 산적이 총출동한다. 김남길 손예진 이경영 유해진 김원해 오달수 신정근 김태우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해 한바탕 웃음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영화는 아예 처음부터 왁자지껄한 슬랩스틱 코미디식의 웃음을 겨냥하고 있다. 산적들의 어수룩한 강도질이나 상어와의 싸움 등은 만화적..

미인도

조선시대 풍속화가였던 혜원 신윤복이 여자라는 가설에서 출발한 영화 '미인도'(2008년)는 금기시된 사랑을 다루고 있다. 남장 여인인 신윤복이 장돌뱅이 강무, 스승인 김홍도와 벌이는 삼각관계는 동성애와 사부 간의 위험한 사랑놀음이다. 결국 사랑 그 자체를 순수하게 그려보고 싶다는 신윤복의 대사처럼 영화 속 사랑은 그저 종이 위에 머무는 그림이 되고 만다. 그러나 정작 그들의 사랑이 아름답지 못하고 공허한 것은 철저한 팩션이기 때문. 신윤복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 거의 없고, 그의 그림이 여성적이라는 이유로 여자로 만들어버린 영화속 설정은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먼 허구일 뿐이다. 여기에 질투에 눈이 먼 스승이 끼어들고 암투가 빚어지면서 이야기는 '로미오와 줄리엣'식의 비극으로 치닫고 만다. 그만큼 구성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