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김윤아 2

그때 그사람들(블루레이)

그 날은 국민학교 6학년 가을 소풍 날이었다. 신나서 김밥을 싸들고 학교로 갔지만 소풍을 갈 수 없었다.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채 한참을 지루하게 교실에 앉아있어야 했다. 나중에야 뒤늦게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충격이기는 했지만 '대통령의 죽음'이 어떤 의미인지를 파악하기에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나이였다. 나라의 가장 큰 어른 대접을 받던 대통령이 죽었다는 소리에 여학생들은 울고 불고 난리였다. 대통령 사망 다음날인 1979년 10월27일은 그렇게 흘러갔다. 10.26을 떠올리면 포승에 묶인 김재규가 상 앞에 앉아 권총을 쏘는 시늉을 하며 현장 재현을 하는 사진과 대통령 장례식날 주저앉아 땅을 치며 대성통곡을 하던 할머니들의 모습이 생각난다. 당시 박전희 전 대통령은 곧잘..

봄날은 간다 (블루레이)

허진호 감독의 두 번째 작품 '봄날은 간다'(2001년)를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대사가 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앞뒤 맥락없이 이 말 한마디만 놓고 보면 다소 낯간지러울 수 있지만 영화 속에서는 사실상 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대사다. 꼭 영화가 아니더라도 살면서 사랑에 설레이거나 가슴 아파한 사람들에게는 꽤나 큰 울림으로 다가올 수 있는 말이다. 영화는 한때 화사한 봄날처럼 아름답고 눈부셨던 사랑도 세월과 함께 속절없이 바래져가는 현실을 담담하게 담았다. 그 속에서 사랑에 아파하는 남자의 마음이 때로는 무겁게 때로는 아리게 다가온다. 아무래도 허 감독이 남자이다보니 남자 쪽 시선에서 사랑의 아픔을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유지태와 얄미운 여자 역을 제대로 해낸 ..