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김수미 4

위험한 상견례 (블루레이)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르는 지역감정은 해묵은 갈등이다. 김진영 감독은 이를 소재로 시원하게 웃을 수 있는 코미디 '위험한 상견례'(2011년)를 만들었다. 지금은 덜하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영호남 갈등은 꽤 심각했다. 그래서 작품 속 배경도 1980년대 말이다. 전라도 총각이 경상도 아가씨를 만나 지역감정의 골을 뛰어넘어 결혼에 골인하는 내용. 여기에 두 사돈은 과거 고교시절 얽힌 구원(舊怨)까지 있으니 영락없이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여기에 김 감독은 걸죽한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비벼서 한바탕 요절복통 코미디로 만들었다. 뻔한 줄거리이지만 이것저것 웃음을 주는 요소가 많기에 재미있게 볼 만한 작품. 송새벽, 이시영 등 두 주연배우는 물론이고 백윤식 김수미 김응수 박철민 김정난 ..

사랑이 무서워

국내에서 화장실 코미디 연기는 가히 임창정을 따를 사람이 없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정우철 감독은 '사랑이 무서워'(2011년)의 주연을 제대로 골랐다. 임창정은 어수룩한 청년 상열 역을 맡아 미인의 사랑을 얻기 위해 애를 쓴다. 순진한 청년의 사랑을 이용만 하던 여인은 나중에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뜬다는 그렇고 그런 내용이다. 뻔한 내용을 채우는 것은 임창정 특유의 넉살과 화장실 개그다. 그가 출연한 일련의 작품처럼 똥과 민망한 성적 판타지를 풀어 웃음을 유발한다. 더러 웃음이 터지는 장면도 있지만 '색즉시공'에 미치지 못한다. 이야기 또한 예측 가능한 전개로 뒤로 갈 수록 힘이 빠진다. 로맨틱 코미디로 보기에는 러브 라인이 부족하고, 페이소스가 깔린 블랙 코미디로 보기에는 메시지의 전달력이 떨어진다...

맨발의 기봉이 (SE)

권수경 감독의 데뷔작인 '맨발의 기봉이'(2006년)는 2003년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에 소개된 엄기봉씨의 실화를 토대로 만든 작품이다. 그러나 100% 다큐멘터리와 같은 이야기는 아니다. 주요 뼈대는 실화에서 따왔지만 갖가지 극적인 이야기를 첨가해 다큐멘터리와 차별화를 꾀했다. 충남 서산군 고북면 정자리에 사는 엄기봉씨. 올해 마흔 셋인 그는 네 살 때 열병을 앓아 지능이 여덟 살 어린이에 머문 정신지체 1급 장애인이다. 몸이 불편한 여든 셋의 노모에게 틀니를 해주기 위해 마라톤 대회에 나가 1등을 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신발이 닳을까봐 늘 맨발로 연습을 한 그는 몇 번 마라톤 대회에 나가 완주를 했지만 한 번도 우승을 해보지는 못했다. 신현준이 엄기봉 역할을 맡아 쉽지 않은 역할을 소화하려..

마파도

추창민 감독의 데뷔작 '마파도'(2005년)는 생각보다 준수하다. 싸구려 영화를 연상케 하는 포스터 때문에 눈길이 가지 않았으나 의외로 시나리오의 아귀가 딱딱 들어맞고 웃음도 간간이 터진다. 무엇보다 능글능글한 이문식과 반듯해 보이는 이정진, 그리고 다섯 할매를 연기한 김수미, 김을동, 여운계, 김형자, 길해연의 연기가 좋았다. 아쉬운 것은 배우들의 연기를 받쳐주지 못한 조명. 서정적 영상을 제대로 살리려면 충분한 조명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지 로케이션 사정인지 제작비 때문인지 몰라도 인물 위주의 조명에 국한된 점이 아쉽다. 덕분에 인물은 또렷해도 배경이 하얗게 나른 장면이 종종 보인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무난하다. 간혹 잡티와 이중 윤곽선이 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