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김대승 2

후궁 제왕의 첩(블루레이)

김대승 감독의 '후궁 제왕의 첩'(2012년)은 내용보다 야한 장면으로 주목을 받았다. 조여정이 연기한 후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각종 정사 장면이 제법 수위가 높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내용은 어떤 청년과 사랑에 빠진 여인이 후궁으로 들어가면서 생이별한 뒤 내시가 된 헤어진 연인을 만나 겪게되는 이야기다. 여기에 사랑과 질투에 눈이 먼 절대 권력자인 왕과 그 뒤에서 배후 실세로 권력을 휘두르려는 대비 등이 얽히면서 치정극과 피비린내나는 복수극이 함께 얽혀 돌아간다. 그런데 영화의 기본 맥락은 1968년에 신상옥 감독이 만든 '내시'와 많이 비슷하다. 당시 최고의 인기배우였던 신성일과 윤정희, 남궁원, 박노식, 허장강 등이 출연했던 이 영화는 명종과 뒤에서 수렴청정한 대비를 둘러싼 음모를 다룬 사극이다. 내..

번지점프를 하다

질기고 질긴 사랑의 인연을 다룬 김대승 감독의 '번지점프를 하다'(2000년)는 감독 의도와 달리 보고 나면 참으로 찝찝한 영화다. 감독은 운명으로 묶인 사랑의 인연을 얘기하지만 동성애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1983년 운명처럼 만난 인우(이병헌)와 태희(이은주)는 서로 너무 사랑하지만 태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맺어지지 못한다. 이후 시간을 훌쩍 뛰어넘은 2000년에 고교 교사가 된 인우는 제자인 현빈(여현수)에게서 태희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의 영혼을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두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고 동성애자로 몰아붙여 결국 인우와 현빈은 자유로운 영혼을 갈구하기 위해 뉴질랜드로 떠나 번지점프를 한다. 1980년대를 재현한 공들인 소품과 감독의 섬세한 연출 등이 돋보이지만 지나친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