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김영빈 2

나에게 오라

김영빈 감독의 영화 '나에게 오라'(1996년)는 한국적 풍취를 제대로 살린 빼어난 토속 느와르다. 예전에 극장에서 이 작품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아 DVD나 블루레이가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는데 최근 UEK에서 DVD로 출시됐다. 소설가 송기원이 1994년 발표한 자전적 소설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두 청년의 방황과 꿈을 다뤘다. 외양은 고교 친구들의 성장 드라마이지만, 내면에는 새마을 운동으로 대표되는 1970년대 개발 붐을 타고 벌어지는 잇권 다툼 속에 희생되는 개인 등 시대적 아픔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이 높게 평가받을 만한 점은 뛰어난 사실성이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초가집과 어수선한 시골 장터 풍경, 대보름에 벌어지는 횃불 싸움 등 여타..

테러리스트

김영빈 감독의 '테러리스트'(1995년)는 그해 TV 드라마 '모래시계'로 큰 인기를 끈 최민수의 카리스마에 기댄 작품이다. 지금은 희화화됐지만 당시까지 최민수의 카리스마는 스크린에서 통했다. 이현세의 원작 만화 '카론의 새벽'을 압축한 이 영화는 경찰과 범죄자로 쫓고 쫓기는 형제의 엇갈린 운명을 다뤘다. 내용은 단순하지만 이 작품은 김 감독의 독특한 액션 미학이 빛을 발해서 괜찮은 B급 액션 영화로 꼽힌다. 김 감독의 연출을 뒷받침한 것은 최민수의 카리스마와 더불어 정두홍 무술감독이 지도한 강렬한 액션. 홍콩 무협영화처럼 황당한 액션이 아닌 뒷골목 건달들의 투박한 주먹질이어서 제법 실감 난다. 최민수는 이 작품으로 그해 대종상과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약 10년 만에 나온 DVD 타이틀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