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김수로 6

달마야 놀자(블루레이)

박철관 감독의 코미디 '달마야 놀자'(2001년)는 기존 조폭 영화들과 결이 다른 영화다. 이 영화는 깡패들끼리 주먹다짐에 초점을 맞춘 기존 조폭 영화와 달리 조폭들과 중들의 대결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웃음을 줬다. 내용은 다른 조직과 싸움을 벌인 조폭 재규(박신양) 일당이 피신한 곳이 하필 절이다. 당연히 이들을 달가워하지 않는 중들과 재규 일당은 그때부터 서로 기싸움을 벌인다. 어떻게든 절에 머물려는 재규 일당과 이들을 쫓아내려는 중들은 서로 시합을 벌인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웃음의 소재가 조폭들의 싸움과 욕설이 아닌 중들과 조폭이라는 황당한 조합이다. 오히려 이 영화는 험한 욕설이 한마디도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이들은 삼천배 대결, 주지승의 수수께끼 같은 화두 풀기, 족구와 369게임, 화투 등..

반칙왕 (블루레이)

1970년대 흑백 TV 시절 최고의 스포츠 중계방송은 단연 프로레슬링이었다. 레슬링이 있는 날이면 집으로 뛰어들어와 책가방을 던져두고 TV 앞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난다. 김일, 여건부, 천규덕 등은 당대 최고의 영웅이었고 상대적으로 일본의 이노키 선수는 최고의 악당이었다. 레슬링 인기가 얼마나 높았던지, 일본에서 만든 '타이거마스크'라는 TV 만화영화도 들여와 방송했다. 김지운 감독의 '반칙왕'(2000년)은 과거 레슬링에 대한 향수가 어린 작품이다. 특이하게도 70년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으나 지금은 쇠락한 프로레슬링을 통해 현대인들의 꿈과 삶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만큼 웃음과 페이소스가 공존하는 작품이다. 그다지 유능하지 못한 은행원(송강호)이 어느 날 우연히 레슬링 도장을 발견하고 어린 시절 우상..

메가마인드 (블루레이)

악당이 있어야 영웅이 빛나듯, 악당 또한 영웅이 있어야 제 역할이 산다. 그래서 악당이 영웅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톰 맥그라스 감독의 애니메이션 '메가마인드'(Megamind, 2010년)는 이처럼 독특한 발상에서 출발했다. 영웅이 사라진 도시에서 무료해진 악당이 돋보이기 위해 영웅을 만든다는 이야기. 하지만 정작 초능력을 부여받은 영웅은 정의의 사도 역할을 버리고 악당보다 더 못된 짓을 한다. 어쩔 수 없이 악당이 영웅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 유럽 출장길에 비행기에서 이 작품을 처음 보고 신선한 내용과 재미있는 캐릭터에 빠져들었다. 이 작품의 묘미는 기본적인 히어로물의 설정을 뒤집은데 있다. 악당 속에서 선함을 찾고 영웅의 권태와 타락을 다루면서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기 때문. 하지만 가족 영화의 한계상..

국가대표 (블루레이)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것을 본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름이다. 예전 같으면 동계 올림픽 종목은 사람들의 관심권 밖이었을텐데, 김연아 모태범 이상화 등 잘 싸운 선수들 덕분에 빙상 종목들이 주목을 받았다. 스키점프도 마찬가지. 제대로 된 점프대 하나 없는 곳에서 피눈물나는 연습으로 메달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있기에 이 종목도 관심을 끌었다. 김용화 감독의 '국가대표'(2009년)는 이 같은 스키점프 선수들의 애환을 담은 작품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핸드볼 선수들의 올림픽 메달 도전기를 다룬 임순례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눈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는 자메이카에서 봅슬레이에 출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존 터틀터웁 감독의 '쿨러닝'과 궤를 같이 한다. 남들..

태극기 휘날리며 (SE)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를 보면 '친구' '형사'를 찍은 황기석 촬영감독이 생각난다. '태극기...'를 보고 강남의 사무실로 그를 찾아간 적이 있다. '라이언일병 구하기'는 그렇지 않았는데 이 영화는 멀미가 날 정도로 어지러운 이유를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뉴욕대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온 유학파인 그는 대뜸 실크 스크린 때문이라고 했다. 할리우드 영화들은 보통 부드러운 영상을 얻기 위해 실크 스크린으로 햇빛을 걸러내면서 촬영한다. '라이언일병 구하기'는 물론이고 '게이샤의 추억' 같은 영화는 엄청난 야외 세트를 몽땅 실크 스크린으로 덮었다. 그런데 국내에는 엄청난 크기의 실크 스크린이 없다. 돈 때문이다. 당시 가장 큰 실크 스크린은 황기석 감독이 갖고 있던 40미터짜리였단다. 40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